GPT Images 2.5 의 '일관성'은 어느 작업까지 믿어도 될까

헤드라인

정물화의 레몬을 사과로 바꾸는 건 이제 시험이 아니에요. 시험은 사과를 바꾸는 동안 주전자와 붓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느냐죠. 오픈AI 가 9월 8일 GPT Images 2.5 를 내놓으면서 앞세운 두 가지, 부분 편집 정확도(Precision editing)와 반복 편집 일관성(Multi-turn editing consistency) 중에서 실무자가 값을 매겨야 할 건 뒤쪽이고, 레이디러너의 실험기는 그 값을 재 보려고 정물화 하나를 세 번 겹쳐 봤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얻은 결론은 레이디러너와 조금 다르게 적히는데, 일관성이 좋아졌다기보다 나빠지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쪽이에요. 그리고 그 차이가 어느 작업에 이 모델을 쓸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망 패턴이 번짐으로 바뀌었다

실험은 단순합니다. 스타일만 말해 정물화를 하나 뽑고, 마크업으로 바깥의 레몬을 골라 빨간 사과로 바꾸고, 다시 코멘트 기능으로 주전자 위치에 프롬프트를 얹어 형태는 두고 재질만 유리로, 물까지 담아 달라고 했어요. 두 번 다 편집 대상은 잘 바뀝니다. 그건 4월에 나온 2.0 에서도 되던 일이고, 지금 시점의 이미지 모델에게는 기본 소양이라는 레이디러너의 말에 저도 동의해요.

입력 방식 자체는 짚어 둘 만합니다. 마크업은 영역을 그려서 고르는 것이고 코멘트는 위치에 프롬프트를 핀처럼 꽂는 것이라, 예전처럼 "왼쪽 아래 레몬" 같은 말로 대상을 설명하다 엉뚱한 곳이 바뀌는 일이 줄어요. 편집 지시의 모호함이 말에서 손가락으로 옮겨 간 셈이라, 프롬프트를 길게 쓰는 팀일수록 이 두 도구가 반복 편집의 실패 횟수를 먼저 줄여 줍니다. 다만 그건 편집이 맞는 자리에 들어가느냐의 문제고, 이 실험이 재려던 건 그다음이에요.

원본과 1차 편집 결과, 레몬이 사과로 바뀐 정물화

값이 갈리는 건 편집하지 않은 자리입니다. 원본과 1차, 2차를 순서대로 겹쳐 보면 붓 자국이 흐릿하게 뭉개지고 면의 밝기가 달라져 있어요. 편집 순서대로 볼 때는 덜 느껴지다가 2차에서 원본으로 돌아가면 재질 차이가 확 보인다는 관찰이 정확한 지적이고요.

1차 편집과 2차 편집 결과, 주전자가 유리 재질로 바뀐 정물화

제가 붙드는 건 드리프트가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드리프트의 종류예요. 2.0 의 고질병은 편집을 거듭할수록 망(Mesh) 모양의 과한 텍스처가 올라오는 패턴화였고, 그래서 연속 편집 대신 새로 생성하라는 팁이 돌았죠. 2.5 에서는 그 자리에 번짐이 들어왔습니다. 레이디러너는 패턴화를 누르려고 디테일을 의도적으로 낮춘 게 아닐까 추측하는데, 저는 원인보다 결과의 성격에 값을 매기고 싶어요. 망 패턴은 눈에 띄는 오류라 걸러내기 쉽고 시안으로도 못 씁니다. 번짐은 눈에 덜 띄는 손실이라 시안으로는 통과하고 납품에서 걸립니다. 다루기 쉬워졌지만 더 조용히 망가지는 쪽으로 바뀐 거예요.

시안에는 충분하고 납품에는 부족한 모델의 자리

그래서 팀별로 답이 갈립니다. 마케팅·소셜 이미지처럼 화면에서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결과물을 만드는 팀이라면 반복 편집을 채팅 안에서 끝내도 됩니다. 두세 번 고치는 동안 붓 자국이 조금 번지는 건 그 용도에서 아무도 못 알아봐요. 원본이 캔버스 질감의 정물화라 붓 자국이 보존하기 가장 어려운 축에 든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고요.

인쇄물, 브랜드 키비주얼, 캐릭터처럼 픽셀 단위로 원본이 유지돼야 하는 작업이라면 이 모델의 반복 편집은 아직 초안 도구입니다. 실험기의 결론대로 마스킹이나 후가공이 여전히 필요하고, 그 말은 편집의 마지막 단계는 사람이 레이어를 열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 실험이 다루지 않은 조건이 하나 있어요. 정물화 한 장이 아니라 같은 캐릭터를 여러 장면에 다시 그려야 하는 레퍼런스 보존이요. 오픈AI 가 개선점으로 적은 항목이지만 실험기에는 없고, 디자이너가 실제로 가장 많이 부딪히는 일관성 문제는 바로 그쪽이라 판단을 유보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12프레임 실험은 일관성 시험이 아니었다

두 번째 실험은 재미있지만 결론에 넣으면 안 되는 종류입니다. 스케치로 그린 막대 사탕과 리본을 이미지로 만든 다음, 챗GPT PC 앱에서 GPT-6 Astra 로 리본이 움직이는 12프레임 애니메이션을 뽑았어요. 리본이 고정된 채 자리만 바뀐 1차, 뚝뚝 끊긴 2차를 지나 끝부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요청을 구체화한 3차에서 움직임은 좋아졌지만, 프레임마다 밝기와 위치가 미묘하게 달라 이어 붙이면 번쩍거리고 사탕 표면에는 2.0 식 패턴화까지 돌아왔습니다.

레이디러너도 인정하듯 이건 한 장의 원본에서 여러 프레임을 한 번에 생성한 것이라 연속 편집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러니 일관성이 완벽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 실험을 근거로 얹으면 안 돼요. 여기서 읽을 건 다른 겁니다. 프레임 간 일관성은 이미지 모델의 과제가 아니라 영상 모델의 과제이고, 실험기가 남긴 "애니메이션은 영상 모델에게" 라는 한 줄이 실험 두 개보다 실무에 더 유용한 결론이에요.

스케치 기능으로 그린 초안과 그것을 바탕으로 생성된 이미지

정작 이 업데이트에서 디자이너의 워크플로가 실제로 바뀌는 지점은 일관성이 아니라 스케치예요. 입력창의 플러스 버튼에 스케치가 들어와서 마우스로 대충 그린 구성에 텍스트를 얹으면 그대로 초안이 나오고, 예전처럼 스케치 이미지를 따로 만들어 올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윤곽을 성실하게 따라가니 대충 그리면 찌그러진다는 조건은 있지만, 아이디어를 손으로 그려 놓고 곧바로 시안을 몇 개 보는 흐름이 채팅 하나 안에서 닫힙니다. 2.0 실험기가 주목받았던 만큼 기대가 컸다고 레이디러너 스스로 밝히는데, 3.0 이 아니라 2.5 라는 번호를 붙인 건 오픈AI 쪽에서도 같은 크기의 기대를 걸지 말라는 표시로 읽는 게 맞아요. 일관성 개선을 기다리던 팀에게는 2.5 가 나노바나나 프로 때만큼 심심하겠지만, 초안을 빨리 뽑는 게 일인 팀에게는 이번 업데이트의 본체가 이쪽이라고 저는 봅니다. 반복 편집은 시안까지, 스케치는 첫 시안까지, 납품은 여전히 사람의 레이어에서. 이 세 줄을 팀 가이드에 적어 두면 2.5 를 과신할 일도 무시할 일도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