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매일 공부하는 사람의 6단계 루프 — 삽질부터 박탈감까지

헤드라인

예전에 '내가 일하고 싶은 동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대요. 여러 조건을 나열했었는데, 돌아보니 결국 하나였다고. 학습의 의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조건이라고요.

근데 읽다가 멈칫했어요. "학습의 의지"라는 말이 뻔한 것 같은데, 이 사람이 풀어가는 방식은 뻔하지 않더라고요. 매일 새벽까지 AI를 만지작거리면서, 그걸 피곤함이 아니라 세계관 확장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

칼 하나 갈던 시대는 끝났다

예전에는 칼 하나를 잘 가는 게 전문가였어요. 거기에 하나 더 갈면 대단한 사람이었죠. 지금? 직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요. 내가 안 해본 영역, 눈으로만 협업하던 영역까지 전부 내 일이 될 수 있는 세상이에요.

AI를 쓰려면 알아야 하고, 알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AI가 다 해준다"는 말, 반만 맞아요. AI를 잘 쓰려면 오히려 배우는 시간이 더 커져야 하는 거거든요. 마케팅을 AI로 돌리려면 마케팅의 기본 개념, 용어, 좋은 레퍼런스까지 알아야 하고, 기획을 하게 되면 그 도메인의 맥락을 파악해야 해요. AI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아래 영역의 지식들이 같이 확장되는 거죠.

역설적인 상황. AI 때문에 공부할 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겁니다.

삽질 → 손에 익음 → 박탈감 → 다시 1번으로

이 사람의 학습 리듬은 6단계 사이클이에요.

첫째, 무작정 삽질합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봐요. 사람들이 좋다니까 써보고, 세팅해보고, 만들어보고. 틀린 질문도 하고, 맞는 질문인 줄 알았는데 틀린 답을 얻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시간을 투자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에요.

둘째, 손에 익어요. 삽질을 반복하다 보면 뭔가 손에 잡히기 시작합니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분류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기고, 나만의 방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죠. 자신감이 살짝 붙는 때.

셋째, 일의 범위가 넓어져요. AI를 활용하면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는데, 모든 걸 할 수 있으면 모든 걸 알아야 하더라고요. (이 부분이 함정이에요.)

넷째, 결과물이 나와요. 뭔가를 만들어보고, 사람들이 쓰는 걸 보고, 피드백이 오고. 되게 재밌다고. 그래서 더 만들고, 이때가 지나면 약간 몸을 쉬어줍니다. 주말 내내 잠을 자기도 한대요.

다섯째, 박탈감을 만납니다. 커넥션이 생기면서 더 잘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돼요.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여섯째, 다시 공부합니다. 잘하는 사람들의 방법을 모방하고, 원론적인 개념을 다시 파보고, 내가 가진 것들을 재조립해요.

그리고 다시 1번으로. 끝이 없는 루프예요.

플라이휠이 돌기 시작하면 혼자 못 멈춘다

배우면서 즐거움을 느끼면, 그 즐거움이 업무에서의 효용성과 만족감으로 이어져요. 그게 성취감이 되고, 다시 학습의 의지로 돌아옵니다. 플라이휠.

근데 여기서 말하는 생산성은 단순히 뭔가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에요. 만든 것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그 끝에 마침표를 찍는 것. 완결성까지가 생산성이라는 거죠.

이 플라이휠이 돌기 시작하니까, 혼자가 아니라 같이 돌리고 싶은 사람들이 보였대요. 지금 일주일에 한 번, 딱 2시간 정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동료 4명이 있어요. 이 사람들의 특징은 뭐냐면 — 방향성만 찍어주면 각자 알아서 공부하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 빈틈을 채워주는 자체 추진력이 있는 톱니바퀴라는 거예요.

"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싶다." 결국 동료가 동력이 됩니다. 같이 이야기하고 싶고, 같이 함께 하고 싶으니까 멈추지 못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거예요. 열심히 하고, 힘들고, 또 열심히 하고. 그걸 계속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역치가 높아진대요.

새벽까지 공부하는 사람의 솔직한 마음

이 사람도 피곤하대요. 원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인데, 매일 공부하느라 시간이 모자라서 새벽까지 하게 된다고. 아침엔 아이 밥 챙기고, 출근하고. 진짜 출퇴근이 힘든 사람인데, 회사가 피곤한 날에도 출근하게 하는 동력이 바로 이 학습 루프라는 거죠.

대학원도 가보고 싶다고 해요. 깊게 사고하는 훈련, 과제를 통해 더 많은 걸 생산하는 에너지가 지금 가진 것들과 붙었을 때 진짜 폭발할 것 같다고. (이 마음이 학창시절에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라는 말이 묘하게 공감돼요.)

그리고 하나 더 솔직한 마음. "나랑 함께 일하는 분들이 나와 대화할 때 답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걔랑은 말이 좀 통하네, 라고 느끼면서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업무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것도 매일 배우는 이유 중 하나라고요.

매일매일 부족하지만 매일매일 노력한다. 거창한 결론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이 루프를 돌리는 거예요. 근데 솔직히, 이 단순한 루프를 실제로 매일 돌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