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가 배송비 문턱을 9,900원으로 낮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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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마켓이 무료 배송 기준을 3만 원에서 9,900원으로 낮췄어요. 사실상 거의 모든 주문이 무료 배송인 셈이죠. 비슷한 시기에 컬리도 멤버스 회원 대상 2만 원 이상 무료 배송을 유지하고 있고, 네이버와 협업한 컬리N마트에서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하고 있어요.
반면 쿠팡은 정반대예요. 최근 와우 비회원 대상 무료 배송 기준을 '할인 전 금액'에서 '할인 적용 후 실결제 금액 19,800원 이상'으로 바꿨거든요. 겉보기엔 작은 변화인데, 실제로는 무료 배송 문턱을 높이는 방향이에요.
같은 커머스 기업인데 한쪽은 무료 배송을 확대하고, 다른 한쪽은 축소하고 있어요. 왜?
배송 밀도라는 게임 — 아파트 한 동에서 10개 배송 vs 10개 동에서 각 1개
배송의 효율은 결국 물량이 얼마나 밀집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어요. 아파트 단지에서 10개 박스를 각각 다른 동에 나눠 배송하는 것과, 한 동에서 10개를 한 번에 처리하는 것. 후자가 당연히 빠르고, 배송 건당 비용도 낮아지죠.
쿠팡 와우 멤버십이 처음 나왔을 때 월 회비가 2,900원이었어요. 당시 평균 배송비 3천 원보다 낮은 수준이라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어?"라는 비판이 많았죠. 근데 멤버십 가입자가 늘고 주문이 집중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배송 밀도가 올라가니까 물류 효율이 개선됐고, 비용 구조가 안정되면서 흑자 전환까지 이어진 거예요.
컬리도 비슷한 흐름이에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배송 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된 게 중요했을 가능성이 크죠.
오아시스의 선택도 이 맥락에서 읽혀요. 무료 배송 기준을 확 낮춘 건, 물량 증가 속도가 둔화된 상황에서 다시 밀도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에요. 중장기 손익 개선의 출발점을 '물량 확대'에 둔 셈이죠.
쿠팡은 이미 물량이 충분하니까 상황이 달라요. 무리한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여지가 생긴 거고, 배송 속도를 일부 조정하더라도 합배송을 확대해서 밀도를 더 끌어올리는 방식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멤버십 없이 무료 배송만 깔면 일어나는 일
여기서 갈리는 지점이 하나 더 있어요. 배송 밀도를 만들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문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건데, 그래서 고객을 묶어두는 유료 멤버십이 중요해지거든요. SSG닷컴과 G마켓이 유료 멤버십에 다시 도전하고, 네이버와 컬리가 멤버십 확장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근데 핵심은 구조예요. 멤버십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배송 밀도를 높여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야 해요. 직접 배송망을 보유하지 않은 SSG닷컴과 G마켓이 멤버십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채 혜택만 확대하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거든요.
오아시스처럼 전체 고객에게 무료 배송을 확대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요. 근데 고객을 묶어두는 힘은 약하죠. 조건이 바뀌면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니까요. (솔직히 9,900원 무료 배송 때문에 오아시스 쓰다가, 다른 데서 더 낮추면 바로 옮기잖아요.)
결국 멤버십이든 그에 준하는 장치든, 고객을 반복 구매 구조 안에 묶어두는 방식이 필요해요. 그래야 배송 밀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손익 구조도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쿠팡이 2,900원짜리 멤버십으로 시작해서 흑자까지 온 과정이 정확히 이 구조였어요. 오아시스와 컬리가 풀어야 할 숙제도 결국 같은 거예요. 무료 배송은 출발점일 뿐이고, 고객이 머무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