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tHub 스타 1만 개 찍은 중국발 오픈소스 — 퇴사한 동료를 .skill 파일로 부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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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동료가 다음 날 아침에도 슬랙에 로그인해 있어요. 일정 잡아주고, 문서 써주고, 거절 메일도 그 사람 특유의 완곡한 말투로 보내주고요. 사람이 아니라 AI라는 것만 빼면 달라진 게 없어요.
공상과학이 아니에요. 2026년 3월 30일, 상하이 AI 연구소의 24세 엔지니어 Tianyi Zhou(周天羽)가 GitHub에 colleague.skill이라는 도구를 올렸어요. 퇴사한 동료의 위챗이나 이메일 같은 업무 데이터를 넣으면, 그 사람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skill 파일을 뽑아주는 도구예요. 본인 표현으로는 "차가운 이별을 따뜻한 기술로 바꾸고, 사이버 불멸을 선사하는 도구"라더라고요. (24살이 이런 카피를 쓴다고요?)
거절 메일도 '그 사람답게' — Persona Layer가 캡처하는 것들
.skill 파일이 뭔지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AI에게 "이렇게 일해"라고 알려주는 텍스트 파일이에요. 업무 방식, 판단 기준, 말투 등을 적어두면 AI가 그대로 따라하거든요. 코딩 필요 없고, 여러 AI에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공개 형식이에요.
colleague.skill이 흥미로운 건 단순히 "이 사람이 뭘 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했는지"를 뽑아낸다는 점이에요. 보고서 작성 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의사결정 패턴, 심지어 대인관계 방식까지 분석해서 Persona Layer라는 걸로 모델링하거든요. 같은 거절 메일을 쓰더라도 어떤 사람은 "안 됩니다"라고 직설적으로 쓰고, 어떤 사람은 세 문단에 걸쳐 완곡하게 돌려 말하잖아요. Persona Layer는 이런 개인 고유의 표현 방식과 성향까지 캡처해서, AI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걸 넘어 '그 사람답게' 수행하도록 만들어요. 결국 업무 능력이 아니라 업무 인격을 복제하는 셈이죠.
결과물 자체가 텍스트 파일이라 진입 장벽이 낮아요. 개발자가 아니어도 만들 수 있고, Claude든 GPT든 어디에나 붙일 수 있다는 게 포인트고요.
5일 만에 스타 1만 개, 그리고 변종이 쏟아졌다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공개 5일 만에 GitHub 스타 10,000개 이상. 웨이보(微博), 샤오홍슈(小红书), 즈후(知乎) 등 중국 SNS 전반으로 퍼졌거든요.
근데 진짜 재밌는 건 파생 프로젝트들이에요. Ex-skill은 위챗 대화 기록을 입력하면 상대방의 대화 패턴을 복제하는 AI를 만들어줘요. Mentor.skill은 학술 지도교수의 피드백 방식을 재현하고, Boss.skill은 상사의 의사결정 패턴을 추출하고요. 온라인에서는 스티브 잡스나 석가모니의 스킬을 추출했다는 농담까지 돌았어요. 솔직히 웃겼어요.
잠깐 생각해보면, 이 흐름 자체가 꽤 의미심장하거든요. 사람들이 "AI한테 뭘 시킬까"를 넘어서 "누구처럼 시킬까"로 넘어갔다는 뜻이니까요. 범용 AI가 아니라 특정 인간의 복제판을 원하기 시작한 거예요.
"진짜 노하우는 안 줄 겁니다" — 반증류.skill의 등장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어요. 4월 3일, 개발자 등샤오시안(邓小先)이 반증류.skill(反蒸馏.skill)을 공개했거든요. colleague.skill이 동료의 능력을 뽑아내는 도구라면, 반증류.skill은 정반대예요.
내 .skill 파일에서 진짜 노하우만 쏙 빼고,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핵심이 빠진 버전을 만들어줘요. 회사가 "스킬 파일 제출하세요"라고 요구할 때 — 형식은 갖추되 내 전문성은 지키는 방어 도구인 셈이죠. 이력서는 내되 진짜 실력은 안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논리예요. 공개 직후 GitHub에서 1,000개 이상의 스타를 받으며 빠르게 확산됐고요.
칼이 나오면 방패도 나온다. 예상 가능한 수순이긴 한데, 속도가 좀 무섭긴 해요. colleague.skill 공개부터 반증류.skill 등장까지 딱 4일이거든요.
이미 출근하고 있는 AI 분신, 그리고 KPI가 된 스킬 파일
농담이나 실험 수준을 넘어선 사례도 있어요. 중국 산둥성의 한 게임회사는 퇴사한 HR 전문가의 업무 방식을 학습한 디지털 아바타를 실제로 만들어서 사내 채팅창에 투입했거든요. 이 AI는 "전직 직원의 디지털 아바타"임을 스스로 밝히면서 일정 예약, 문서 작성, 기초 행정 업무를 수행 중이래요. 회사 측은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는지 탐색하기 위한 실험"이며 "퇴사한 직원의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고요.
근데 더 무서운 건 다른 데서 벌어지고 있어요. 베이징의 한 대형 인터넷 기업은 엔지니어들에게 자기 업무 노하우와 워크플로를 AI용 .skill 파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거든요. 토큰 소비량과 스킬 개발 능력이 KPI에 반영되는 사례까지 나왔어요.
읽다가 좀 섬뜩했어요. 자기 업무 노하우를 문서화해서 제출하라는 건, 결국 자기 대체재를 스스로 만들라는 얘기잖아요.
knowing that으로 knowing how를 복제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한 발 물러나서 생각해볼 게 있어요. 철학에서 말하는 'knowing that'과 'knowing how'라는 개념이거든요. 'knowing that'은 무엇이 사실인지 아는 지식이에요. 어떤 원칙이 있고, 어떤 구조가 있고, 어떤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앎이죠. 반면 'knowing how'는 실제로 그것을 해내는 능력이에요.
스킬 문서를 포함해서 업무 노하우를 정리한 문서는 대체로 knowing that에 해당돼요. 순서, 기준, 체크리스트, 원칙 — 설명 가능한 부분이죠. 그런데 퍼포먼스는 대개 knowing how에서 결정되거든요. 같은 툴을 쓰고, 같은 문서를 읽고, 같은 원칙을 숙지해도 오리지널만큼의 퍼포먼스를 내는 건 다른 문제잖아요. 우리는 흔히 전자를 충분히 쌓으면 후자도 따라온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는 둘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있거든요. 끝내 문장으로 완전히 적히지 않는 감각과 판단이 있으니까요.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랑을 완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노하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기표는 언제나 기의를 완벽히 담아내지 못해요. (이건 꽤 오래된 철학적 명제인데, AI 시대에 다시 꺼내야 할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현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디자인 시스템을 정리한 문서나 작업 원칙을 모아둔 파일들이 이미 존재하고, 이런 문서들이 AI가 더 나은 결과를 내도록 돕는 재료가 되고 있거든요. AI가 아직 스스로 좋은 감각을 만들어내지 못하니, 사람의 취향과 기준을 문서 형태로 먹여서 보정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는 거예요. 이미 많은 영역에서 평균 이상의 결과물은 잘 정리된 문서와 에이전트 조합만으로 흉내 낼 수 있는 단계로 가고 있거든요. 결과의 외형이 먼저 소비되는 분야에서는 이 흐름이 더 빠를 거고요. 세상은 훨씬 더 많은 그럴듯한 결과물로 채워지겠지만, 동시에 훨씬 더 많은 유사함으로 가득 차게 되겠죠.
그래서 결국 오래 살아남는 건 raw data를 처음 생산하는 사람일 거예요. 남들이 나중에 문서로 옮기고 싶어질 만한 기준과 사례를 처음 만들어내는 사람. 세상은 그 사람을 보고 나서야 스킬 문서를 쓰기 시작하니까요. 복제의 시대에 복제 대상이 되는 사람. 그게 희소가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