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하나로 픽업 주문 2배 — 올리브영이 매장 탐색 UX를 다시 설계한 방법

올리브영 앱에 '올영매장'이라는 서비스가 있어요. 전국 1,400여 개 오프라인 매장 관련 정보를 앱에서 제공하는 건데, 단순한 매장 안내가 아니에요. 온라인에서 픽업 주문을 하든 매장을 직접 방문하든, 어디에서 쇼핑을 시작하더라도 끊김 없이 하나의 올리브영 경험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게 올영매장의 핵심 가치예요.

이번 글은 2025년 한 해 동안 올영매장이 어떤 방향성과 가설을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고도화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PM과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재고 정보는 충분했는데, 다음 행동이 없었다

고도화의 실마리는 '구매 가능 올영매장' 화면의 병목에서 시작됐어요. 트래픽이 가장 높은 화면이었거든요. 많은 고객이 매장 상품에 관심을 갖고 진입했지만, 그 이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이탈하고 있었어요. 재고 정보는 충분했지만, 다음에 뭘 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거예요.

올영매장 및 픽업 주문 화면, 2025년 픽업 주문 상승량

그래서 픽업 장바구니 담기 버튼을 전면에 배치했어요. 재고를 보여주는 것에서, 바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으로의 전환. 배포 한 달 만에 올영매장을 경유한 픽업 주문 건수가 2배 이상 늘었어요. 버튼 하나 추가한 결과? 아니에요. 구매 의향이 형성된 바로 그 순간에 다음 행동을 명확히 제시했기 때문이에요.

2024년이 데이터 정합성과 시스템 기반을 다지는 해였다면, 이제는 그 위에서 고객 행동을 유도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는 걸 확인한 과정이었죠.

매장에만 존재하던 정보 — 온라인으로 끌어올리기

문제가 하나 더 있었어요. 올리브영 각 매장은 고유한 프로모션과 혜택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특정 매장에서만 제공하는 할인 쿠폰, 증정품, 팝업 스토어, 체험 이벤트 같은 것들이 매달 수십 개씩 기획되고 있어요. 매장으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중요한 장치인데...

오프라인 매장 인쇄 연출물

이 정보가 대부분 매장 내 인쇄 연출물이나 구성원 설명에 의존하고 있었어요. 앱에서는 개별 매장의 혜택이나 콘셉트를 사전에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었죠. 고객은 방문을 미리 계획하기 어려웠고, 매장이 가진 고유한 혜택은 온라인에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어요. (1,400개 매장이 각각 다른 프로모션을 돌리고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그걸 볼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매장 프로모션이 온라인까지 확장된다면,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유입시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어요. 실제로 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을 모두 이용하는 옴니채널 고객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2030 고객층은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한 구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는 장소로 인식하거든요.

세 가지 가설을 세웠어요.

탐색 구조를 다시 정의하다 — 기능 단위에서 O2O 레이어로

올영매장 홈 화면

가장 큰 변화는 탐색 구조를 다시 정의한 거였어요. 그동안 매장 관련 경험은 기능 단위로 흩어져 있었거든요. 재고 확인, 픽업 주문, 매장 정보 — 각각 다른 경로를 거쳐야 했어요. 근데 매장 경험은 부분적인 기능이 아니라, 고객에게 독립적으로 전달되어야 할 하나의 O2O 레이어라고 봤어요.

앱 하단 Tab Bar에 '올영매장'을 독립 공간으로 배치했어요. 매장 탐색부터 혜택 확인, 구매·픽업, 실제 방문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하나의 여정으로 담아내려고요. 만들고 싶었던 건 고객이 "지금 매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를 궁금해하며 스스로 찾아오는 공간이었어요.

정보를 잘 보여주는 것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고객은 정보를 확인했을 때보다, '갈 이유가 생겼을 때'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했어요.

첫째, 콘텐츠. '이달의 스토어 콘텐츠'와 '색다른 매장'은 매장을 직접 가보고 싶은 경험의 공간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시도였어요. 트렌드팟, N성수처럼 올리브영만의 콘셉트를 가진 매장 이야기를 콘텐츠로 풀어내면서, 매장 방문이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되도록 했죠.

이달의 스토어 콘텐츠, 색다른 매장 소개 화면

관심 매장 소식 화면

둘째, 관심 매장의 혜택과 프로모션을 더 잘 보이게 만든 거예요. 고객의 생활권이나 일상 루틴과 연결된 매장을 중심으로, 매장 한정 증정품이나 지역 맞춤 할인 쿠폰을 우선 노출했어요. 매장마다 다른 혜택을 눈에 띄게 보여줘서, 고객이 특정 매장과 관계를 맺고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기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 거죠.

픽업 대시보드를 홈 최상단에 — 그런데 전환율은 기대만큼 안 올랐다

올영매장에서 직접적인 구매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은 '픽업'이라고 판단했어요. 고객이 올영매장에 진입했을 때 가장 먼저 인지해야 할 건 "여기서 바로 매장 픽업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어요.

올영매장 내 픽업 화면

상태별 픽업 대시보드 화면

픽업 대시보드를 홈 최상단에 배치한 건 단순히 픽업 주문 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픽업은 온라인에서 시작된 구매 의도를 매장 방문이라는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는 접점이니까요. 기존에는 마이페이지나 카카오 알림으로만 픽업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올영매장 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바로 확인 가능하고 주문 상태에 따라 다음 행동도 명확히 이어지는 구조가 됐어요.

트래픽 관점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어요. 직접 유입 비중이 약 10%p 증가했고, 2025년 월별 PV/순 방문자 수/MAU가 우상향으로 성장했어요. 올리브영 전체 UV 대비 올영매장 UV 비중도 성장했고요.

근데 솔직한 이야기를 하면, 픽업 주문 전환율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어요.

올영매장 진입 대비 개선 전후 픽업 전환율

접근성과 전환은 다른 문제였거든요. 올영매장의 인지도와 접근성은 개선됐지만, '픽업으로 구매해야 하는 이유'까지는 설득하지 못한 거예요.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고객의 행동 패턴을 바꾸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있고요.

픽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지금 이 순간 픽업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이해하는 것. 전혀 다른 문제더라고요.

남은 과제 — 인지도가 아니라 재방문율, 트래픽이 아니라 전환

관심매장 등록 비율

관심 매장 설정을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한계가 있었어요. '아직 아무 설정도 하지 않은 첫 방문자에게 어떤 즉각적인 이득을 줄 수 있는가?' — 설정을 마친 고객에게만 가치가 작동하는 구조로는 첫 방문자를 붙잡기 어렵거든요. 설정 이전에도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해요.

재고가 한정된 상황이나 빠른 수령이 필요한 순간처럼, 픽업이 자연스럽게 더 유용해지는 상황을 설계하는 실험이 다음 과제예요. "왜 매장에 가야 해?"라는 질문에 더 설득력 있는 답을 만들어야 하죠.

목표도 바뀌었어요. 인지도가 아닌 재방문율, 트래픽이 아닌 전환, 기능이 아닌 습관. 한 번의 선택이 반복되는 습관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게 다음 단계예요. 버튼 하나로 주문을 2배 늘린 건 출발점일 뿐이에요. 진짜 어려운 건, "왜 지금 이 매장이어야 하는지"를 매번 다른 맥락에서 설득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