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10주년 — 바둑판 위의 충격이 우리 일상으로 번지기까지

이세돌 vs 알파고

2016년 3월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이세돌 9단과 딥마인드의 아자황 박사가 바둑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어요. 4시간 뒤 그 대국장에는 놀라움과 아쉬움, 그리고 두려움이 공존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어요. 벌써 10년 전의 일인데, '이게 보통 일로 끝나지는 않겠다'는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더라고요.

대국장 전경

5일간의 감정 변화 — 놀라움에서 공포로

첫날은 "조금 놀랍지만 컴퓨터가 대단하다"는 인상이었어요. 둘째 날부터 공기가 달라졌어요. 서서히 공포가 다가오기 시작했거든요. 셋째 날에는 '이제 이겨낼 수 없다'를 인정하는 분위기. 바둑계에서는 "끝장이다"라는 말이 나왔고, 세상은 "다음은 내 분야 차례인가?"를 스스로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알파고 대국 현장

네 번째 대국에서 반전이 일어났어요. 이세돌 9단의 역사적인 78번째 수. '신의 한 수'가 알파고의 허점을 찔렀고, 알파고가 돌을 던지자 현장 취재진은 모두 환호했어요. 구글과 딥마인드 직원들도 기뻐했거든요. 인간의 승리. (읽으면서 좀 뭉클했어요.)

대국장 모습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보다 많다

잠깐 기술 얘기를 하자면, 체스는 1997년 IBM 딥블루 이후로 사실상 인간을 넘어섰어요. 근데 바둑은 달랐어요. 연산 규모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체스는 20수 정도 보면 윤곽이 잡히지만, 바둑은 200수 이상 두어야 한 판이 끝나고 모든 돌이 같은 가치를 가져요.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개수보다 더 많다"고 했는데, 과장이 아니에요. 알파고는 한 달 동안 100만 개의 기보를 학습했어요. 1년에 1천 번 바둑을 둔다고 해도 1천 년이 걸리는 경험의 양.

다시 본론으로 오면, 알파고는 바둑의 규칙을 아는 게 아니었어요. 바둑을 이기는 사람들이 각 상황에서 다음 돌을 어디에 놓는지를 학습한 것에 가까웠어요. 수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게임 전체 흐름을 읽도록 학습됐기 때문에 바둑의 깊이도 동시에 체득한 거예요.

기술 숙제는 풀고 있다, '함께 사는 법'은 아직이다

알파고 이후 10년. 자율주행, 음성 인식, 생성형 AI까지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걸 바꿔놓고 있어요. 알파고가 직접 바꾼 건 아니지만, 2016년에 구글이 텐서플로를 공개하면서 누구나 머신러닝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알파고를 통해 그 가능성의 크기가 증명된 거예요.

기술 시장에 던진 숙제는 부지런히 풀어내고 있어요. 기대 이상으로 빠른 성과들이 나오고요. 근데 알파고가 던진 또 하나의 숙제 — 인공지능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 에 대한 답은 아직 없어요. 오히려 지금은 뒤를 돌아볼 시간에 달려나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공포가 더 크잖아요.

이세돌 9단이 남긴 말이 있어요.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두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둑의 아름다움을 알지는 못한다." 바둑계는 그 말을 붙잡고 10년 동안 AI를 발전의 계기로 삼았어요. 인공지능과의 훈련으로 새로운 기풍이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이제 우리 차례예요. 78번째 '신의 한 수'를 둘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