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결과물을 안 읽고 넘기면, 검증은 받는 쪽이 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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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e Seo 가 Meat Proxy 라는 신조어를 소개했어요. AI 가 뱉은 결과물을 읽지도, 이해하지도, 검증하지도 않고 그대로 타인에게 넘기는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동료의 질문을 AI 에 넣고 나온 답변을 복붙해서 답장하는 경우, 에이전트가 짜준 코드를 읽어 보지도 않고 PR 설명까지 써달라고 한 뒤 동료에게 코드 리뷰를 요청하는 경우가 예시로 나와요. 슬로건은 "AI is a tool. You shouldn't be." 한 줄이고요.
글은 이걸 성숙한 자세와 배려의 문제로 풀어요. 저는 다르게 봅니다. 예절에 호소해서 고쳐진 팀 습관을 본 적이 없거든요. 이건 회계 문제예요. AI 결과물에는 검증 비용이 붙어 있고, 넘기는 사람이 안 치르면 받는 사람이 치른다는 것. Dale Seo 도 코드라면 검증 부담을 고스란히 동료 개발자에게 전가하는 거라고 짚는데, 저는 그 한 줄이 이 글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단답형 질문에 전문 용어 섞인 장황한 답변이 돌아올 때의 피로감도 같은 비용의 다른 얼굴이죠.
왜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지를 봐야 해요. 게을러서가 아니라, 대부분 리뷰 큐가 밀리고 AI 를 쓰라는 압박은 있는데 검증할 시간은 배정되지 않은 팀에서 벌어지는 일이거든요. 회사가 속도만 재고 검증은 안 재면 검증은 항상 안 보이는 쪽, 그러니까 받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개인의 분별력에 맡기면 가장 바쁜 사람이 가장 먼저 Meat Proxy 가 돼요.
제일 아픈 지점은 따로 있어요. 하는 일이 AI 응답을 중계하는 것뿐이라면 자신이 AI 에 대체 가능한 존재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는 것. 동료는 차라리 AI 에게 직접 물어볼걸 하게 되겠죠. 협박이 아니라 정확한 관찰이라고 봐요. 중계에는 부가가치가 없으니까요.
저라면 이렇게 하겠어요. 리뷰 요청과 답변에 "내가 직접 확인한 것" 한 줄을 규칙으로 붙이는 거예요. 실행해봤는지, 어느 부분을 읽고 어느 부분을 덜어냈는지, 어디가 자신 없는지. 그 줄이 비어 있으면 리뷰어는 읽지 않고 되돌려 보내고요. 예절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템플릿의 빈칸은 누구에게나 같잖아요. Meat Proxy 를 없애는 건 성숙함이 아니라, 검증했다는 표시가 없으면 넘길 수 없게 만드는 아주 작은 규칙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