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대 리브랜딩은 안쪽에 묻고 바깥을 위해 그렸다

1년간 제작된 새 브랜딩은 왜 6일만에 버려졌나

1870년과 2003년. 미국 텍사스의 트리니티대학교(Trinity University)가 새 로고를 두고 벌인 논쟁은 이 두 숫자의 싸움이었습니다. 학교가 새로 꺼낸 태양 문양은 설립 이듬해인 1870년 공식 인장에 처음 등장한 상징이고, 동문들이 돌려 달라고 한 머치슨 타워 로고는 2003년에야 공식 로고가 됐습니다. 기록으로 보면 태양이 133년 앞섭니다. 그런데 7월 29일 공개된 새 로고는 8월 4일, 엿새 만에 굿즈 주문이 멈췄고 브랜드 공개 행사는 연기됐습니다. 오래된 쪽이 진 겁니다.

트리니티대학교의 이전 로고와 새 로고

이 사건을 정리한 브런치 글의 진단은 명료합니다. 학교는 약 1년 동안 학생, 교직원, 동문, 이사회 구성원 등 30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157년 역사를 뒤지고, 여러 차례 초안을 다듬고, 외부 브랜딩 회사 두 곳과 일했지만, 중요한 건 참여자 수가 아니라 질문의 내용이었다는 것. 학교의 장점과 인상을 묻는 것과 타워에 얼마나 애착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다른 조사이고, 새 콘셉트에 공감하는지 묻는 것과 완성된 로고가 설명 없이도 트리니티처럼 보이는지 검증하는 것도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저는 이 진단에 동의하면서, 한 칸을 더 그어 보고 싶습니다. 누구에게 물었느냐의 칸입니다.

목표는 바깥에 있었고, 질문은 안쪽에 있었다

학교가 로고를 바꾼 이유는 둘이었습니다. 하나는 더 오래된 역사로 돌아가는 것, 다른 하나는 차별화입니다. 종탑과 시계탑은 많은 대학이 쓰는 흔한 상징이라 다른 학교와 구분하기 어려웠고, 학교는 전국적으로 눈에 띄는 정체성을 원했습니다. 저는 이 둘째 목표가 누구를 향하는지에 주목합니다. 구분이 필요한 건 트리니티를 이미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사람입니다. 다른 지역의 고등학생과 학부모처럼, 여러 대학 로고를 나란히 보게 될 바깥 사람들이죠.

그런데 1년 동안 물은 300명은 전부 안쪽 사람이었습니다. 학생, 교직원, 동문, 이사회. 바깥을 위한 목표를 세워 놓고 안쪽에만 물은 셈입니다. 그 결과 두 위험 모두 직접 재지 못했습니다. 바깥 사람들에게 새 로고가 정말 트리니티를 다른 대학과 구분해 주는지는 시험하지 않았고, 안쪽 사람들에게는 장점과 인상을 물었을 뿐 타워를 잃는 걸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공개 직후 쏟아진 반응, 호텔이나 은행이나 기술기업 같다는 말은 바깥의 눈으로 봐도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설명을 들은 사람과 듣지 못한 사람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이사는 처음부터 새 로고를 좋아한 게 아니라, 태양이 학교 역사에서 얼마나 자주 쓰였는지 설명을 들은 뒤에 공감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내부 참여자들은 1870년 인장, 건축가 오닐 포드가 설계한 캠퍼스의 미드센추리 모던 패턴에서 가져온 24개의 삼각형, 캠퍼스 건물과 안내판에서 빌려 온 글자체까지 다 들었습니다. 동문은 완성된 결과물부터 봤고요.

1870년 트리니티대학교 공식 인장

저는 여기서 실무적인 교훈을 하나 뽑습니다. 설명을 들어야 납득되는 로고라면, 그 설명을 로고와 같은 날, 같은 크기로 내보내야 합니다. 인장 속 태양이 캠퍼스 곳곳의 출판물과 시각 자료에 반복해서 쓰였다면, 공개 전에 그 흔적을 먼저 보여 주는 캠페인이 가능했을 겁니다. 동시에 그 설명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로고는 대부분 설명 없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1870년은 왜 2003년을 이기지 못했나

브런치 글은 이 충돌을 기록 속 역사와 기억 속 역사의 차이로 설명합니다. 저는 '기억'이라는 말이 조금 약하다고 봅니다. 머치슨 타워는 캠퍼스 중심에 지금도 서 있는 166피트 높이의 건물이고, 학생들은 매일 그걸 보며 지냈고, 예전에는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 타워에 오르는 전통까지 있었습니다. 동문에게 타워는 지나간 기억이 아니라 캠퍼스에 가면 다시 보이는 현재입니다.

캠퍼스 중심에 서 있는 머치슨 타워

사진: Samuel Damon,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그러니 이 싸움은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았습니다. 태양은 자료실에 있고 타워는 하늘에 있습니다. 로고에서 타워를 지운다는 건 사람들이 매일 보는 풍경과 다른 상징을 내미는 일이고, 1870년이라는 근거가 아무리 정확해도 그 풍경을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학교가 버틴 논리,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적응할 거라는 기대가 이번에 유독 약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봅니다. 새 로고에 대한 반발은 흔하고,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 결정을 며칠 만에 되돌리는 기관은 드뭅니다. 보통 그 기대가 맞는 건 옛 상징이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간판이 바뀌고 포장이 바뀌면 몇 달 뒤엔 옛 모습이 기억에서 흐려지죠. 트리니티에서는 옛 상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166피트짜리 타워는 내일도 캠퍼스 한가운데 서 있을 것이고, 사람들은 새 로고를 볼 때마다 그 옆에서 옛 로고의 실물을 함께 보게 됩니다. 적응을 기다리는 동안 매일 반대편 증거가 쌓이는 싸움이었던 셈입니다.

학교는 지금 새 로고를 고칠지, 타워를 되살릴지, 전혀 다른 방향을 택할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고른다면 셋 중 하나가 아니라 쓰임을 나누는 쪽입니다. 바깥을 향한 자리, 입학 홍보처럼 다른 대학과 나란히 놓이는 곳에서는 차별화된 태양을 쓰고, 안쪽을 향한 자리, 동문 행사와 굿즈처럼 소속감이 중요한 곳에서는 타워를 남기는 겁니다. 두 상징이 각자 맞는 청중을 갖게 하면, 이번에 섞여 버린 두 목표를 다시 분리할 수 있습니다.

상징은 공개일에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매일 보는 것이 바뀔 때 바뀝니다. 태양이 정말 트리니티의 얼굴이 되길 원한다면, 로고를 갈아 끼우기 전에 캠퍼스의 일상 속에서 먼저 그 태양을 만나게 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