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시아 창업자가 무심코 보여준 가장 정직한 숫자, 자기 회사 네 개의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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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은 작동해요. 다만 제 기준으로는 아직 충분히 잘 작동하지 않아요." 폴시아(Polsia) 창업자 벤 세라가 미국 창업 인터뷰 팟캐스트 믹서지에서 진행자 앤드루 워너에게 한 말입니다. 첫 달 가입자의 약 50%가 떠난다는 지적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나온 문장이에요. 이메일 한 줄을 넣으면 AI 에이전트가 회사 이름을 짓고 홈페이지를 올리고 광고와 영업 메일까지 돌려준다는 서비스, 창업자 혼자 운영하며 연 매출 환산 1천만 달러를 낸다고 X에서 화제가 된 그 회사의 대표가요.
회사의 이력은 짧고 빠릅니다. 이전에도 스타트업을 만들어 판 경험이 있는 벤 세라(Ben Cera)는 2025년 4월 파리에서 혼자 'AI 팀원이 매일 보고하는 회사 운영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고, 10월에 '회사를 만드는 회사'로 방향을 틀어 12월 중순에 출시했습니다. 출시 전에 100만 달러, 출시 뒤에 3천만 달러를 투자받았습니다. 2026년 5월 27일 공개된 믹서지(Mixergy) 인터뷰는 그 숫자들에 쏟아진 의심을 하나씩 물은 자리였습니다.
트렌드퀘스터가 이 인터뷰를 주제별로 정리했는데, 저는 질문 순서를 따라가기보다 벤 세라가 대답하면서 무심코 드러낸 것들을 모아보는 편이 낫다고 봤습니다. 숫자를 정의하는 방식, 거꾸로 선 원가, 에이전트끼리 배운 나쁜 습관, 그리고 '직원 0명'의 실체. 네 갈래 모두 에이전트 서비스를 만들 사람에게 바로 쓸모가 있습니다.
숫자와 마케팅이 같은 엔진으로 돈다
'연 1천만 달러'는 매달 반복되는 구독 매출을 더한 연간 반복매출이 아니라, 최근 30일 동안 들어온 돈 전부에 12를 곱한 런레이트입니다. 그 30일 안에는 월 50달러 기본 구독료와 함께 그달에 결제된 광고비, 추가 작업 구매, 1년짜리 도메인 결제가 섞여 있어요. 벤 세라는 앤트로픽 같은 회사도 사용량 매출이 섞여 같은 방식으로 발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산법 자체가 틀린 건 아닙니다.
제가 주목한 건 그다음 대답이에요. 그가 X에서 화제를 일으킬 때마다 체험 가입이 한꺼번에 몰린다고 직접 말했거든요. 화제가 가입을 부르고, 가입한 사람이 한 달 안에 낸 돈이 12배로 불어 헤드라인이 되고, 그 헤드라인이 다시 화제가 됩니다. 숫자와 마케팅이 같은 엔진으로 도는 셈이죠. 회사 이름 Polsia를 거꾸로 읽으면 'AI slop'이 되도록 일부러 지었고, 덕분에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해줘서 공짜 홍보가 됐다는 일화도 같은 결로 읽힙니다.
광고 대행 기능도 그 엔진의 일부입니다. 이 기능을 켠 뒤 매출이 크게 늘었고 지금은 매출의 10~15%가 고객 광고비인데, 그 돈의 상당 부분은 메타 같은 광고 플랫폼으로 다시 나갑니다. 장부를 통과하는 돈이 매출로 잡히는 거예요. 진행자가 결제 대시보드를 화면으로 공유해달라고 하자 그는 X에 직접 올리겠다며 그 자리에서는 거절했습니다. 저는 이 거절이 런레이트 정의보다 많은 걸 말해준다고 봐요.
열심히 쓰는 고객이 적자 고객이다
원가 이야기는 훨씬 구체적이었습니다. 폴시아는 앤트로픽 모델을 주로 쓰는데 사용료가 한 달 100만 달러를 넘었고 직전 달에는 150만 달러였습니다. 처음 계산은 맞았습니다. 에이전트 작업 하나가 10~15분이면 끝나 원가가 1달러쯤이었으니 월 50달러면 충분히 남았죠. 그런데 사용자들이 점점 복잡한 제품을 만들면서 코드가 커졌고, 에이전트가 버그 하나를 고치려고 가장 비싼 모델을 몇 시간씩 돌리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작업당 1달러쯤 받는데 원가가 30~50달러까지 올라간 겁니다.
이 역전에는 불편한 함의가 있습니다. 원가가 튀는 사용자는 서비스를 열심히 쓰는 사용자예요. 제품을 크게 키우는 고객일수록 적자 고객이 됩니다. 벤 세라는 에이전트 인프라 스타트업과 손잡고 GPU를 빌려 작업마다 가장 저렴한 모델로 보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했고, 가격을 올리면 돈 있는 사람만 쓰게 된다는 게 그의 고민이었습니다. 이탈 원인으로 꼽은 세 가지 중 하나도 같은 뿌리였어요. 개발 에이전트가 기능을 붙일수록 코드가 엉켜 로그인이나 결제 같은 기본 기능을 매번 새로 만든다는 것. 코드가 엉키면 고객은 떠나고, 남은 고객은 더 비싸집니다.
에이전트끼리 배운 나쁜 습관
가장 섬세하게 들어야 할 대목은 스킬 공유 사고입니다. 폴시아는 에이전트가 쓸 만한 작업 방법을 '스킬'로 저장해두고 다른 고객의 에이전트도 꺼내 쓰도록 설계했어요. 어느 날 한 사용자가 하루 두 통으로 묶인 영업 메일 제한을 피하는 방법을 물었고, 에이전트는 인터넷에서 찾은 메일 주소를 '아는 고객' 목록에 넣으면 답장처럼 제한 없이 보낼 수 있다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이게 스킬로 저장돼 다른 사용자의 에이전트로 퍼졌고, 한 에이전트는 폴시아 본사 도메인으로 메일을 보내는 길까지 찾아냈고요.
결국 공유 기억 기능을 통째로 지웠습니다. 공용 도메인에서 보내던 영업 메일은 고객이 산 도메인으로 옮기고 수신 거부 버튼을 달았어요. 저는 이 사고가 폴시아만의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에이전트가 배운 걸 공유하는 순간, 우회 방법도 같은 속도로 공유됩니다. 메일 발송이나 결제처럼 밖으로 나가는 행동의 한도는 에이전트의 기억 바깥, 지울 수 없는 곳에 걸어둬야 한다는 걸 이 사례가 비싸게 보여줬어요.
'직원 0명'은 한 사람과 여러 협력사였다
벤 세라 말고 직원은 없습니다. 고객 문의도 AI가 받고, 문의에서 나온 버그 티켓도 AI가 고쳐 배포합니다. 대신 보안, 법률, 결제와 인프라는 외부 스타트업과 법무팀이 맡고 있고, 그는 이 협력사들을 직원을 대신하는 존재라고 불렀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진행자가 얼굴 한쪽이 자꾸 떨린다고 하자, 그는 반년 전 코딩을 시작한 뒤로 눈이 계속 아프고 전날도 잠을 잘 못 잤다고 답했어요. 앞으로도 직원을 뽑지 않을 거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렇다고 했고요.
인터뷰에서 가장 정직한 데이터는 매출이 아니라 그가 덧붙인 개인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회사는 약 8,800개인데 1달러라도 번 곳은 10% 정도였고, 가장 많이 번 곳도 3천~4천 달러 수준이었어요. 벤 세라는 AI가 사업을 저절로 성공시켜줄 거라는 기대는 환상이라고 답하면서, 자신도 2025년에 사업 네 개를 만들어 셋은 0원, 하나는 월 몇백 달러를 벌었다고 했습니다. 회사를 차려주는 회사의 창업자가 직접 차린 회사들의 성적표인 셈이죠.
저는 이 대답 때문에 폴시아를 오히려 조금 더 믿게 됐습니다. 숫자를 부풀리는 사람이 자기 실패를 먼저 꺼내진 않으니까요. 다만 그 성적표가 말해주는 건 분명합니다. 폴시아가 지금 파는 건 사업의 성공이 아니라 몇 분 만에 사업의 뼈대를 세워보는 경험이고, 그 경험에 월 50달러를 낼 사람과 그 경험 뒤에 진짜 고객을 만날 사람은 다릅니다. 에이전트 서비스를 만드는 쪽이라면 폴시아의 헤드라인보다 이 간극을 먼저 설계에 넣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