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4색 로고가 구글 패밀리에 끼었다 — 앱 아이콘 리뉴얼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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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카페 앱 아이콘이 바뀐 날, 커뮤니티 반응이 묘했어요. "이거 제미나이 아닌가?"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실제로 구글 서비스 아이콘 사이에 다음 로고를 끼워 넣으면 한 가족처럼 보이거든요. 의도한 건 절대 아닐 텐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어요.
다음 카페 앱 아이콘을 처음 봤을 때 바로 든 생각이 '컬러가 제미나이같다'였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왜 그렇게 느꼈을까 뜯어보니까 이유가 보이더라고요. 다음이 새로 선택한 컬러 조합이 구글과 유사해진 거예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그리고 색상 말고 진짜 문제는 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지난해 말 11년 만에 카카오에서 분리된 다음은 독자적인 경영 체계로 새출발을 알렸어요. 그에 맞춰 디자인도 재정비했는데, 이게 사실 두 번째 시도예요.
딥블루 한 색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이유
다음의 로고 변천사를 보면 고민의 궤적이 보여요. 10년 넘게 쓰던 4색 로고를 2025년에 딥블루 단색으로 바꿨거든요. 당시 다음이 밝힌 이유는 세 가지였어요.
문제점 자체는 다 납득되는 이유예요. 근데 해법이 과했어요. 딥블루 하나로 통일하면서 다음이 20년 넘게 쌓아온 고유한 개성이 증발해버렸거든요. 가라앉은 분위기. 차분한 게 아니라 침울한 쪽이었어요.
1년 후인 2026년, 다음은 다시 한번 디자인을 재정비하면서 이렇게 소개했어요. "딥블루 단색 컬러에 대한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귀 기울였다. 다만 과거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익숙함은 지키되 더 또렷하고 단정하게 정리했다." 사용자의 의견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고, 원래의 가치를 다시 살리면서 새롭게 다듬기도 했어요. 여기까진 좋았어요. 문제는 그다음에 생긴 거예요.
RGB 52 vs 24 — 그린 한 색이 만든 나비효과
다음과 구글은 둘 다 4색 그라데이션을 쓰고 있어요. 여기서 "그건 원래 다음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맞아요. 4가지 컬러는 2000년대부터 갖고 있었던 다음의 고유한 개성이에요. 오히려 그라데이션은 구글이 최근 들어서 새롭게 반영하고 있는 속성이에요. 구글이 분리된 4색 로고를 그라데이션으로 업데이트한 건 바로 작년인 2025년 일이고, 제미나이도 그때 기존 블루 위주 컬러에서 구글 4색이 반영된 컬러로 변경됐어요.
그러니까 다음 잘못이 아니에요. 원래의 디자인에서 색상만 조절했을 뿐인데, 하필이면 구글이 같은 방향으로 먼저 움직인 거예요. 타이밍의 비극이죠.
구글의 4색과 다음의 4색을 컬러 칩으로만 전후 비교해 보면 차이가 선명해요. 이전 다음 4색은 비교적 밝기가 높고 차분한 톤이었어요. 변경된 다음 4색은 보다 또렷하고 선명한 톤으로 개선됐어요. 다음이 의도했던 대로죠. 다만 전에 비해 구글 4색과 상당히 유사해졌다는 부작용이 생겼어요.
가장 큰 차이를 만든 건 그린이에요. 기존 다음 그린은 옐로우에 훨씬 가까운 색이었는데, 블루를 가득 품으면서 다음이 갖고 있던 고유 인상이 확 달라져 버렸어요. 스포이드로 찍어보면 구글 그린은 RGB(52, 168, 83)이고 새로운 다음 그린은 RGB(24, 187, 104)예요. 다음 쪽이 오히려 구글보다 훨씬 푸른 그린이에요. (이 정도면 구글이 "우리 색 베꼈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 아닌가요.)
2026 그린 컬러 트렌드를 분석해 보면 브랜드 성격에 따라 차이를 결정하는 지점이 바로 블루 값이에요. 주로 현대적이거나 기술적인 성격을 가진 브랜드들이 블루 값이 높은 그린을 사용하고 있어요. 다음도 아마 비슷한 맥락에서 색상을 조정했을 거예요. 전략적으로는 이해되지만, 결과적으로 구글과의 거리가 좁혀진 셈이에요.
진짜 문제는 색이 아니라 앱 아이콘 구분이 안 된다는 거
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건 다음의 새 로고가 구글과 비슷하다는 게 아니에요. 다음의 브랜드와 서비스가 가져야 할 차별화 문제예요. 다음 메일, 사전, 카페. 완전히 다른 서비스인데 앱 아이콘을 나란히 놓으면 구분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게 더 큰 문제예요.
4색 그라데이션 배경에 흰색 아이콘을 얹은 문법 자체는 합리적이에요. 문제는 이 디자인 문법이 모든 서비스에 걸쳐 동일하게 적용되니까 진짜 문제가 드러난다는 거예요. 4색 배경의 힘이 너무 강해서 흰색 개별 아이콘이 충분한 분별력을 갖지 못하고 있어요. 멀리서 보면 전부 같은 앱이에요.
이 선택은 다음의 운영사인 에이엑스지(AXG) 산하 서비스에 통일성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여요. 현재 에이엑스지 소유의 앱은 다음, 메일, 사전, 카페, 티스토리 이렇게 5가지인데, 티스토리는 아직 앱 아이콘이 업데이트되지 않았지만 다음 포털의 전체 서비스 메뉴를 보면 동일한 방식으로 아이콘 디자인이 반영되어 있어요.
통일성. 좋은 목표인데, 이게 유일한 방법은 아니잖아요.
네이버는 같은 문제를 다르게 풀었다
네이버를 보면 접근이 달라요. 메인 포털 앱에 시그니처 그린을 배경색으로 깔았고, 개별 서비스에는 흰 배경 위에 그린 위주로 디자인된 아이콘을 사용하고 있어요. 최근 리브랜딩을 진행했거나 비교적 근래에 새롭게 출시한 서비스 아이콘을 보면 더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요 — 네이버의 그린이라는 큰 스펙트럼 안에서 개별 서비스마다 확연히 다른 개성을 부여한 거예요. 블랙을 배경으로 쓰는 경우도 늘었고요.
네이버의 브랜딩 문법을 크게 보면, 통일성은 색상으로 잡고 차별성은 로고라는 형태로 가져가고 있어요. 배경색은 개성을 가져가기보다 로고를 받쳐주는 역할이에요.
다음은 정반대를 택한 셈이에요. 배경(4색 그라데이션)이 주인공이고 개별 아이콘은 조연이 돼버렸어요. 애초에 다음 로고 리뉴얼에 대해 논하게 된 이유가 다음 카페 앱 아이콘이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세요. 사용자들이 어색하다고 느낀 건 색상 자체가 아니라 앱 아이콘의 정체성이 안 읽혔기 때문이에요.
네이버가 정답이라는 건 아니에요. 근데 다음의 선택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다 보니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저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모든 고민은 이해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이건 시간 문제이기도 해요. 카카오에서 분리된 시점부터 디자인이 리뉴얼된 시점의 기간 차이를 보면 깊이 있는 브랜딩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어요. 브랜딩은 원래 오래 걸리는 프로젝트거든요. 색상 하나 바꾸는 게 아니라 "이 브랜드가 뭘 의미하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정의하는 일이니까요.
다음의 선택 과정을 유추해 보면 모든 고민 지점이 이해돼요. 사용자 피드백 반영, 고유 아이덴티티 회복, 서비스 통일성 확보. 하나하나 다 맞는 방향이에요. 문제는 그걸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면에서 충분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래서 브랜딩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 방향이 맞아도 실행에서 미세한 차이가 전부를 갈라놓으니까요.
아쉬운 새출발이에요.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디자인이지만, 그 선택의 과정을 유추해 보면 이래서 브랜딩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어요.
다음에는 진짜 "다음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색이 아니라 태도에서 구글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