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걸리던 200개 아이콘 작업이 2주가 된 이유
![]()
오늘의집 그래픽 디자이너 루카가 몇 년 전, 다른 플랫폼에서 홈 화면용 3D 아이콘 20여 개를 그렸던 적이 있대요. 기획부터 실제 제작까지 3개월 넘게 걸렸어요.
이번엔 200여 종. 혼자서. 2주.
같은 사람이 같은 일을 했는데 시간이 6분의 1로 줄었어요. AI가 빨라서가 아니에요. 실제로는 좀 더 묘한 이야기예요.
200여 종이 진짜 문제였어요
오늘의집 홈이 개편되면서 카테고리 아이콘이 홈 화면 전면에 배치됐어요. 기존엔 세부 메뉴를 거쳐야 보이던 아이콘인데, 그대로 쓰기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답니다.

근데 진짜 문제는 규모. 오늘의집이 생활 전반을 다루는 커머스 플랫폼이다 보니 카테고리 아이콘 종류가 200여 종이 넘었거든요. 이걸 전부 재촬영하거나 그래픽으로 새로 제작? 그래픽 디자이너 혼자서요? 리소스 측면에서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AI의 도움. 일정한 퀄리티의 사진형 그래픽 에셋을 생성할 수 있는 GPT 기반 이미지 봇을 만들고, 이걸로 에셋을 생성하는 방식이었어요.
'느좋'이라는 단어가 핵심
루카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좀 의외예요. 자기 자신한테 물어본 거예요. 내가 '좋다'고 판단하는 이미지가 도대체 뭔지.
'느좋'이라는 말 있잖아요. 어떤 인물이나 공간을 두고 '느낌이 좋다'는 뜻인데, 이 말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달라요. 멋지고 쿨한 느낌이라는 건 다들 공감하는데, 그 실체는 각자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거든요.

AI도 똑같아요. 우리가 '느좋'이란 말을 각자 해석하듯, AI도 좋은 이미지에 대한 세부 가이드를 안 주면 자기 멋대로 해석해버려요. 그래서 막연한 직감을 구체적 데이터로 바꾸는 작업이 먼저 필요했답니다. 여러 플랫폼·리빙 편집샵에서 좋다고 느꼈던 상품 이미지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LLM 도움받아 분석해 공통점을 도출했어요.

분석으로 나온 4가지 룰
이게 더 이상 주관적인 '느낌이 좋음'이 아니에요. 균일한 이미지 에셋을 만드는 규칙이자 토대가 된 거예요.
텍스트 룰만으론 부족했어요
가이드를 프롬프트로 만들어 GPT 봇 지침으로 입력. 근데 정교화가 필요했어요. "소실점이 없는 정투영 구도", "수직·수평 정렬 유지" 같은 텍스트만으로는 통일된 이미지 생성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명과 각도 기준을 더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여러 이미지 레퍼런스를 Good 케이스와 Bad 케이스로 분류해 입력. 각 이미지가 왜 Good인지 Bad인지를 AI가 스스로 분석하도록 시켰답니다.

각도에 대한 Bad 케이스 정의는 이렇게 명시적이에요.
Good 기준도 같은 방식.
여기서 중요한 관점 전환이 있었어요. '이 스타일대로 만들어라'가 아니라, '이 범위 안에서 만들어라'. AI 생성 방향을 정의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거예요.

Claude로 프롬프트 강제성 높이기
프롬프트 자체를 더 정교하게 다듬는 데는 Claude의 도움. 텍스트 기준을 명령형으로 바꾸고, "소실점 없음"보다 "소실점이 없는 정투영 구도인가?"처럼 GPT가 이미지 생성 전에 스스로 검토하게 만드는 방식. 강제성이 올라가면서 준수율도 올라갔답니다.
자가 체크리스트도 추가. 이미지 생성 전 5가지 항목을 순서대로 통과하도록 구조화했어요.
``` [1] 카메라 각도가 정면인가? 사선·회전 요소가 없는가? [2] 소실점이 없는 정투영 구도인가? [3] 상하 폭이 동일하고 사다리꼴 변형이 없는가? [4] 수직선과 수평선이 완전히 정렬되어 있는가? [5] 오브젝트가 단일이고 중앙에 배치되어 있는가?
하나라도 NO면 → 해당 이미지를 실패로 간주, 즉시 폐기 →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자동 재생성 반복 ```
조명 가이드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 추가. 모든 시각 자료는 PDF 형태로 GPT 빌더의 참고 자료로 등록했어요.
카테고리 아이콘 기능에 맞춘 추가 규칙
구도와 조명 외에 '카테고리 아이콘'이라는 기능에 맞는 룰이 더 필요했어요.
첫째, 단일 오브젝트 원칙. 한 이미지엔 한 상품만. 카테고리 아이콘은 용처 크기가 작으니까 여러 상품이 다중으로 등장하면 시각적으로 복잡해지고 의미 전달이 어려워지거든요. '하나의 상품 = 하나의 이미지' 기준.
둘째, 브랜드 노출 텍스트 제거. 특정 브랜드의 로고나 패키지 텍스트가 그대로 들어가면 서비스 내에서 의도치 않게 특정 브랜드가 노출돼요. '브랜드 로고, 패키지 텍스트, 라벨 등 문자 요소를 제거할 것' 규칙 추가.
셋째, 투명 alpha 배경 출력. 아이콘 에셋은 UI 위에 얹어 사용되니까, 활용도를 높이려고 생성 단계부터 배경을 투명 alpha 채널로 출력하도록 설정. 별도 후보정이나 누끼 작업 없이 바로 사용 가능. 이게 작업 효율을 크게 높였대요.
결과: 200개를 2주에
이렇게 정교화 거친 이미지 봇으로 균일한 이미지 생성. 200여 종 카테고리 아이콘을 약 2주 만에 만들었어요. 홈 개편 전까지 모든 카테고리 아이콘을 리디자인해 적용 완료.

물론 수작업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에요. 상품을 고르고, 생성된 이미지를 에셋 비율에 맞게 다듬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했어요. 다만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던 구간이 변화하니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이 올라간 거죠.
부수 효과 — 이미지 봇이 다른 부서로
이미지 봇은 원래 카테고리 에셋 위해 만든 도구였어요. 근데 촬영 환경이나 이미지 품질에 상관없이 어떤 상품 이미지든 브랜드팀이 의도한 표준으로 정돈해 주다 보니, 다른 직무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보였답니다.
활용 가이드를 정리해 당장 쓸 수 있는 부서에 공유. 지금은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프롬프트를 고도화하면서 콘텐츠 제작에도 조금씩 적용 중이에요.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루카가 마지막에 적은 한마디. 그래픽 디자이너의 역할과 일의 범주가 달라지고 있어요. 단지 그래픽 에셋을 예쁘게 만드는 걸 넘어 서비스의 그래픽을 브랜드적 언어로 정의하고 체계를 마련하며, 그것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더 큰 관점에서 일을 바라봐야 하는 시대.
브랜드 언어를 정의하고 그래픽을 고도화하는 일에는 여전히 디자이너로서의 깊은 감도와 고민이 필요해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고요. 하지만 수백 개의 에셋을 만드는 반복 작업에서는 AI가 든든한 힘이 되는 거죠.
3개월이 2주가 됐을 때, 남은 시간은 고스란히 더 중요한 고민에 쓸 수 있게 됐어요. 결국 이게 진짜 변화예요. 작업 시간이 줄어든 게 아니라, 디자이너가 더 큰 질문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