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 매장에 확장 공식을 요구하면, 작은 무신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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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킥스 홍대점은 7월 한 달에 20만 명을 넘게 받았습니다. 29CM의 이구키즈 성수점은 월평균 1만 5천 명 이상이고요. 같은 그룹의 두 매장인데 방문객 규모의 자릿수부터 다릅니다. 이 숫자를 한 줄에 놓고 보면 결론은 뻔해 보여요. 29CM 매장은 작고 느리다.
트렌드라이트의 분석도 결국 그 방향으로 닫힙니다. 무신사는 검증된 포맷을 복제하고 29CM는 상권마다 변주한다는 대비까지는 정확한데, 마지막 숙제가 이렇게 정리되거든요. "29CM는 백화점·쇼핑몰에 맞게 변주한 매장에서도 독립점 못지않은 사업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이 숙제가 29CM 매장을 무신사의 자로 재는 문제라고 봅니다. 두 매장은 애초에 다른 장부에 적혀야 해요.
상장 서류에 들어가는 매장
무신사는 9월 7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냈고, 기대 기업가치는 10조 원 수준입니다. 장외에서 받는 평가가 4~5조 원이니 두 배 이상을 설득해야 하는 셈이고, 그 설득의 중심에 오프라인 확대가 있습니다.
상장을 앞둔 회사의 성장 스토리는 숫자로 셀 수 있어야 합니다. 매장이 몇 개고, 매장 하나가 얼마를 끌어오며, 그걸 몇 번 더 반복할 수 있느냐. 킥스가 딱 그 계산식에 깔끔하게 들어가는 매장이에요. 1월 홍대 1호점 이후 첫해에만 5곳, 홍대점 월 방문객은 개장 첫 달 약 6만 5천 명에서 7월 20만 명으로, 출범 8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 명. 무신사 스탠다드가 먼저 걸은 길을 스토어와 뷰티가 따라가고 있고, 트렌드라이트가 SPA 브랜드의 성장 방식에 비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 가지는 짚어 둘게요. 이 숫자들은 방문객이지 매출이나 전환이 아니고, 3배 성장의 분모는 개장 첫 달입니다. 상장 스토리에 쓰기 좋은 숫자와 매장이 돈을 번다는 증거는 다른 물건이죠. 그래도 복제형 매장이 이런 숫자를 만들기 쉽다는 건 분명하고, 무신사가 복제에 무게를 둔 이유도 거기서 찾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이건 제 추론입니다만, 반복 가능한 매장만이 투자자의 스프레드시트에 한 줄로 들어갑니다.
복제의 장부에도 약점은 있어요. 같은 매장이 서울 주요 상권과 지방 광역시, 대형 쇼핑몰로 퍼질수록 매장 하나하나를 굳이 찾아갈 이유는 옅어집니다. 트렌드라이트도 무신사가 수년간 투자해 온 성수를, 매장이 전국으로 늘어난 뒤에는 무신사만을 이유로 찾을 필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봤고요. 점포 수가 늘어나는 속도가 곧 목적지로서의 가치가 깎이는 속도이기도 한 셈이죠. 복제가 잘될수록 그룹 안 어딘가에는 복제되지 않는 매장이 필요해지는 이유입니다.
1만 5천 명짜리 매장이 하는 일
29CM 매장은 이 계산식에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구키즈 서울숲점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는 이유로 84평 규모에 영유아 용품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넣었고, 이구홈은 5개 매장 중 더현대 서울과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빼면 전부 성수와 서울숲에 있어요. 같은 이름 아래 매장마다 구성이 다릅니다. 이구홈만 봐도 성수 1·2호점은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에 집중했고, 생활권 고객이 많은 서울숲 매장은 직장인과 거주민 수요를 반영해 생활용품을 강화했어요. 같은 브랜드가 성수와 서울숲에서 매장의 문법을 바꾼 겁니다. 복제할 틀이 없으니 매장마다 MD와 기획의 판단이 새로 들어가고, 그만큼 점포 수는 느리게 늘어요. 킥스가 첫해 5곳을 여는 동안 이구키즈가 1년여에 두 곳을 연 건 게으름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입니다.
이 차이의 뿌리는 트렌드라이트가 잘 짚었습니다. 무신사가 랭킹과 리뷰, 방대한 선택지로 발견을 빠르게 만든다면 29CM는 브랜드 PT와 큐레이션으로 왜 이걸 골라야 하는지를 설명해 왔죠. 발견은 복제할 수 있지만 설명은 복제하는 순간 설명이 아니게 됩니다. 성수점과 서울숲점의 구성이 다른 건 비효율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하던 '이유 설명'을 공간으로 옮긴 결과예요.
그렇다면 29CM 매장의 성적표는 방문객 수나 매장 매출이 아니어야 합니다. 매장이 온라인 29CM에 무엇을 돌려주느냐, 그러니까 매장을 다녀간 사람이 온라인에서 얼마나 사는지, 매장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늘었는지가 더 맞는 자예요. 자를 하나 더 보탠다면 카테고리입니다. 홈과 키즈는 무신사가 상대적으로 덜 집중해 온 영역이라, 29CM 매장은 그룹이 패션 바깥을 오프라인에서 시험하는 자리이기도 해요. 그룹 차원의 의도된 분담인지는 트렌드라이트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적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분석에는 그런 성적표에 쓸 숫자가 없고, 저도 모릅니다. 다만 무엇을 재야 하는지는 분명하다고 봐요.
사업성 숙제가 위험한 이유
29CM는 지금 독립 매장과 백화점·쇼핑몰 입점을 함께 시험하고 있습니다. 트렌드라이트는 성수에서 검증한 걸 백화점에 맞게 다시 편집해 넓히는 걸 29CM의 확장 공식 후보로 봤어요. 방향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걸리는 건 그 매장들에 "독립점 못지않은 사업성"이라는 잣대를 대는 순간입니다.
백화점 매장은 면적당 매출로 평가받는 공간이라, 그 잣대에 맞추다 보면 잘 팔리는 브랜드 위주로 구성이 수렴하게 됩니다. 매장마다 달랐던 편집이 점점 닮아 가고, 그 끝에는 무신사 스토어의 소형판이 있어요. 그룹 안에 이미 복제를 가장 잘하는 조직이 있는데 29CM가 같은 경기를 뛰면, 트렌드라이트도 인정한 잠식 문제가 되돌아옵니다. 29CM가 성수를 찾을 이유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결국 편집이 달라서 생긴 효과인데, 사업성 경쟁은 그 효과부터 깎습니다.
물론 반대 조건도 있습니다. 그룹이 29CM를 상장 스토리의 독자 성장 라인으로 내세워야 하는 처지라면, 29CM도 셀 수 있는 숫자를 내야 하고 트렌드라이트의 숙제가 정확히 맞아요. 복제냐 변주냐보다 무게중심의 차이라는 트렌드라이트의 정리도 그런 압력이 언제든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무신사 매장은 상장 서류에 적히는 자산으로, 29CM 매장은 온라인에 이유를 공급하는 장치로 따로 장부를 쓰는 편이 그룹 전체에 이득이에요. 29CM 매장에 확장 공식을 요구하는 건 성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룹이 가진 유일한 다른 목소리를 무신사의 억양으로 바꾸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