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쇼핑 에이전트를 열지 막을지는 장부가 정한다

메타 뮤즈 관련 이미지

AI가 대신 쇼핑하는 시대가 오면 쇼핑몰은 문을 열어야 할까, 닫아야 할까. 이 질문은 흔히 혁신에 올라탈지 버틸지를 고르는 태도의 문제처럼 다뤄집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메타의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를 두고 아마존과 쇼피파이가 정반대로 움직인 이유를 따라가 보면, 답은 태도가 아니라 장부에 있습니다. 어디서 돈을 버느냐가 문을 열지 말지를 정해요.

뮤즈가 하는 일, 그리고 막을 수 없는 길

뮤즈는 메타가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출시한 에이전트로, 질문에 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웹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예약하고 상품을 찾아 직접 삽니다. 출시 뒤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1위에 올랐고, 23일 메타 커넥트 기조연설에서 알렉산더 왕 최고AI책임자는 "쇼핑은 저희가 특히 중점을 두는 분야"라고 못 박았어요. 저커버그는 "장기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때 소액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고, 그 수수료는 이용자가 아니라 기업에서 나올 거라고 앞서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은 무료가 기본이고, 많이 쓰는 이용자를 위한 월 20달러·100달러 구독이 있습니다.

수수료를 기업이 낸다는 대목은 쇼핑몰 입장에서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가장 좋은 상품을 고른다고 말할 때, 그 '가장 좋은'의 기준에 누가 수수료를 냈는지가 섞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왕 최고AI책임자가 소개한 사례, 시어머니가 아끼던 도자기 세트를 깨뜨린 이용자를 위해 뮤즈가 이베이와 일본 빈티지 판매점까지 뒤져 똑같은 제품을 찾아줬다는 이야기는 에이전트가 이용자 편일 때의 모습입니다. 수수료 구조가 자리 잡은 뒤에도 그 그림이 유지될지는 쇼핑몰들이 지켜볼 부분이고, 그 불신이 아래의 선택들에 깔려 있어요.

쇼핑몰이 뮤즈를 만나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식 제휴예요. 쇼피파이, 월마트, 베스트바이, 갭, 세포라, 웨이페어 같은 소매업체와 페이팔, 숍페이가 '커넥터'로 참여해 뮤즈에 상품·가격 정보를 직접 넘기고 주문과 결제를 자기 시스템으로 받습니다. 익스피디아와 인스타카트도 곧 연결되고요.

다른 하나는 제휴가 없어도 열려 있는 길입니다. 뮤즈는 자기 전용 환경에서 브라우저를 열어 사람이 하듯 화면을 보고 클릭하고 입력해 주문합니다. 결제는 스트라이프의 에이전트용 지갑 '링크'로, 구매마다 일회용 가상카드가 발급돼 실제 카드번호가 판매처에 넘어가지 않아요. 이 대목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라고 저는 봅니다. 제휴를 하지 않는다고 뮤즈가 오지 않는 게 아닙니다. 사이트가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한, 에이전트는 손님처럼 걸어 들어옵니다. 중립이라는 선택지는 없고,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쇼핑몰은 이미 연 쪽에 서 있는 셈이에요.

아마존이 막은 이유는 앞단에 있다

그래서 아마존은 막았습니다. 20일부터 뮤즈로 아마존 쇼핑을 시키면 "승인되지 않은 AI 에이전트의 지속적인 접근은 고객이 동의한 아마존 이용 약관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라는 팝업이 뜹니다. 아마존이 내세운 이유는 '허가받지 않은 접근'이에요. 메타가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뮤즈가 에이전트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사이트를 썼고, 쇼핑 목록에서 아마존을 빼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로그인 정보 저장에 대한 보안 우려도 얹었고요.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의 쇼핑 에이전트 '코멧'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구글과 오픈AI의 에이전트도 제한해왔습니다.

보안 우려는 명분으로 충분하지만, 저는 아마존이 꺼낸 이유 중 하나가 본심에 가장 가깝다고 봐요. 에이전트가 대신 쇼핑하면 이용자의 기록에 맞춘 아마존의 추천을 거치지 않게 된다는 대목입니다. 아마존에게 검색과 추천은 친절한 기능이 아니라 돈이 나오는 자리예요. 이용자가 무엇을 찾고 어떤 추천에 반응하는지가 광고 사업과 쇼핑몰 운영의 밑바탕이니까요. 뮤즈가 앞에서 상품을 비교하고 아마존에는 주문만 넘기면, 아마존은 그 자리에서 나오던 광고 기회와 데이터를 잃고, 메타가 예고한 수수료까지 내야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알아서 찾아오는 거대한 쇼핑몰이 그 앞단을 남에게 내줄 이유가 없죠.

보안 논쟁은 양쪽 모두에게 편리한 무기라는 점도 짚어둘 만합니다. 아마존은 뮤즈가 고객의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메타는 출시 때부터 뮤즈가 이용자의 비밀번호와 결제수단을 직접 볼 수 없다고 밝혀왔어요. 어느 쪽 말이 맞든, 막는 쪽은 보안을 이유로 대고 여는 쪽은 보안 설계를 홍보합니다. 실무자가 이 논쟁에서 읽어야 할 건 누가 옳은가보다, 에이전트 트래픽을 받을지 말지가 이미 보안팀이 아니라 사업 판단의 영역이 됐다는 사실이에요.

쇼피파이가 연 이유는 뒷단에 있다

쇼피파이는 정반대로 입점 상점의 상품을 챗GPT, 제미나이, 코파일럿에서 팔 수 있게 문을 열어왔고, 뮤즈에도 상품을 열고 숍페이 결제를 붙였습니다. 이 결정은 쇼피파이의 고객이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자라는 사실에서 나옵니다. 쇼피파이가 돈을 버는 건 판매자의 거래가 자기 시스템을 지나갈 때예요. 손님이 아마존 같은 첫 화면에서 왔든 AI 에이전트에서 왔든, 결제와 주문이 쇼피파이를 거치기만 하면 됩니다. 앞단을 누가 차지하든 뒷단을 쥐고 있으면 되는 회사인 거죠.

월마트는 그 사이에 섰습니다. 구글 제미나이 안에서 월마트 상품을 사고 결제하게 했고, 뮤즈 협력사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주문과 배송은 직접 맡아요. 앞단은 나눠주고 뒷단의 물류와 고객 관계는 붙드는 절충입니다.

세 회사의 선택을 '방어형, 협력형, 절충형'으로 분류하면 결과는 잘 정리되지만, 무엇이 그 선택을 가르는지는 숫자로 봐야 합니다. 저라면 커머스 팀에 이렇게 묻겠어요. 우리 매출 중 앞단, 그러니까 검색 광고, 추천, 고객 데이터에서 나오는 몫이 얼마고, 뒷단인 결제 수수료와 물류, 상품 판매 마진에서 나오는 몫이 얼마인가. 앞단 비중이 클수록 막는 쪽이, 뒷단 비중이 클수록 여는 쪽이 장부에 맞습니다.

제휴해도 안전하지 않은 사람들

이 계산에서 가장 불리한 자리는 중개 플랫폼입니다. 뮤즈가 항공사나 호텔에서 직접 검색·비교·예약을 끝내면 소비자가 중개 플랫폼을 들를 이유가 줄어요. 익스피디아는 뮤즈 합류를 발표한 이튿날인 23일(현지시간) 주가가 7.72% 내렸고, 에어비앤비도 7.56% 떨어졌습니다. 제휴를 택한 익스피디아의 주가가 빠졌다는 게 이 장면의 핵심이라고 봐요. 에이전트는 스스로가 중개자라서, 중개로 돈을 버는 회사는 열어도 막아도 자리를 빼앗기는 쪽입니다. 그들에게는 앞단도 뒷단도 아닌, 에이전트가 대체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국내에는 아직 뮤즈 같은 범용 에이전트가 들어오지 않았지만 앞단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안에 쇼핑 에이전트를 넣어 자기 안에서 접점을 지키는 방어형에 가깝고, 이 에이전트를 통한 일평균 거래액이 3월보다 8월에 4배가 됐다고 밝혔어요. 아직 에이전트 안에서 결제가 안 돼 스마트스토어 상품 페이지로 넘어가야 하는데, 연내 일부 상품군에서 에이전트 안 결제를 시범 적용할 계획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 맥락을 읽고 외부 서비스에 주문을 넘기는 메타식 접근을 택했고, 8월 6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첫 협력사로 쿠팡이츠를 꼽았습니다. 공개된 협력사는 아직 그 한 곳이에요.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앞단으로 먹고사는 회사라면 막는 게 맞지만, 막기만 해서는 버틸 수 없고 네이버처럼 자기 에이전트를 결제까지 닫힌 고리로 만들어야 막은 의미가 생깁니다. 뒷단으로 먹고사는 회사라면 쇼피파이처럼 일찍 열어 에이전트가 가장 쉽게 주문을 넘길 수 있는 곳이 되는 게 이득이고요. 어느 쪽인지 아직 계산해보지 않은 회사라면, 에이전트가 브라우저로 들어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한쪽을 고른 상태라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