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린더가 통째로 삭제됐는데도 OpenClaw를 계속 쓰는 이유
![]()
클레어 보의 책상 위에는 Mac Mini 3대가 쌓여 있어요. 하나에는 'Polly and Crew'라고 적힌 테이프가 붙어 있고, 그 안에서 8개의 AI 에이전트가 돌아가고 있죠. 아이 셋, 팟캐스트, AI 스타트업, 임원 강의까지 동시에 운영하면서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까 대답이 이거였어요. "하는 일을 실행하는 시간보다 자동화하는 시간을 더 많이 쓴다."
가장 인상적인 건 불과 몇 달 전까지 이 사람이 OpenClaw의 대표적인 회의론자였다는 점이에요.
8시간 셋업의 대가: 가족 캘린더 전체 삭제
처음 OpenClaw를 설치했을 때 8시간이 걸렸대요. 그 8시간의 대가로 얻은 건 가족 캘린더가 통째로 날아간 것. 근데 양면적인 경험이었다고요. 한쪽에서는 화가 났고, 다른 한쪽에서는 —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텐데 — 정말 투박하고 눈에 확 보이는 프로덕트 마켓 핏의 느낌이 있었대요. 캘린더를 삭제하지 않을 때, 이게 주는 기쁨과 유용함이 충분했다는 거예요.
"올해 1월에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OpenClaw는 ChatGPT 이후로 가장 충격적인 AI 경험이에요." 회의론자에서 전도사로. 묘한 전환이죠.
에이전트를 하나만 만들면 벽에 부딪힌다
사람들이 OpenClaw에서 좌절하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래요. "OpenClaw가 내 사업을 돌린다"는 글을 읽고, 하나의 에이전트한테 아무 일이나 다 던지는 거예요. 결과는 당연히 엉망.
핵심은 컨텍스트 오버로드. ChatGPT에서도 대화가 길어지면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거 경험해봤잖아요. 클레어는 태스크별로 에이전트를 나눠요. 업무 비서 Polly는 업무만으로도 바쁘니까 아이들 축구 일정까지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고, 가정 비서 Finn은 업무 이메일에 답장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Slack 채널을 생각하면 이해가 돼요. 마케팅, 영업, 개발 전부 #general 하나에 넣진 않잖아요. 지금 에이전트가 총 9개. Polly(업무), Finn(가정), Howie(팟캐스트), Sam(영업), Sage(강의 운영), Q(아이들 숙제)... 남편 것도 하나 있는데 이름이 Martron 1000이래요. (진지하게요?)
Sam이 실제로 돈을 벌어다 준다
영업 에이전트 Sam의 역할이 구체적이에요. 매일 아침 CRM에서 지난 24시간 가입자를 훑어보고, 회사 도메인 쓰는 사람을 골라내고, AI 검색 API로 의사결정자인지 확인한 다음 이메일을 보내요. 직원 10만 명 이상 대기업은 따로 빼서 "이건 창업자 이름으로 보낼까요, 제가 보낼까요?"라고 물어보고요. 주말에는 CRM 정리, 정체된 딜 알림, QBR까지.
이 일에 전에는 주 10시간씩 사람을 고용해서 쓰고 있었대요. 이제 Sam이 대신해요. 실제 돈이 절약되고 있는 거죠. 가장 저평가된 부분은 튜닝이 가능하다는 것. "해외 기업은 네가 끝까지 처리해",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은 항상 내가 직접 할게"라고 말하면 끝이에요. CRM 필터 만들고 노코드 자동화 붙이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오후 3시에 Finn이 "오늘 누가 아이 데리러 가요?"라고 묻는다
가정 에이전트 Finn 이야기가 좀 와닿아요. 큰아이 농구팀이 주말 경기 일정을 목요일에야 알려주는데, 50개 팀 스케줄 링크가 갑자기 오거든요. 예전에는 남편이랑 둘이 파싱하느라 난리였는데, 이제는 Finn한테 "여기 페이지야, 캘린더에 넣어줘"라고 보내면 돼요.
단순히 캘린더에 넣는 게 아니에요. "큰아이 농구랑 둘째 축구가 시간이 겹치는데, 부모 중 누가 어디로 가요?"라고 물어봐요. 물류 문제까지 찾아서 해결을 강제하는 거죠. 매일 오후 3시에 그룹 채팅으로 "오늘 누가 어느 아이를 데리러 가요?" 핑이 와요. 정말 단순한 질문인데, 부부가 매일 해야 하면서 가끔 까먹는 바로 그 대화거든요.
매니저의 시대가 왔다
클레어가 강조한 게 있어요. OpenClaw를 잘 쓰려면 기술 역량이 아니라 매니저 역량이 필요하다고. 역할 범위 설정, 조직 설계, 커뮤니케이션 방식. 기술적인 건 Claude Code한테 맡기면 되지만, "이 에이전트는 뭘 하고, 성공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소통하는가"를 정의하는 건 사람의 몫이에요.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어요. 어느 날 에이전트한테 화난 메시지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대요. "이거 백만 번 말했잖아, 왜 이게 문제야." 그러다 멈추고 생각했죠. 이건 직원한테도 전혀 효과적이지 않을 방식이라고. 인간 데이터로 학습된 에이전트한테 왜 효과적이겠어요?
에이전트 지원이 있으니까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새 사업까지 시작했어요. Maven에서 임원 대상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오래전부터 받았는데 계속 "바빠서 못 해요"라고 했거든요. Sage라는 강의 운영 에이전트가 매주 월요일 홍보 포스트 초안을 보내주고, 실러버스 정리까지 해주니까 1인 창업자가 프로젝트 매니저 없이도 돌아가는 거예요. 고양이 목욕시키기가 점점 오케스트라 지휘에 가까워지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