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매장이 줄었다고? 명동에는 950평짜리가 새로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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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매장 수는 1,381개예요. 직전 분기 대비 13개 감소. 직영점 역시 12개 줄어 1,166개로 집계됐어요. 감소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사업 시작 이후 꾸준히 매장을 늘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의미 있는 변화예요.
근데 명동이나 강남을 자주 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상한 거예요. 줄었다기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전체 매장 수는 줄이고 있지만, 핵심 상권에서는 반대로 밀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1,300개를 넘은 뒤 달라진 게임의 규칙
그동안 다점포 전략은 올리브영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어요. H&B스토어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생존자가 된 것도, 먼저 매장을 확대하며 확보한 규모의 경제 덕분이었죠. 전국 주요 상권에 촘촘히 자리 잡은 매장을 기반으로 뷰티 유통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어요. 심지어 디지털 전환 역시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근거리 배송 덕분에 가능했었고요.
근데 매장 수가 1,300개를 넘어선 지금, 더 이상 출점만으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아졌어요. 이미 주요 상권에는 대부분 진입한 상황이고, 추가 출점은 효율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거든요.
흥미로운 건 특정 지역에서는 오히려 매장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대표적인 곳이 명동이에요. 기존에도 8개 매장을 운영하던 올리브영은 최근 3개 층, 약 95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점'을 새롭게 오픈했어요. 950평. 웬만한 백화점 한 층 면적이에요.
강남역 상권도 마찬가지예요. '센트럴 강남 타운점'을 포함해 현재 11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에요. 전체는 줄이면서 핵심 상권에서는 밀도를 높이는 거예요.
결국 지금의 올리브영은 단순히 출점을 줄이는 게 아니에요. 매장을 '재배치'하고 있는 단계에 들어선 거예요.
접근성보다 '경험의 밀도'가 중요해진 이유
올리브영이 매장 전략의 방향을 바꾼 이유는 분명해요. 이제는 얼마나 쉽게 갈 수 있느냐보다, 무엇으로 고객을 매장까지 끌어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에요.
화장품, 특히 색조 제품은 직접 발색을 테스트하는 경험이 중요하잖아요. 이 지점에서 올리브영은 오랫동안 경쟁자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왔어요. 다양한 제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드물었고, 전국에 촘촘히 깔린 매장 덕분에 접근성까지 확보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온라인 쇼핑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올리브영 역시 온라인 매출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경험과 구매가 점차 분리되기 시작한 거예요. 재구매는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도 바뀔 수밖에 없었죠.
그 결과 어중간한 구색을 갖춘 중소형 매장들은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어요. 체험을 하기엔 경험 요소가 부족하고, 구매 편의성 측면에서는 온라인을 이기기 어렵고. (양쪽 어디에서도 이유를 못 만드는 매장인 거예요.)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굳이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공간이 된 거예요. 그래서 효율이 낮은 중소형 매장은 줄이고, 체험 요소를 강화한 중대형 매장으로 재편하는 전략이 나오고 있어요.
다만 이런 중대형 매장이 들어설 수 있는 입지는 제한적이에요. 충분한 유동 인구가 확보되는 핵심 상권이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이런 상권에서는 매장을 더 촘촘히 배치하는 접근이 나타나요. 한두 개의 대형 매장만으로는 수요를 모두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매장을 밀집시켜 최대한 고객을 흡수하려는 거예요. 명동 8개+초대형, 강남 11개 — 이 숫자가 나오는 배경이에요.
다이소는 왜 반대로 움직이나 — 상품 구조가 결정한다
'경험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매장을 대형화하는 흐름은 올리브영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역시 중소형·지방 점포는 줄이고, 서울 및 주요 도시에 위치한 대형 매장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어요. 심지어 편의점 업계도 전체 점포 수를 줄이는 대신, 매장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조정에 나서고 있고요.
근데 반대로 움직이는 사례가 있어요. 다이소. 올리브영과 자주 비교되는 다이소는 최근에도 2~3년에 100개씩 매장을 늘리며 확장을 이어가고 있어요. 작년 기준 전체 매장 수가 무려 1,600개를 넘어섰어요. 올리브영의 1,381개보다 200개 이상 많은 거예요.
흥미로운 건, 다이소 역시 매장 대형화 흐름에는 올라타고 있다는 점이에요. 대형 매장을 늘리는 방향은 같지만, 전체 매장 수 확대까지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리브영과 갈라져요.
이 차이는 결국 상품 구조에서 비롯돼요. 화장품은 단가가 비교적 높고 부피가 작아 온라인 배송에 적합해요. 그래서 구매는 온라인으로, 경험은 오프라인으로 분리되는 구조가 가능하죠.
반면 다이소의 주력인 저가 생활용품은 달라요. 단가가 낮고 구매 빈도가 높으며, 온라인 배송으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1,000원짜리 물건 배송비가 3,000원이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오프라인 접근성을 유지하고, 오히려 강화할 필요가 있는 거예요.
결국 핵심은 하나예요. 해당 상품군의 구매 수요가 온라인으로 얼마나 대체될 수 있느냐에 따라, 매장 전략은 완전히 달라져요.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두 가지 방향으로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요. 배송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상품을 다루거나, 혹은 온라인이 따라올 수 없는 밀도의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 올리브영은 후자를 골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