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맨손에 들고 퇴근한 날, 뱅크샐러드 첫 웰컴키트가 시작됐다
![]()
뱅크샐러드에 웰컴키트가 없었어요. 의외라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진짜예요. 스타트업 중에서도 브랜딩에 꽤 신경 쓰는 편이잖아요. 근데 없었어요.
이번 웰컴키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두 디자이너 모두 2024년 상반기에 입사한 비교적 최근 합류자인데, 입사 첫날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몇 가지 기본 장비, 그리고 서식류 정도만 놓여 있었다고 해요. 반가운 인사와 따뜻한 환영은 충분했지만, '웰컴키트'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는 따로 없었죠.
특히 두 디자이너의 뇌리에 남았던 건 첫날 퇴근길이었어요. 고가의 노트북을 그대로 품에 안고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대요. '아, 노트북 가방 하나쯤 있으면 참 좋겠다.' 아주 사소한 순간이에요. 근데 그때의 그 생각이 이번 웰컴키트 제작의 출발점이 되어 줬거든요.
'있어 보이는 굿즈'가 아니라 'EMPOWERING STARTER KIT'
키트 제작이 결정된 뒤,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어요. "뱅크샐러드다운 웰컴키트란 무엇일까?" 단순히 있어 보이는 굿즈를 만드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입사 첫날, 새로 합류한 동료에게 이 키트가 어떤 메시지를 전했으면 좋을지부터 고민했어요.
담고 싶었던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했다고 해요.
- 당신의 첫날을 응원합니다
- 함께 오래, 잘 일하고 싶습니다
- 필요한 건 회사가 먼저 챙길게요
동시에 'Empowering People with Data'라는 뱅크샐러드의 미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새롭게 합류하신 분들이 입사 첫날부터 뱅크샐러드의 일원으로서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든든한 경험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이 모든 고민들을 담아 이 웰컴키트의 이름을 'EMPOWERING STARTER KIT'라고 짓게 됐어요.
의미가 정리되고 나니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그럼, 무엇을 담아볼까?" 기준이 명확했어요. 단순히 '예쁘기만 한 물건'보다는 실무에서 매일 쓰이며 업무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유용한 아이템들을 넣는 것. 입사 첫날부터 지금까지 정말 필요했던 것들, 그리고 누군가 대신 챙겨주면 은근히 고마운 것들로만 꾸렸어요.
7가지 구성품, 전부 이유가 있다
노트북 가방 — 모든 시작은 이 물건에서 출발했어요. 노트북을 맨손으로 들고 퇴근하던 그날의 기억 때문이죠. 과하지 않은 디자인, 출퇴근과 외근 모두에 무리 없는 형태, 그리고 오래 써도 질리지 않을 것. 눈에 띄기보다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가방을 목표로 했다고 해요.
노트북 스탠드 — 하루 대부분을 노트북 앞에서 보내는 팀원들을 떠올린 결정이에요. 자세, 시선, 그리고 은근히 쌓이는 피로까지요. 노트북 스탠드는 '있으면 좋은 물건'이 아니라 있어야 하는 물건에 가깝다고 판단했거든요. 책상 위에서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매일의 업무 환경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기대했어요. 주 1~2회 시행되고 있는 재택근무 시에도 사용하기 좋도록 접을 수 있는 형태의 스탠드로 제작했고요.
충전기 — 의외로 고민이 많았던 구성품이에요. 이미 각자 쓰는 제품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포함하기로 한 이유는 명확해요. 입사 첫날, 충전기를 챙기지 못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겪어본 사람만 아는 작은 불편이거든요. "혹시 몰라서"가 아니라 "당연히 준비되어 있는" 물건이길 바랐대요.
메모지와 펜 — 디지털 환경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펜과 메모지는 손이 자주 가는 물건이잖아요. 회의 중 메모를 하거나 급하게 생각을 적어둘 때처럼요.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평범하지 않게. 회사 로고를 크게 드러내기보다는 책상 위에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 디자인을 기준으로 제작했어요. 메모 후에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둘 수 있도록 점착식으로 만들었고, 메모하는 부분은 흰색으로 비워놓되 4면을 뱅크샐러드를 떠올릴 수 있는 컬러로 채웠어요. 심플한 디자인에 부드럽게 필기가 가능한 펜은 기존에 써본 펜 중 필기감이 가장 좋았던 걸 엄선해서 뱅크샐러드 로고를 넣었고요.
스티커팩 — 웰컴키트 구성품 중 가장 입사자분들의 '취향'이 존중되는 아이템이에요. 어디에 붙일지, 혹은 붙이지 않고 간직할지조차 온전히 구성원의 선택에 맡기는 거죠. 뱅크샐러드의 로고와 슬로건뿐 아니라 다양한 색감과 형태의 그래픽들로 가득 채운 다채로운 디자인인데, 여기에는 서비스의 본질을 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해요. 흩어져 있는 수많은 금융 데이터를 한데 모아 '나만을 위한 샐러드'처럼 보여주는 서비스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스티커를 입사자분들이 각자의 개성대로 자유롭게 조합해 보길 바랐거든요. (실제로 많은 구성원이 상상치도 못한 기발한 방법으로 스티커를 쓰더라고요. 이 부분이 제일 뿌듯했대요.)
칫솔과 치약 세트 — 입사 첫날 가장 깜빡하기 쉬운 물건이죠. 야근이나 회식, 갑작스러운 외근 이후까지 고려해서 회사에 있어도 최소한의 일상이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뱅크샐러드의 그린 컬러가 담긴 솔트레인의 칫솔·치약 세트를 선택했고, 파우치까지 함께 구성해 휴대성도 챙겼어요.
서식류 — 입사 초반에는 생각보다 많은 서류와 안내를 접하게 되거든요. 이 과정이 조금이라도 덜 복잡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출입증 커버, 팀원들의 환영 메시지, 온보딩 가이드를 담은 서식까지 한데 모아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정리했어요. 각각에 그린, 핑크, 블루 그리고 원형, 삼각형, 사각형 등 뱅크샐러드의 브랜드 컬러와 심볼을 담아서 세 장이 함께 놓였을 때 더 살아나도록 했다고 해요.
박스 대신 지퍼백, 스티커 위에 손글씨
패키지 결정에서 예산의 현실이 드러났어요. 웰컴키트의 첫인상이자 모든 구성품을 감싸는 얼굴인 패키지. 좀 더 좋은 품질의 박스형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제한된 예산 속에서 고른 건 두께감 있는 지퍼백이었어요. 타협이 아니었어요. 버려지기보다는 재사용되길 바랐고, '포장'보다는 경험에 가깝게 느껴지길 원했거든요.
완결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스티커로 입구를 실링했고, 그 위에 받는 분의 이름을 하나하나 손글씨로 적었어요. 생각보다는 힘든 작업이었다고 해요. 스티커를 붙인 부분이 매끄럽지 못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는데,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써준 것'에 가장 감동하고 기뻐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대요.
결국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건 품질이 아니라 수고로움이에요.
신규 입사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결정이 있어요. 웰컴키트를 신규 입사자만이 아니라, 그동안 키트를 받지 못했던 모든 구성원에게도 동일하게 전달한 거예요. 키트가 전달되던 날, 슬랙과 사내 채널을 통해 많은 구성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이 쏟아졌다고 해요. 신규 입사자뿐만 아니라 함께 달려온 동료들에게도 '일할 맛 나는 키트'를 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어요.
프로젝트 후반부로 갈수록 디자인, 제작 단가, 수량, 일정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졌어요.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일들이 계속될수록 가장 중요하게 지킨 원칙은 하나였대요. "서두르지 말자." 웰컴키트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입사할 모든 동료를 맞이하는 물건이니까요.
한 번 쓰고 버려지거나, 회사 색이 지나치게 드러나 부담스러운 물건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곁에 오래 두고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물건이길 바랐거든요. 여러 번 보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탄생한 거예요.
"서두르지 말자" — 제작 과정에서 지킨 원칙
뱅크샐러드의 첫 웰컴키트를 제작한다는 사실에 처음엔 열정과 설렘으로 가득 찼었대요. 근데 프로젝트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이 밀려왔어요. 디자인, 제작 단가, 수량, 일정까지.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거든요.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일들이 계속될수록 가장 중요하게 지킨 원칙은 하나. "서두르지 말자."
웰컴키트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입사할 모든 동료를 맞이하는 물건이니까요. 한 번 쓰고 버려지거나, 회사 색이 지나치게 드러나 부담스러운 물건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곁에 오래 두고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물건이길 바랐거든요. 여러 번 보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탄생한 거예요.
사소한 불편에서 시작된 브랜딩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니에요. 회사가 변하고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웰컴키트도 언젠가 2.0이 만들어지게 될 테니까요. (솔직히 이 과정을 겪고 나면 2.0은 더 잘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근데 1.0의 출발점이 "노트북 가방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였다는 사실이 좋아요. 거창한 전략 회의도, 벤치마킹 보고서도 아니었어요. 첫날 퇴근길의 사소한 불편. 가장 좋은 브랜딩은 늘 그런 곳에서 나오잖아요. 그저 이 웰컴키트가 뱅크샐러드에서의 첫날을 조금 더 편안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었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