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새 워드마크의 침묵은 미련이 아니라 선택이다

인스타그램 새 로고 대표 이미지

인스타그램이 약 10년 만에 워드마크를 바꿨고, 오즈코딩스쿨 디자인팀 에디터 박승원은 첫인상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필기체에 종말을 고했구나. 엄밀히는 새 로고도 여전히 필기체 모양이지만, 그 생기는 사라졌다는 겁니다. 필기체의 핵심은 곡선이 아니라 움직임이고, 한 획이 다음 획으로 이어지며 생기는 기울기와 고르지 않은 간격이 인간다움을 만드는데, 새 워드마크는 글자 윤곽이 하나하나 분리되고 구조가 기하학적으로 정돈돼 꼿꼿하고 기계적으로 느껴진다는 진단이에요.

인스타그램의 이전 로고와 새 로고

이 진단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19세기 Spencerian script를 보면 글자 하나의 형태보다 글자와 글자를 잇는 흐름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필기체는 정지된 글자가 아니라 다음 글자로 향하는 글자라는 설명은 타이포그래피적으로 정확해요. 2010년 정방형 사진을 기록하는 앱으로 시작한 Instagram에게 누군가 직접 써 내려간 듯한 로고는 꽤 절묘한 선택이었고, 기존 Facebook 로고가 거대 플랫폼처럼 느껴졌던 것과 대비되는 개인적인 얼굴이었습니다. 과거 워드마크를 디자인한 Mackey Saturday도 서비스가 커지며 세련되고 유연해지더라도 기존 워드마크의 특징은 지켜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핵심을 남긴 채 형태를 발전시켰다고 해요.

비판은 거기서 한 걸음 더 갑니다. 필기체를 버리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고, 아예 산세리프로 갔다면 "과거의 인스타는 잊어. 우리 이제 더 커질 거다"라는 분명한 선언이 남았을 거라고요. 그런데 이번 워드마크는 필기체를 버리지도 못하고 그 특징만 없앤, 앙꼬 없는 찐빵이자 속이 빈 강정이라는 겁니다. 그러고는 직접 자간을 조금 좁히고 전체를 -5도 기울인, 3분짜리 수정본을 내놓았어요.

기울이면 더 나아 보인다, 큰 캔버스에서는

새 인스타그램 로고를 기울여본 수정본 비교

수정본이 더 인스타그램다워 보인다는 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글자들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고, 예전 로고의 개인적인 느낌이 조금 돌아와요. 갈라지는 건 그 비교가 이뤄진 무대입니다. 수정본은 흰 캔버스 위에 크게 놓였고, 판정은 필자와 옆자리 동료가 내렸습니다. 워드마크의 진짜 시험대는 거기가 아니에요. 앱 상단의 좁은 바, 알림 하나 크기의 작은 화면, 광고와 브랜드 계정과 수십억 명의 사진 옆입니다. 기울기와 불규칙한 간격은 크게 볼 때는 생기지만 작게 볼 때는 흐트러짐이 되기 쉽습니다.

제가 이 비판에 반대하는 이유는 글 스스로 그 답을 이미 적어두었기 때문이에요. 필자는 Meta가 이번에 브랜드 시스템 전체를 의도적으로 조용하게 만들었다고 썼습니다. 상징적이던 그라디언트를 절제하고 레이아웃에 여유를 두어, 브랜드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창작물이 채우게 하려는 의도라고요. 그리고 그 방향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고, 로고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들의 사진과 영상이라고까지 인정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

그렇다면 워드마크에서 움직임이 빠진 건 미련의 흔적이 아니라 그 의도의 연장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콘텐츠가 말하게 하려면 로고는 덜 말해야 하니까요. 새 워드마크는 s와 r의 독특한 형태, g의 아래쪽 루프처럼 알아보는 데 필요한 자산은 남기고, 목소리를 내는 요소인 기울기와 흐름은 줄였습니다. 알아보게는 하되 말은 하지 않는 워드마크. 필기체와 산세리프 사이 어딘가에 멈춘 게 아니라, 인식 자산과 개성 사이에서 인식 쪽을 고른 결정으로 보여요.

어긋난 건 디자인이 아니라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 비판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필자가 가장 정확하게 짚은 부분은 따로 있어요. Meta는 수백 가지 시안을 검토한 끝에 필기체로 돌아왔고, 그 이유를 개인의 개성과 목소리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새 워드마크가 기존 인스타그램의 따뜻함과 개인성을 잇기 위한 결과물이라고도 했고요. 결과물이 조용해지는 쪽을 택했으면서 설명은 개성과 목소리를 내세운 겁니다.

저는 잘못이 바로 여기 있다고 봐요. 디자인이 아니라 설명에요. Meta가 '우리는 이제 콘텐츠 뒤로 물러나는 브랜드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면, 같은 워드마크를 두고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평가는 훨씬 적었을 겁니다. 사람들은 결과물만 보는 게 아니라 결과물과 설명이 같은 말을 하는지를 봅니다. 말과 결과가 어긋나면 결과가 아무리 합리적이어도 미련처럼 읽혀요.

로고를 리뉴얼하는 팀이 이 논쟁에서 가져갈 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시안 비교를 큰 캔버스가 아니라 실제로 쓰일 크기와 맥락에서 하라는 것. 다른 하나는 발표 문구를 쓸 때 결과물이 실제로 한 선택을 그대로 말하라는 것입니다. 이번 인스타그램 워드마크는 조용해지기로 선택했고, 저는 그 선택이 수십억 명의 콘텐츠를 담는 플랫폼에 맞다고 봅니다. 다만 그 선택을 개성이라는 말로 포장한 순간, 비판을 자초한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