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외국인 비율 80%, '함마'를 번역하는 스타트업이 나타났다
![]()
매일 아침 7시, 건설현장 안전회의에 40명이 모여요.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네팔어, 캄보디아어까지 7개 언어가 섞여 들리는데 안전 지시는 한국어 하나로 진행되거든요.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실제로 알아듣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0만 명을 넘었어요. 건설현장 일부는 외국인 비율이 70~80%에 달하고, 지방 제조공장 중에는 한국인 신입을 아예 뽑지 않는 곳도 생겼더라고요. 한국인 관리자를 구하는 공고가 3개월째 마감 안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요.
인구절벽. 뉴스에서나 보는 먼 미래 얘기가 아니에요.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아침 마주하는 현실이에요.
'파파고 쓰면 되지 않나요?' — 안 돼요

쉽게 떠오르는 해결책이죠. 근데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는 '함마'나 '빠루' 같은 현장 은어를 인식하지 못하거든요. 소음이 심한 작업 환경에서는 음성 인식 자체가 어렵고, 관리자 한 명이 40명에게 동시에 전달해야 하는 1:N 통역 상황도 범용 번역기로는 해결이 안 돼요.
하이로컬 윤정호 대표의 말이 핵심을 찌르더라고요. "현장의 진짜 페인포인트는 안전까지 갈 필요도 없어요. 업무 지시가 안 되어서 문제입니다.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실행도 안 되고, 피드백도 안 됩니다." 현장 어르신들이 사투리 섞어서 빠르게 말하면 더더욱 전달이 안 되죠.
소통 단절은 공정을 지연시키고, 심한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져요. 근데 이걸 풀겠다고 나선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게 더 문제예요.
전 세계 노동자의 70~80%는 책상이 없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SaaS라고 하면 슬랙이나 노션 같은 사무직 도구를 떠올리잖아요. 근데 전 세계 노동자의 70~80%는 현장직 노동자예요. 사무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인데, 이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거의 없었어요.
기술이 부족했던 게 아니에요. 스마트폰은 이미 현장에 보급돼 있고 번역 기술도 나날이 발전했거든요. 문제는 현장을 이해한 서비스의 부재. 현장 은어, 소음 환경, 다국어 상황, 안전과 직결되는 긴박함까지 — 이 맥락을 통째로 이해한 소통 서비스가 필요했던 거예요.

국내만 110만 명이 건설, 조선, 제조, 농업, 수산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분포해 있어요.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요.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니에요. 인구절벽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일본, 독일, 싱가포르, 중동까지 선진국 공통 현상이죠. (결국 돈이 되는 문제라는 뜻이에요.)
150곳 현장에서 10만 건의 은어를 수집한 회사
이 문제를 풀고 있는 스타트업 하이로컬의 접근법은 단순해요. '현장을 이해한 소통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거죠.
첫째, 현장의 언어를 알아야 하잖아요. '함마', '빠루', '도비라' — 범용 번역기가 인식 못 하는 현장 은어들이에요. 하이로컬은 150곳의 현장을 직접 돌며 10만 개의 녹음과 텍스트 데이터를 수집했어요. 각 분야에서 쓰이는 현장 은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AI 모델에 학습시켜서, 약 40개 언어로 현장 은어까지 번역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둘째, 현장의 작동 방식에 맞아야 해요. 시급한 상황에서 복잡한 절차를 거칠 여유가 없거든요. 하이워커 앱은 QR코드 스캔 한 번으로 바로 접속돼요. 회원가입도, 앱 설치도 필요 없어요. 관리자 한 명이 수십 명에게 동시에 전달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했더라고요. 1:N 통역을 지원하고, 데스크톱 번역기는 발표자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최대 4개 언어를 자막으로 표시해요.
셋째, 쌍방향 소통. 기존 TBM의 한계는 일방향이었어요. 관리자가 말하면 근로자는 듣기만 했죠. 하이로컬의 TBM 통번역 무전기는 달라요. 관리자가 말하면 근로자의 무전기에서 각자의 언어로 음성이 나오고, 근로자가 버튼을 누르고 자국어로 질문하면 관리자의 스마트폰에 한국어로 변환돼서 전달돼요.
현장의 언어를 알 것. 현장의 작동 방식에 맞출 것. 쌍방향으로 소통할 것. 당연한 말 같지만 이걸 실제로 만든 곳이 없었어요.
한국이 먼저 풀면 글로벌 표준이 된다
도입 현장에서 관리자의 93%가 "업무 이해와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어요. 교육 시간에 졸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국어로 내용을 듣게 되면서 집중도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잠깐 딴 얘기인데, K-건설과 K-조선은 이미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까지 해외 수주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해외 현장도 상황은 똑같아요.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고, 언어가 달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다시 본론으로 오면, 한국 산업현장에서 검증된 솔루션이라면 해외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어요. 한국 기업이 해외 현장을 수주할 때 운영 노하우와 함께 소통 솔루션을 패키지로 가져가는 그림이 가능해지는 거죠.
한국이 인구절벽을 가장 빠르게 마주한 나라 중 하나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어요. 문제를 먼저 마주했다는 건 솔루션도 먼저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곧 같은 문제를 마주하게 될 국가들이 솔루션을 찾을 때,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모델이 있다면? 솔루션 자체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수도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더 큰 가능성도 열려요. 현장에서 쌓이는 소통 데이터 — 제조 회의부터 업무 지시, 품질 피드백까지 — 이게 쌓이면 산업현장에 특화된 AI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거든요. 요즘 주목받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현장의 언어와 맥락을 이해한 데이터가 필요해요. 지금 현장에서 쌓이고 있는 소통 데이터가 바로 그 기반이 될 수 있어요.
블루칼라를 위한 SaaS. 전 세계 노동자의 다수를 위한 소프트웨어인데, 아직 제대로 된 게 없었어요. 한국이 만들어서 한국이 수출하는 시나리오 — 읽다 보니 꽤 그럴듯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