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케아에서 산 옷장은 누가 들고 가나

이케아는 과연 어디까지 작아지는 걸까요?

매출은 2.2%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41.6% 줄었습니다. 이케아코리아가 직전 연간 실적에서 받아 든 숫자이고, 회사는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첫 매장 강동점의 개점 비용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죠. 대형 매장 하나가 한 해 실적을 이만큼 흔든다면 다음 매장을 같은 크기로 열자는 말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케아가 한국에서 200~300평짜리 도심형 매장을 연달아 여는 이유를 투자 부담과 출점 속도로 읽은 트렌드라이트의 진단에는 저도 동의해요.

걸리는 건 그 분석이 마지막에 세운 질문입니다. '얼마나 줄이고도 여전히 이케아일 수 있느냐'. 저는 이게 변수를 잘못 고른 질문이라고 봐요. 매장이 작아질 때 먼저 바뀌는 건 경험이 아니라 비용의 주인이거든요.

세 매장이 모두 남의 건물 안에 있다

9월 17일 문을 연 대구점은 신세계백화점 안에 있습니다. 앞선 두 곳은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이고요. 백화점 3사의 건물에 한 곳씩 세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교외의 대형 매장, 흔히 블루박스라 부르는 곳은 그 자체가 목적지였어요. 주말에 차를 몰고 가서 반나절을 보내는 곳, 그러니까 이케아가 트래픽을 만드는 쪽이었죠. 도심형 매장은 반대로 백화점이 모아둔 사람을 빌려 씁니다. 출점이 빨라지는 진짜 이유도 여기 있다고 봅니다. 이케아는 2022년에 대구에 블루박스를 열겠다고 밝혔다가 계약 문제로 무산된 적이 있는데, 짓는 대신 세입자가 되자 대구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대가도 분명합니다. 동선과 입점 조건의 주도권이 건물주 쪽으로 넘어가요.

다이소만 한 크기, 다이소와 정반대인 가게

현장 후기에 붙은 '다이소만 한 이케아'라는 표현은 크기로는 정확합니다. 대구점이 약 300평이고 송도점과 광주점은 200평 안팎으로, 일부 다이소 대형 매장보다도 작으니까요. 그런데 두 가게가 돈을 버는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다이소의 큰 매장은 손님이 바구니에 담아 들고 나가는 매장이에요. 이케아의 작은 매장에서는 옷장도 소파도 들고 나갈 수 없습니다. 보고, 앉아보고, 집에 가서 주문하는 곳이죠.

이 차이가 중요한 건 성과를 재는 자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이소 매장의 성적은 그 매장 계산대에 찍힙니다. 이케아 소형 매장의 성적은 며칠 뒤 누군가의 휴대폰에서 찍히고요. 매장 방문과 이후의 온라인 주문을 같은 사람으로 이어 붙이지 못하면, 작은 매장은 장부상 임대료만 내는 쇼룸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트렌드라이트는 온라인 구매 침투율이 높은 한국이라 온라인으로 잇는 접점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고 봤는데, '충분하다'는 판단은 그 연결을 잴 수 있을 때만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이미 여러 번 팝업스토어로 작은 매장의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대목도 같은 이유로 조심해서 읽게 됩니다. 팝업이 증명하는 건 작은 공간에도 사람이 몰린다는 사실까지예요. 그 방문이 배송비를 감당할 만한 주문으로 이어지는지는 팝업 기간 안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줄 선 사진과 영수증 사이의 거리가 가장 먼 업종이 가구이기도 하고요.

상자를 들고 가던 사람이 사라지면

이케아의 싼 가격은 오랫동안 고객의 노동에 기대 왔습니다. 납작한 상자를 창고 선반에서 직접 꺼내 카트에 싣고, 자기 차로 실어 가서, 집에서 조립하는 일. 블루박스는 그 노동을 자연스럽게 시키는 공간이었어요.

이케아가 원래 가진 도심형 포맷 '시티'가 1~2천 평이고, 다른 나라에서 시험 중인 소형 매장도 대부분 500~800평입니다. 한국의 200~300평은 그보다도 한참 작죠. 이 크기면 창고를 품을 수 없고, 백화점 주차장까지 옷장 상자를 끌고 갈 사람도 없습니다. 운반은 이케아의 일이 됩니다.

2024년 기흥점에 자동화 시스템을 들여 온라인 주문 처리 역량을 키워둔 게 이 전략의 진짜 기반이라고 보는 이유예요. 작은 매장은 매장을 짓는 고정 투자를 줄이는 대신, 주문 한 건마다 붙는 물류비를 늘립니다. 성공할수록 커지는 비용이라는 게 문제죠. 매장이 잘돼 온라인 주문이 늘면 배송비도 같이 늘고, 그건 강동점 개점 비용처럼 한 번 내고 끝나는 돈이 아닙니다.

컬리와 오늘의집을 대조한 대목도 이 각도에서 다시 보입니다. 두 회사는 처음부터 집 앞까지 보내는 걸 전제로 장사해온 온라인 회사가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경우고, 이케아는 고객에게 맡기던 운반을 처음으로 떠안는 경우입니다. 둘을 가르는 건 경험의 많고 적음보다 물류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 쪽이 더 커 보여요.

저라면 이 실험을 '작은 매장이 얼마나 이케아다운가'로 채점하지 않겠습니다. 블루박스 하나를 짓지 않아서 아낀 돈보다 도심형 매장이 만들어낸 주문의 배송비가 작은지, 그것 하나를 보겠어요. 매출이 늘면서도 영업이익이 계속 밀린다면, 이케아는 매장을 줄인 게 아니라 고객이 대신 내주던 운반비를 되사 온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