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공백 끝에 네카라쿠배 합격한 디자이너가 말하는 포트폴리오 8가지 진짜 규칙
2년차에 회사를 나왔어요. 그리고 무려 1년간의 취업 공백기. 프로덕트 디자이너 포트폴리오에 관한 글은 세상에 넘쳐나는데,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들이 있더라고요. 드디어 재취업에 성공하고 나서, 그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들을 정리해봤어요.

내 피땀눈물의 결정체인 포트폴리오, 이게 뭐라고 1년을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배운 건 확실해요.
첫 프로젝트는 "내가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남이 재밌어할 것"을 앞에 둬라
처음에 회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 맨 앞에 배치했어요. 이해관계자 많고, 커뮤니케이션 복잡하고, 정말 뺑이 쳤던 대규모 구조 개편 프로젝트. 근데 멘토링을 받으면서 알았어요 — 내가 힘들었던 것과 보는 사람이 재미있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객관적으로 보면 그 프로젝트는 문제 해결 방식이 기발했던 것도 아니고, 특정 회사와 도메인 핏이 맞아떨어지는 사례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내가 별로 대단하다고 생각 안 했던 다른 프로젝트를 더 흥미롭게 봐주시더라고요. 포트폴리오는 고생담이 아니라 설득의 도구. 그때 확실히 깨달았어요.
프로젝트를 명료한 언어로 정리하는 일도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배경-문제정의-해결과정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건 결과론에 가까워요. 막상 진행 중에는 문제도 복잡하고 맥락도 얽혀 있으니까요. 그래서 틈틈이 "우리가 진짜 해결하려던 문제가 뭐였지?", "왜 이걸 꼭 해야 했지?"를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이 습관이 나중에 포트폴리오 정리할 때뿐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 중에도 사고를 또렷하게 만들어줬거든요.
성과에 숫자가 없어도 괜찮다, 단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포트폴리오 준비하면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게 "성과를 반드시 수치로 써야 하나?"라는 고민이었어요. 근데 실무를 돌아보면 모든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숫자로만 판단하지는 않잖아요. 실제로 여러 프로젝트 중 일부는 구체적인 수치 없이 제출했어요. 대신 그 프로젝트가 조직이나 사용자 경험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명확한 언어로 정리했죠.
면접에서 "왜 수치가 없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어요. 숫자보다 중요한 건, 성과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힘이라는 걸요.
가상 프로젝트도 하나 넣었어요. 이런 프로젝트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워낙 많기 때문에 단순히 UI가 예쁜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안 돼요. "이 서비스가 정말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답하느냐가 갈림길이었어요. 비즈니스 모델이 완벽하지 않아도, 서비스의 쓸모에 공감할 수 있고 현실감 있게 풀어내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여요. 실제로 멘토나 면접관 분들도 그 부분을 흥미롭게 봐주셨고요.
도메인이 곧 무기 — 비슷한 도메인은 서류가 쉽고, 다른 분야는 거의 탈락했다
이번 이직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거예요. 비슷한 도메인의 회사는 서류 통과가 수월했지만, 전혀 다른 분야는 거의 탈락. 새로운 환경에 바로 투입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큰 거죠. 최종 합격한 회사도 전 직장과 같은 도메인이었어요.
만약 정말 도메인을 바꾸고 싶다면, 해당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자체 개선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앞에 배치하는 전략이 필요해요.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증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증거 없이는 설득이 안 돼요.
프로젝트 구성의 밸런스도 중요했어요. 크게 구축, 개선, 운영성 업무로 나눌 수 있는데, 운영 과정에서 업무 생산성을 개선한 사례 — 예를 들어 내부 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나 공통화 작업 같은 것들 — 를 넣었을 때 면접관들이 의외로 흥미롭게 봐주시더라고요. 단순히 화면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팀의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든 이터레이션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 그리고 글자 수를 줄여라
한때는 모든 프로젝트를 가설-실험-검증 구조로 완벽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적으로 매번 AB 테스트를 하고 모든 이터레이션을 기록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대신 배경-문제-해결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데 집중했어요. 이것만 제대로 해도 절반 이상은 설득돼요. (생각보다 이 기본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포트폴리오가 많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가장 많이 배운 건 '줄이는 일'이었어요. 원래 할 말이 많은 편이라 처음엔 장표마다 글자가 빼곡했거든요. 계속 덜어내고, 서브텍스트를 지우고, 핵심만 남기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글을 읽지 않아요.

한 장표 안에서 각인시키고 싶은 메시지가 뭔지, 그 메시지를 중심으로 강약을 어떻게 줄 건지 고민하는 게 훨씬 중요했어요. 내용이 많다고 능력이 커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핵심만 남겼을 때 더 잘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걸, 이번 과정에서 확실히 배웠어요.
정리하면 이거예요. 포트폴리오는 나의 고생 기록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설득 문서. 도메인 핏, 프로젝트 밸런스, 언어의 정제, 그리고 과감하게 줄이는 용기. 1년 걸려서 배운 건데, 읽는 분들은 좀 덜 걸리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