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캐릭터 대신 '얼굴'을 고른 이유 — 스킨톤 5개, 헤어 3안, 목폴라 1벌

토스 인물 그래픽 리디자인

토스 앱에서 안내 문구나 고객센터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 그래픽, 본 적 있잖아요. 많은 IT 서비스나 은행이 대표 캐릭터를 쓰는데, 토스는 다른 길을 갔어요. 캐릭터 대신 인물 형태의 그래픽을 활용해왔거든요. 캐릭터만큼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황을 부드럽게 설명하고 사용자와의 거리감을 줄이는 데에는 충분했죠. 표정과 제스처만으로 감정과 상황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이 얼굴이 바뀌었어요. 아니, 정확히는 다시 만들어졌어요. 토스코어 그래픽 디자이너 정서현 님이 그 과정을 공개했는데, 단순히 "더 예쁘게"가 아니라 꽤 무거운 문제를 건드리고 있더라고요. 토스 앱이 성장하면서, 이 그래픽이 더 잘 해내야 할 역할도 분명해졌다는 거예요.

눈빛이 공허하면 신뢰감은 없다

기존 그래픽은 친근하고 귀여웠어요. 작은 이모지 환경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거든요. 문제는 두 가지. 하나는 화면이 커질수록 밀도가 낮아 보인다는 것. 또 하나는 아이 같은 인상과 공허한 눈빛이 토스가 지향하는 신뢰감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

"어떤 화면에 놓이더라도 완성도가 유지되는, 똑똑하고, 빠르고, 믿음직한 토스의 인상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얼굴." 디자인팀이 잡은 기준이에요. 구체적으로 네 가지 조건을 세웠죠.

네 번째 조건이 의외로 까다로운 거였어요. 아이콘 크기에서 괜찮은 얼굴이 대형 광고판에서도 괜찮아야 하니까. 이건 단순히 해상도 문제가 아니라, 디테일의 밀도와 조형의 완성도 자체를 다시 잡아야 하는 일이었거든요.

얼굴을 늘려봤는데 — 실패한 시도부터

가장 먼저 손댄 건 얼굴 형태와 이목구비 비율이었어요. 기존 얼굴은 친근하고 귀여웠지만, 동시에 다소 어려 보인다는 느낌도 함께 갖고 있었거든요. 일반적으로 성장할수록 얼굴의 세로 비율이 길어지는데, 기존 그래픽은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늘려봤어요.

결과? 기존 2D 그래픽과의 괴리감이 커지거나, 정사각형 프레임을 벗어나 아이콘처럼 정돈된 인상이 약해지는 게 아쉬웠어요. (디자인에서 '일단 해보자'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내는 건 아니죠.)

결국 얼굴 형태를 크게 바꾸기보다는, 기존 그래픽의 간결함과 아이코닉함은 유지한 채 눈·코·입의 배치와 표현을 중심으로 비율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방향을 선택했어요. 그 결과 과하게 어려 보이지 않으면서도 친절함과 지적인 인상이 동시에 느껴지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해요.

몸도 다시 만들었어요. 기존 인물 그래픽은 도형을 단순히 이어 붙인 구조여서 목과 어깨의 연결이 부자연스럽고 입체감이 부족해 보였거든요. 먼저 목과 어깨의 곡선을 정리하고, 몸과 의상의 위계를 다시 잡아 전체적인 조형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어요.

의상도 중요한 요소였어요. 여러 옵션을 검토한 끝에, 과한 디테일 없이도 단정하고 전문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짧은 목폴라 형태를 기본 의상으로 선택했죠. 조형과 착장을 함께 다듬으면서, 친근함은 유지하되 더 신뢰감 있는 얼굴을 만들 수 있었어요.

중성적 헤어 — A안, B안, C안의 사투

헤어 스타일은 특정 성별로 읽히지 않는 중성적인 인상이 목표였어요. 아이콘 특유의 정돈된 실루엣은 유지하되, 너무 딱딱하거나 복잡해 보이지 않는 균형이 필요했죠.

대표적으로 세 안을 비교했는데요.

A안은 밀도와 완성도는 높았지만, 아웃라인이 복잡하고 묘사가 많아서 간결함이 약해졌어요. B안은 곡선을 더해 중성적인 인상은 강화됐지만, 좌우 여백 차이로 대비가 강하게 느껴졌고요. C안은 얼굴 라인에 맞춰 정돈된 인상을 주었지만, 헤어와 얼굴의 경계가 라인으로만 나뉘어 있어 크기가 커질수록 밀도가 떨어져 보였어요.

어느 쪽도 완벽하진 않았어요. 여러 안을 비교한 끝에, 기존의 정리된 헤어 라인은 유지하되 부피감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죠. "완전히 중립적인 해답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어도, 전체 인물 그래픽의 톤과 가장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판단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답이 없는 문제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최선을 고른 거예요.

노란색은 왜 포기했을까 — 스킨톤 5종의 탄생

스킨톤은 가장 많은 고민이 필요한 요소였다고 해요. 특정 인종이나 문화가 연상되지 않는 중립적인 컬러를 찾기 위해 블루, 핑크, 옐로우 등 여러 색을 비교하며 검토했거든요.

노란색이 꽤 유력한 후보였어요. 이모지를 통해 이미 학습된 친숙함이 있고, 밝고 긍정적인 인상을 주며 토스의 전체적인 디자인과도 잘 어울렸고요. 하나의 대안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다고 해요.

근데 포기했어요. 두 가지 이유. 사용자에게는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화면이 커질수록 다른 디자인 요소와 충돌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솔직히 앱 전체에 노란 얼굴이 대형으로 뜨면 좀 당황스러울 수 있겠죠.)

그래서 발상을 완전히 바꿨어요. 단일한 중립 컬러를 고르는 대신, 다양성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한 거예요. 이모지의 피부색 옵션에서 착안해 다섯 가지 스킨톤을 정의하고, 여러 인물 그래픽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이 스킨톤을 섞어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마련했어요. 그 결과 앱 전반에서 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포용성과 유니버설한 가치를 함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해요.

중립을 만드는 방법이 '하나의 색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색을 함께 쓰는 것'이었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한국 사회가 빠르게 다인종·다문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고, 토스 역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결정이죠. 단일한 스킨톤의 그래픽을 사용하는 게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시절에서, 이제는 특정 인종이나 문화로 읽히지 않고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보다 보편적인 얼굴이 필요해진 거예요.

한 색을 고르느냐, 여러 색을 열어두느냐

이 과정을 거쳐, 인물 그래픽은 이전보다 더 신뢰감 있고 지적인 인상으로 다듬어졌어요. 얼굴 비율은 미세 조정, 몸은 곡선 정리와 목폴라, 헤어는 부피감 보완, 스킨톤은 5종 체계. 하나하나 보면 작은 변화 같은데, 이 작은 결정들이 모여서 "이 앱은 어떤 태도와 성격을 가진 서비스인가"를 전달하게 돼요. 실제 토스 앱에 적용했을 때도 주변 요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고 해요.

댓글 반응도 갈려요. "인종이나 성별을 국한두지 않고 설계한 부분이 좋다"는 사람, "국내 앱이어도 국내에서 사용하는 유학생이나 외국인도 많으니까"라고 공감하는 사람, "더 생기있는 캐릭터가 돼서 친밀도가 올라간다"는 사람. 반면에 "굳이 흑인 피부톤을 국내 앱에서?"라는 반응도, "얼굴색 다양해지니까 시선이 튀어서 별로"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디자인 판단이 아니라 가치 판단의 영역에 들어가는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토스가 택한 건 명확해요. 중립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는 정의. 앞으로도 인종·성별·연령 등 어떤 기준에서도 편견이 느껴지지 않는 중립적이고 포용적인 인물 그래픽을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 한국 앱이 이걸 공식적으로 밝히고 실행에 옮긴 건 드문 사례예요. 목폴라 한 벌, 스킨톤 다섯 개. 작아 보이지만, 이 앱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를 말해주는 선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