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절의 병목은 구매자의 배송비가 아니라 판매자의 박스다

당근절

트렌드라이트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당근이 10월 10일 처음 연 '당근절'은 '연중 최대 행사'라는 이름에 비해 이용자 행동을 크게 바꾸지 못했고, 당근이 바로구매라는 새 습관을 정말 만들고 싶다면 배송 파트너 CJ대한통운과 비용을 나눠 일정 기간 무료배송을 하는 식의 더 과감한 베팅이 필요하다는 것. 진단의 절반과 처방의 방향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질문을 바꿔 보면 이렇습니다. 중고거래가 동네 직거래에서 전국 택배거래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막힌 쪽은 사는 사람일까요 파는 사람일까요?

분석이 가장 강하게 말하는 것

먼저 주장을 공정하게 옮기겠습니다. 당근은 걸어서 갈 만한 거리 안의 직거래로 차별화한 서비스라, 하루 날을 잡아도 거래를 크게 늘리기 어렵습니다. 사고 싶은 사람과 팔고 싶은 사람을 가까운 거리 안에서 동시에 맞춰야 하니까요. 그래서 당근절의 진짜 목적은 지난해 9월 도입한 바로구매를 살리는 데 있었다고 봅니다. 안심결제로 사면 택배 배송까지 연결해 주는 기능인데, 구매자에게만 붙는 수수료 3.3%(지금은 출시 기념 2.2%)보다 3천 원 안팎의 배송비가 장벽이었고, 그래서 1인당 최대 5회 '바로구매 배송비 0원'을 핵심 혜택으로 걸었다는 거죠.

당근이 밝힌 성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용자가 몰려 행사가 시작 9시간 만에 조기 종료됐고, 당일 중고거래 건수가 행사 전 토요일보다 141% 늘었습니다. 하지만 외부 데이터로 보면 흥행이라 부르기 어렵다는 게 분석의 요지예요. 모바일인덱스 기준 당일 방문자는 약 725만 명으로 직전 4주 같은 요일 평균보다 1% 남짓 늘었는데, 올해 상반기 G마켓 빅스마일데이는 28% 늘었습니다. 1인당 사용시간도 당근이 약 15%, G마켓이 21%였고요. 그리고 바로구매는 광고 외 수익원이 없다는 당근의 오래된 숙제를 풀 기회이고, 쿠팡에 밀려 택배 2위가 된 CJ대한통운에게도 새 물량이 걸린 일이니 두 회사가 더 세게 밀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갑니다.

바로구매가 당근에게 중요하다는 진단,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는 관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갈라지는 건 두 군데, 무엇으로 재느냐와 어디에 돈을 쓰느냐입니다.

방문자 수는 이 행사의 자로 맞지 않다

빅스마일데이 같은 오픈마켓 행사는 평소 안 오던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목적이라 방문자 증가가 곧 성적입니다. 당근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미 매일 들르는 사람이 많은 앱이고, 당근절이 바꾸려던 건 그 사람들의 거래 방식, 즉 직거래를 택배거래로 바꾸는 일이었어요. 그러니 방문자가 1% 남짓 늘었다는 건 행사의 실패라기보다 애초에 다른 걸 재고 있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G마켓과 나란히 놓은 비교도 같은 이유로 공정하지 않다고 봅니다.

흥미롭게도 분석의 마지막 문장이 이미 맞는 자를 들고 있습니다. 이 노력의 진짜 성공은 하루 거래량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동네 직거래'에서 '전국 택배거래'로 넘어오게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래서 방문자 비교는 이 기준과 어긋난다고 봅니다. 제가 보고 싶은 숫자는 이런 겁니다. 당근절에 처음 바로구매를 써 본 사람이 몇 명이고, 그중 무료배송이 끝난 뒤 30일 안에 제 돈 내고 다시 쓴 사람이 몇 %인가. 그리고 같은 기간 바로구매로 물건을 판 판매자는 몇 명 늘었나. 141%라는 거래 증가도 이 두 숫자와 함께 봐야 의미가 생깁니다.

쿠팡식 무료배송은 B2C의 논리다

더 크게 갈라지는 건 처방입니다. 분석은 초기 로켓배송을 거의 무료에 가깝게 풀어 경험을 빠르게 퍼뜨린 쿠팡처럼, 하루짜리가 아니라 일정 기간 무료배송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쿠팡의 무료배송이 통한 건 공급이 쿠팡 손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건은 쿠팡 창고에 있었고, 포장과 출고도 쿠팡이 했어요. 남은 장벽은 구매자의 배송비뿐이었으니 그걸 없애면 거래가 늘었습니다.

중고거래는 공급이 판매자 손에 있습니다. 물건마다 하나뿐이고, 그걸 박스에 넣고 송장을 붙이고 편의점이나 택배 기사에게 넘기는 일은 판매자가 해야 합니다. 직거래에 익숙한 판매자에게 이건 꽤 큰 수고예요. 박스를 구해야 하고, 깨지지 않게 싸야 하고, 수거 시간을 맞춰야 합니다. 구매자 배송비를 0원으로 만들어도 판매자가 박스를 싸야 하는 수고는 그대로고, 판매자가 "직거래만 할게요"라고 적어 두면 바로구매는 열리지 않습니다. 양면 시장에서 돈은 병목이 있는 쪽에 써야 하는데, 이 처방은 병목이 아닌 쪽에 돈을 붓자는 얘기로 들립니다.

그래서 제 대안은 판매자 쪽 마찰을 지우는 것입니다. CJ대한통운과 손을 잡는다면 구매자 배송비 할인보다 판매자 집 앞 픽업, 포장재 제공, 송장 자동 발급 같은 쪽이 택배사의 강점을 더 잘 쓰는 협력이에요. 첫 바로구매 판매에 수수료를 돌려주는 식으로 판매자의 첫 경험을 사는 것도 방법이고요. 구매자는 이미 택배로 물건을 받는 데 익숙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건 판매자예요.

분석이 맞는 경우

공정하게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바로구매의 실제 병목이 구매자 쪽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격이 낮은 물건일수록 3천 원 배송비가 상품값에 비해 크게 느껴진다는 분석의 지적은 맞고, 저가 물건이 많은 카테고리라면 구매자 배송비가 정말 결정적인 장벽일 수 있어요. 그 카테고리에서 판매자 상당수가 이미 택배 거래에 열려 있다면, 분석의 제안대로 기간 무료배송이 효과적일 겁니다. 9시간 만의 조기 종료가 준비한 배송 물량과 예산이 소진된 결과라면 당근도 내부적으로는 기대한 반응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찰도 공정하고요.

다만 그걸 가르는 데이터는 당근만 갖고 있습니다. 당근절 기간에 바로구매를 열어 둔 판매자 비율과, 구매 시도가 판매자의 '직거래만'에 막힌 비율. 이 두 숫자를 보면 병목이 어느 쪽인지 바로 나옵니다. 저는 판매자 쪽일 거라고 보지만, 어느 쪽이든 다음 당근절의 예산은 그 숫자를 본 뒤에 배정하는 게 맞습니다. 양면 시장의 프로모션을 설계하는 팀이라면 이 습관 하나는 가져갈 만합니다. 돈을 쓰기 전에, 막힌 쪽이 어디인지부터 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