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스파르타 디자인팀이 Claude Code로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든 이유

Anthropic에서 Claude 디자인을 총괄하는 Jenny Wen이 "디자인 프로세스는 끝났다"고 했을 때, 꽤 많은 디자이너가 불쾌했을 거예요. 근데 숫자를 보면 반박이 어렵더라고요. 불과 몇 년 전까지 업무 시간의 60~70%를 차지하던 목업과 프로토타이핑이 지금은 30~40%로 쪼그라들었어요. 나머지 시간? 엔지니어와 구현 설계를 논의하고, 직접 무언가를 돌려보는 데 쓰고 있다는 겁니다.

디자이너의 무게중심이 '만드는 사람'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다. Jenny Wen의 요지는 이거였어요. 직군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기획자가 디자인 시스템 안에서 결과물을 직접 뽑아내고, 디자이너가 코드의 논리를 다루는 세상. (솔직히 3년 전만 해도 "디자이너가 코딩한다고?" 하면 농담 취급당했잖아요.)

팀스파르타 디자인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어요. 시중에 프로덕트 디자이너용 에이전트와 스킬이 수백 개는 깔려 있는데, 굳이 자체 에이전트를 만들기로 한 겁니다.

시중 에이전트가 넘쳐나는데 왜 직접 만들었나

이유는 단순해요. 범용 에이전트는 '우리 제품의 맥락'을 모릅니다. 고객 특성, 팀의 일하는 방식, 디자인 원칙 — 이런 건 설정 몇 줄로 주입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팀의 DNA가 깊게 박혀 있어야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이 나옵니다.

그래서 목표를 이렇게 잡았어요.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디자인을 한 번도 안 해본 동료도 팀의 원칙이 반영된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 누구나 실험을 주저 없이, 빠르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 도구가 아니라 파이프라인을 만들겠다는 거였죠.

근데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가니까 첫 번째 벽이 나타났어요. 구조 문제.

기존 디자인 프로세스 순서를 버린 이유

보통 제품 개선 프로젝트는 정해진 순서를 따라요. 기획 → 디자인 → 개발 → 테스트. 처음에는 이 익숙한 흐름에 맞춰 에이전트 기능을 정의하려고 했대요.

근데 Claude Code로 실험을 반복하면서 깨달은 게 있었죠. AI가 개입하는 순간, 기존 업무 문법이 통째로 달라진다는 거예요. 최소한의 기획만 하고 바로 프로토타입을 배포한 다음, 결과물을 보면서 역순으로 기획서를 다듬는 게 가능해졌거든요. Figma 열 필요 없이, 먼저 개발한 페이지로 UT를 돌리거나 설문을 해볼 수도 있고요.

결국 '순서'를 버리고 '기능과 목적 단위의 분류'를 선택했어요. 이 결정이 에이전트 설계의 뼈대가 됩니다.

좋은 에이전트의 기준도 네 가지로 세웠어요. 첫째, 직관적인 접근성 — 다른 직무 동료도 필요한 스킬을 바로 찾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유연한 연결성 — 리서치하다가 곧바로 크리틱을 받고, 그 피드백을 UI 디자인에 즉시 반영할 수 있어야 하죠. 셋째, 일관된 맥락 유지 — 제품 원칙, 고객 정의, 디자인 시스템 같은 '중앙 정책'을 모든 스킬이 공유해야 합니다. 넷째, 즉시 활용 가능한 완성도. 검증된 기준과 맥락을 바탕으로 동작하며, 임의 추측 없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예요.

네 번째가 제일 어려운 부분이에요. (사실 대부분의 AI 도구가 여기서 무너지잖아요.)

5가지 기둥 — Research부터 Handoff까지

에이전트 아키텍처

고민 끝에 핵심 기능을 다섯 가지 기둥으로 나눴어요. 가장 상위에는 제품 정의와 디자인 원칙이 담긴 '중앙 정책'이 자리 잡고 있고, 각 스킬이 이 정책을 실시간으로 참조하면서 작업을 수행합니다.

Research — 문제 상황에 맞는 리서치 유형을 제안하고 실행 계획 문서를 작성해요. 인터뷰 데이터를 테마별로 구조화하고, 유저 행동의 핵심 패턴을 분석합니다. 개별 리서치 결과와 참여자 정보를 DB에 기록해서 지식 자산으로 관리하는 것까지 포함이에요.

UX Writing — 팀의 보이스&톤과 제품 맥락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문구를 제안하고, 기획 단계 와이어프레임에 카피를 즉시 배치합니다. 라이팅 가이드 준수 여부 확인과 실시간 맞춤법 교정까지. 이 부분은 사람이 하면 엄청 지루한 작업인데, AI가 잘 맞는 영역이에요.

UI Design — 기존 UX 패턴과 디자인 시스템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화면을 자동 구현합니다. PC·태블릿·모바일 간 반응형 규격 설정도 자동이고, 이미지나 웹 링크를 분석해서 디자인 시스템 기반 피그마 파일까지 생성해요.

Critique — 디자인 원칙, 제품 정책, 개발 구현성을 아우르는 통합 분석이에요. 접근성, 다크패턴, 인터페이스 공정성, 제품 신뢰도 항목을 선제 점검하고, 출시 전 예상되는 사용자 경험 및 정책적 오류를 사전에 잡아냅니다. 디자인 리뷰에 항상 빠지는 부분들.

Handoff — 개발 구현에 필요한 핵심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상태별 동작 방식과 예외 조건을 명세화합니다. 구현 시 필요한 상세 정보를 스펙 문서로 즉시 정리해주는 거죠.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이거 어떻게 동작해요?"라는 질문이 줄어드는 효과.

전사 누구나 쓰는 '유저 에이전트'까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어요. 디자인 업무 안에서만 쓰는 도구가 아니라, 전사 모든 동료가 활용할 수 있는 '유저 에이전트'까지 추가하려는 계획이에요. 가상의 사용자에게 아무 때나 질문을 던져서 검증해볼 수 있는 기능이죠.

"우리 타겟 고객이라면 이 버튼의 문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같은 질문에 AI 유저가 즉각 피드백을 줍니다. 제품의 페르소나 정의와 세그먼트 분류를 반영해서 조건에 맞는 유저를 선택할 수도 있게 하고 싶다고 해요.

잠깐 딴 얘기인데, 이건 사실 UX 리서치의 비용 구조를 완전히 뒤집는 시도예요. 실제 사용자 테스트 한 번에 수십만 원이 드는 현실에서, AI 유저로 초안 검증을 빠르게 돌리고 진짜 사용자 테스트는 핵심 가설에만 집중하는 구조.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오면 —

결국 이 팀이 만들고 있는 건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에요.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시스템화해서, 누구나 높은 수준의 프로덕트를 민첩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생각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과정인 거죠. 대체가 아니라 확장. 목업 비중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디자이너가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의 판단력이 조직 전체로 퍼지는 거예요. 그 판단력을 코드로 옮기는 도구가 Claude Code고요.

이 구조 위에서 어떤 스킬들이 실제로 구현되고 제품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진대요. 근데 솔직히 더 궁금한 건, 이 에이전트가 실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예요. 설계는 늘 아름답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