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에 터진 두 건, 피그마만 6.8% 빠진 이유

Claude Design 공식 이미지

같은 주에 두 회사가 새 제품을 내놨어요. OpenAI는 차세대 이미지 모델, 앤트로픽은 Claude Design. 둘 다 '이미지'라는 단어로 묶일 것 같은데, 주가가 흔들린 건 피그마였어요. 6.8% 빠졌어요. 앤트로픽이 낸 제품 때문에.

이상하죠. 이미지 생성 모델이 나왔는데 왜 디자인 SaaS 주가가 빠지나요. 실제로 덕테이프는 이미지 모델이 맞고, Claude Design은 이미지를 '그리지 않는' 제품이에요. 두 회사가 같은 단어로 묶였지만 본 자리는 완전히 달랐던 거예요.

덕테이프는 그림을 그리고, Claude Design은 회의실을 대신해요

덕테이프. 요상한 이름이에요. 접착테이프 이름 셋이 어느 날 밤 아레나에 슬쩍 올라왔어요. packingtape-alpha, maskingtape-alpha, gaffertape-alpha. OpenAI가 몰래 올려둔 스텔스 모델이에요. 몇 시간 만에 셋 다 사라졌고, 사람들이 남은 자국을 긁어모아 붙인 별명이 '덕테이프'예요.

그 사이 테스트 결과가 쌓였어요. 한글이 99% 정확도로 찍히고, 실사랑 구분이 안 가는 사진이 나와요. 구글 나노 바나나 프로가 지키던 왕좌에서 내려왔어요. 사실성, 글자, 일관성. 세 가지 다 이제 덕테이프 쪽.

Claude Design 런칭

같은 주. 앤트로픽이 Claude Design을 냈어요. 이름은 '디자인'인데 그림은 안 그려요. 피그마처럼 손으로 만질 캔버스도 없고, 캔바처럼 갖다 쓸 템플릿도 없어요. 대신 프로토타입, 슬라이드, 한 장짜리 자료, 디자인 시스템, 마케팅 랜딩 페이지가 나와요. 한 카테고리로 묶이지 않는 물건.

그런데 런칭 당일 피그마 주가가 빠졌어요. 새 이미지 생성 모델이 붙었다면 피그마가 흔들릴 이유가 없어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죠.

덕테이프는 SNS에 올릴 이미지를 그려요. Claude Design은 회의실에서 말로 설명하던 걸 대신해요. 하나는 무대, 하나는 회의실. 주가가 빠진 쪽이 어디인지 보면 지금 시장이 어디를 더 중요하게 보는지도 드러나요.

OpenAI는 소라를 접고 그 GPU를 이미지에 넣었어요

소라를 접은 건 지난달 말이에요. 하루에 200억 원을 태우고 30억을 건졌어요. 만년 적자.

OpenAI 소라

디즈니랑 1조 4천억 원짜리 계약이 붙어 있었는데, OpenAI는 공식 발표 한 시간 전에야 디즈니에 전화를 걸었대요. (한 시간 전이요, 파트너사한테.) 알트만은 직원들한테 짧게 말했어요. 차세대 제품에 컴퓨트를 몰아넣겠다고.

열하루가 지나요. 밤사이 아레나에 새 이름 셋이 올라와요. 소라가 쓰던 GPU가 어디로 갔는지 업계는 대강 짐작했어요. 덕테이프 뒤에 그 GPU가 앉아 있었던 거예요.

OpenAI한텐 시간이 없었어요. DALL-E가 5월에 문을 닫아요. 이미지 생성 카드를 손에서 놓기 전에 새 카드를 쥐어야 했고, 영상은 너무 비쌌고, 이미지는 당장 돈이 돼요.

근데 문제가 있었어요. OpenAI는 너무 많은 카드를 한꺼번에 쥐고 있었어요.

지난달 WSJ가 내부를 들여다봤어요. 기사 코드명이 '코드 레드'. 앱 총괄 피지 시모가 직원들 앞에서 말해요. 다 한꺼번에 하려다 회사가 늘 방어만 하고 있다고. 직원들이 한 말도 비슷. 컴퓨트는 팀 사이를 떠돌고, 조직도는 점점 꼬이고. 소라 팀은 연구 부서 안에 박아뒀어요. 대표 소비자 제품을 만드는 팀이 실험실 한구석에 앉아 있던 거예요.

기사 끝에 한 줄이 남아요. 앤트로픽이 이미지와 영상에 일부러 손을 안 댔는데, 그 집중이 돈으로는 1등을 만들었다고. 적게 펼친 쪽이 이기고 있던 셈이에요. OpenAI는 지금 거꾸로 그 길을 따라가요. 소비자용을 줄이고 기업용으로.

저울의 축이 옮겨가요. 지난해까지 AI 회사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로 무게를 쟀어요. 지금은 '무엇을 안 하느냐'가 저울 위에 올라와요. 앤트로픽이 이 변화를 제일 먼저 몸에 익혔어요.

의자 이름은 Claude Design, 앉은 곳은 피그마 자리

앤트로픽은 이미지 대전에 들어가지 않아요. 이겨도 얻을 게 적고, 져도 자기 경기장이 아니니까요. 대신 옆에 의자를 하나 내려놔요. 의자 이름은 Claude Design. 그 의자가 놓인 자리가 공교롭게도 피그마 자리.

Claude Design이 뽑아내는 결과물부터 보면요. 실사 같은 웹페이지, 손끝으로 움직이는 앱 화면, 브랜드 색이 입혀진 슬라이드, 팀 규칙을 그대로 따라간 프로토타입. 한 장짜리 이미지가 아니라 회의 한 번에 올려놓는 결과물.

"차분한 모바일 명상 앱. 타이포는 조용하게, 색은 자연 느낌으로." Claude가 첫 화면을 띄워요. 그 위에 "타이포 크게", "다크 모드 토글 추가", "버튼 간격 띄워줘"를 얹어요. 말로 시켜도 되고, 요소에 댓글을 달아도 되고, 슬라이더를 당겨도 돼요. 디자인이 바뀌면 슬라이더도 바뀌고요.

실제 쓰는 사람들의 숫자가 꽤 세요.

브릴리언트 시니어 디자이너 올리비아 슈. 인터랙션과 애니메이션이 복잡한 페이지 하나. 다른 툴에선 프롬프트 스무 번 넘게 돌려 만들었어요. Claude Design에선 두 번.

데이터독 프로덕트 매니저 아니시 케티니. 일주일이면 브리프 쓰고, 디자이너가 목업 뽑고, 리뷰 라운드를 돌았어요. 지금은 회의 한 번. 대화 도중에 디자인이 살아 움직인다고 했대요.

이미지가 아니에요. 시간.

피그마 이사가 앤트로픽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거 단순히 제품 출시가 아니에요. 사람의 이동이 그 뒤에 있었어요.

마이크 크리거

제니 웬. 피그마 디자인 디렉터였어요. 피그잼과 슬라이드 팀을 이끌었고요. 지난해 앤트로픽으로 옮기면서 디렉터 자리를 내려놓고 실무자로 갔어요. 지금은 Claude의 디자인 총괄. 올해 3월 Lenny's Podcast에서 선언했어요. 탐색하고 발산하고 수렴하는 그 고전 프로세스, 죽었다고. 엔지니어가 Claude 일곱 개를 동시에 굴리는데 디자이너는 몇 달짜리 탐색 뒤만 쫓아간다고. (피그마 슬라이드 팀을 이끌던 사람이 앤트로픽으로 갔고, 4월에 나온 제품 목록에 슬라이드가 있어요.)

마이크 크리거. 앤트로픽 제품 총괄,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 타임라인을 쭉 보면 이상해요. 인스타그램 매각 → Artifact → 2024년 앤트로픽 CPO → 2025년 피그마 이사회 합류 → 올해 1월 앤트로픽 Labs 팀 결성 → 4월 14일 피그마 이사회 사임 → 사흘 뒤 Claude Design 런칭.

SEC 공시엔 '이견 없음'이라고 찍혔어요. 같은 날 The Information이 '앤트로픽의 다음 모델에 피그마 핵심 기능과 경쟁할 디자인 툴이 들어간다'고 보도했고요. 공식 설명과 실제가 따로 노는 장면.

피그마 출신이 Claude의 디자인 총괄. 피그마 이사회에 있던 사람이 앤트로픽의 제품 총괄. 제품 이름이 Claude Design. 자리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자리를 통째로 옮겨 왔어요.

의자를 놓는다는 건 앤트로픽의 일관된 전략이에요. Claude Code가 개발자 옆에 앉고, Claude Cowork가 지식 노동자 옆에 앉고, Claude Design이 디자이너 옆에 앉아요. 도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직군마다 의자 하나씩. 사람이 0에서 1을 꺼내는 첫 순간, 그 옆엔 Claude가 먼저 앉아 있는 구조. Claude Design이 애매했던 이유가 그거예요. 이미지 생성도, 편집 툴도, 템플릿도 아닌 '옆자리'. 기존 카테고리에 없는 자리.

진짜 무기는 디자인과 코드를 잇는 다리

여기서부터가 피그마 주가가 빠진 진짜 이유예요.

디자인 하나 끝내고 개발자한테 넘기면 늘 같은 장면이 반복돼요. "이 컴포넌트 저희 코드에 없는데요." "이 색 저희 팔레트에 없어요." "이 간격 저희 Tailwind 값이랑 달라요." 디자이너가 다시 고치고, 개발자가 다시 만들고, 리뷰가 또 돌고. 디자인과 개발 사이 도로가 편도 2차선이라는 비유가 나와요. 한 대씩 간신히 빠져나가고, 마주 오다 꽉 막히고.

Claude Design은 그 도로에 다리를 놔요.

Claude Design 인라인 편집

온보딩 때 Claude가 회사 자료를 읽어 들여요. GitHub 레포, 로컬 코드, 폰트, 로고, 기존 디자인 파일. 이걸로 팀 규칙을 짜요. 이후에 뽑는 모든 화면이 회사의 진짜 Tailwind 값, 진짜 컴포넌트, 진짜 스타일 위에서 움직여요.

프로토타입에 뜨는 버튼이 상상 속 버튼이 아니에요. 코드에 이미 있는 <ProductCard> 컴포넌트예요. 프롬프트에 "ProductCard 컴포넌트 써줘"라고 치면 Claude가 그대로 가져다 써요. 브릴리언트에서 나온 말이 그대로 맞아떨어져요. "이건 좋은데 저희 코드엔 없어요"라는 대화가 사라졌다고.

디자인이 끝나면 'Handoff to Claude Code' 버튼. Claude가 번들을 싸요. 디자인 파일, 지금까지의 대화, README 한 장. README엔 구현 지시, Claude Code 창에 그대로 붙여넣을 프롬프트. 번들을 Claude Code가 받아요. 같은 코드를 이미 알고 있고, 번들도 같은 집안에서 온 물건. 새로 해석할 것 없이 바로 프로덕션 코드.

VentureBeat가 여기에 이름을 붙였어요. 클로즈드 루프.

탐색, 프로토타입, 프로덕션 코드까지 한 집안에서 돌아요. 다른 AI 디자인 툴은 여기까지 못 와요. Lovable은 웹앱을 만들고, v0는 UI를 만들어요. 둘 다 회사 코드와 붙지 않아요. Claude Design은 붙고요. Hacker News에 한 줄이 올라왔어요. Lovable의 66억 달러 밸류가 흔들린다고.

피그마도 이 전쟁을 알고 있었어요. 올해 2월에 'Code to Canvas'를 내놨어요. AI가 만든 코드를 다시 피그마 화면으로 되돌리는 기능. 방향이 반대인 거죠. 피그마는 코드를 디자이너 화면으로 끌어와요. Claude는 디자인을 코드로 밀어넣어요. 제품이 진짜 만들어지는 쪽은 뒤쪽.

축이 또 옮겨가요. 팀 규칙의 원본이 어디 사느냐. 피그마의 규칙은 피그마 파일 안에 살아요. Claude의 규칙은 회사 코드 안에 살아요. 원본이 코드 쪽으로 넘어가면, 피그마는 그걸 베껴 보여주는 2차 자료가 돼요.

다리 하나가 편도 2차선 도로를 지워요.

캔바는 친구, 피그마는 협공 대상

흥미로운 게 있어요. 캔바는 적으로 돌아서지 않았어요. 캔바 CEO 멜라니 퍼킨스가 런칭 당일 직접 말해요. 캔바와 Claude Design은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라고. Claude에서 나온 초안을 캔바로 옮기면 곧바로 편집 가능한 디자인이 된다고.

왜 캔바는 친구로 남고 피그마만 적이 됐을까요.

역할이 나뉘기 때문이에요. Claude는 초안과 코드를 맡아요. 캔바는 완성, 협업, 배포를 맡고요. 캔바는 처음부터 비디자이너 편이었어요. 자리가 안 겹쳐요.

피그마는 겹쳐요. 피그마는 초안부터 완성, 개발 핸드오프까지 혼자 다 쥐고 있던 회사예요. 양쪽 끝을 Claude가 가져가면 가운데만 남아요. 가운데는 전문 디자이너가 시안을 다듬는 자리. 좋은 자리지만, 시가총액 100억 달러 회사가 앉을 자리는 아니에요.

앞에선 Claude가 초안을 뽑고, 뒤에선 Claude가 코드로 넘기고. 가운데 피그마가 끼어 있어요. 협공.

그럼 피그마는 죽나요

당장은 아니에요. 피그마는 여전히 전문 디자이너의 주 무기예요. 벡터 편집, 팀 규칙 관리, 실시간 협업 캔버스. 이 영역은 아직 피그마의 안방. Claude Design은 아직 리서치 프리뷰이고, 기업 고객은 관리자가 기본값으로 꺼둬요.

다만 피그마가 지키던 양쪽 끝이 빠지고 있어요. 새 아이디어를 처음 여는 파일이 .fig였어요. 디자인을 개발로 넘기는 마지막 패키지도 피그마 링크였고요. 앞뒤 두 자리가 Claude로 넘어가면 피그마한텐 가운데만 남아요. 좋은 회사로는 남겠지만, 시가총액 100억 달러 회사는 아니에요.

네 번 연속 판을 비틀었어요. 다음은?

OpenAI는 이미지를 그려요. 나노 바나나 프로를 앞서고, 덕테이프로 성능을 증명하고, 소라의 실패를 지워요. 큰 싸움.

앤트로픽은 그 싸움에 안 끼어요. 대신 회의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요. 창업자, PM, 마케터가 "이런 느낌으로 가고 싶어요"를 말하는 첫 순간부터, 그 아이디어가 프로덕션 코드로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Claude가 깔려 있는 구조.

네 번째 대전이에요. 챗봇, 코딩 에이전트, 데스크탑 앱을 거쳐 이번엔 이미지. 네 번 모두 앤트로픽이 판을 비틀었어요. 챗봇에선 안전성, 코딩에선 에이전트, 데스크탑에선 업무 자동화, 이번엔 디자인에서 코드로 이어지는 다리.

다섯 번째는 어디일까요.

후보가 셋. 브라우저 에이전트. OpenAI는 Atlas로 이미 들어갔고, 앤트로픽은 Claude for Chrome을 베타로 돌려요. 세일즈 자동화. Salesforce가 표적. 그리고 음성. OpenAI는 Realtime API로 먼저 달렸고 앤트로픽은 아직 조용.

어느 쪽이든 패턴은 같아요. OpenAI가 전면에 서면, 앤트로픽은 옆에 조용히 의자를 놓고, 한 번 더 판을 비틀어요.

이번 판에선 피그마가 먼저 흔들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