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앱에 한강 수온이 떴다 — 슈퍼앱이 놓친 한 가지

금융 앱에서 한강 수온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게 정상일까요.

토스 한강물 논란 대표 이미지

핀테크 선두 주자로 달려가던 토스가 때아닌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어요. 투자 손실을 비관하는 자조적 밈을 연상시키는 기능을 앱에 여과 없이 노출했기 때문입니다. 기능 출시 직후 거센 역풍이 불었고, 토스의 사용자 감수성과 검수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났죠.

토스 한강물 논란 상세

근데 전문가들은 이게 단순한 기획 실수가 아니라고 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토스의 개방형 슈퍼앱 전략, 바로 '앱인토스'라는 거예요.

3월 19일, 한강 수온이 금융 앱에 등장하다

토스가 19일 앱 안에 추가한 '한강물' 기능은 이런 거였어요. 중랑천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 한강의 수온 정보, 미세먼지 농도, 금일 접속 사용자 숫자를 화면 하나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

한강물 기능 상세 화면 — 수온, 미세먼지, 물놀이 적정 수온, 접속자 수가 표시됐다

간단한 정보 제공 목적이었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이 기능이 투자 업계의 자조적 밈인 '한강에 간다'를 너무 강하게 연상시켰다는 거예요.

한강물 기능 상세 — 현재 수온, 미세먼지 현황, 물놀이 적정 수온, 접속자 수

기능이 추가된 지 하루도 안 돼서 투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금융 앱이 죽음을 희화화하는 표현을 그대로 노출한 건 선을 넘은 행위"라는 지적이었어요. 투자자들의 상실감을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기능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토스의 해명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었다

논란이 커지자 토스 측이 해명에 나섰어요. "해당 서비스는 외부 개발자가 만든 서비스를 토스 앱에 출시하는 '앱인토스'를 통해 제공된 기능"이고, "수상 레저 활동 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었기에 검수 단계에서 문제점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토스의 수상 레저 목적 해명 관련 자료

솔직히 이 해명은 역효과였어요. "수상 레저를 즐기려고 금융 앱에서 수온 확인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응이 즉각 나왔거든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라는 지적, 플랫폼 운영진의 현실 감각과 공감 능력의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거세졌습니다.

앱인토스, 확장의 독이 된 순간

여기서부터가 진짜 이야기예요.

UX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근본 배경에 토스가 강력하게 추진해 온 '앱인토스' 개방형 슈퍼앱 전략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앱인토스는 외부 개발자나 파트너사가 만든 미니앱을 토스 앱 안에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에요. 지난해 7월 토스가 대대적으로 발표한 슈퍼앱 전략 고도화의 핵심이었죠.

한강물 기능이 토스의 금융 서비스와 같은 공간에서 제공됐다

문제가 뭐냐면요. 토스는 사행성, 불법 콘텐츠 등 입점 제한 대상을 명시하고 자체 검수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한강물 서비스처럼 표면적으로는 무해해 보이더라도 특정 사회적 맥락과 사용자층의 심리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앱은 현행 심사 기준으로 걸러낼 수 없었다는 거예요. 기계적 심사의 치명적 구조가 드러난 겁니다.

현직 UI/UX 디자이너 겸 PM인 데이지 인사이터는 이렇게 말했어요. "슈퍼앱으로 확장하려는 시도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중요한 건 그 기능이 어떤 맥락에서 연결되느냐"라고요. 만약 이걸 확장의 일부로 기획했다면, 물놀이 시즌이라는 명확한 시점과 사용자 상황을 기반으로 접근했어야 한다는 거예요. 수온 정보를 단순 노출하는 게 아니라, 물놀이가 가능한 시기인지 판단해주고, 관련 행사나 레저 활동, 소비나 혜택 정보까지 연결했으면 훨씬 설득력 있는 경험이 됐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도 경고했던 리스크

이건 토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경고는 있었어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 및 보안 기업 Gi+De 그룹은 금융권의 슈퍼앱 진출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어요. "플랫폼이 제3자 서비스를 통합할 때 통제 범위를 벗어난 평판 리스크를 안게 된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고객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오직 금융 앱의 브랜드를 탓하며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정확히 이번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LG CNS도 슈퍼앱 트렌드를 두고 "최근 금융 앱의 디지털 비대 현상은 슈퍼앱의 다양한 기능 제공을 위해 불가피한 요소이지만, 고객이 이탈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타깃 사용자층과 사용자 경험을 필수적으로 고려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빠른 사용자 확보, 앱 내 전환율, 체류시간에 매몰돼서 외부 미니앱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이는 전략. 결국 이런 부작용을 낳는다는 거죠.

서비스는 중단됐지만, 구조는 그대로다

결국 토스는 한강물 기능 서비스를 중단했어요.

토스의 앱인토스 관련 기준 재검토 발표

한강물 서비스 개발자도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한강물 서비스는 개인적인 취미인 낚시와 레저 목적에서 제작된 것이었으며, 특정 대상이나 브랜드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비스 중단을 요청한 상태라고요.

토스도 "토스 증권이 토스 앱에 함께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극적으로 보이게 된 것 같다"며 "앱인토스가 나온 지 아직 1년이 채 안 돼 감수성적인 측면까지 검토하는 데 미숙했다"고 인정했어요.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기준과 운영 방식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 핵심을 찌릅니다. "투자 및 금융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자산 손실이란 위협이 존재해 사용자가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한강과 수온 등이 금융 플랫폼 내에 공식적으로 노출된 것은 본래 의도와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기능은 철회됐어요. 근데 기능을 통과시킨 구조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다음 '한강물'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