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타입 하나로 일주일치 회의를 하루에 끝냈다 — 채널톡 디자이너의 AI 실전 3가지

AI 활용 사례 글이 넘쳐나잖아요. 근데 대부분 "이런 프롬프트를 썼더니 좋았어요" 수준이거나, 실제 제품에 넣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더라고요. 채널톡 프로덕트 디자이너 클레어(김윤지)가 디자이너 밋업에서 발표한 이 세션은 좀 달랐어요. 실제 프로젝트에서 AI를 써서 뭐가 달라졌는지, 세 가지 사례를 아주 구체적으로 풀어냈거든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실전 AI 활용기

디자이너 밋업 현장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밋업에 참석했다고 해요.

피그마도 안 켜고 미팅에 들어갔더니

첫 번째 사례는 ALF 상담 후 평가 기능 프로젝트예요. 채널톡의 AI 에이전트 ALF가 고객 응대를 잘했는지 AI가 자동으로 평가하는 기능인데, 현재 클로즈 베타 테스트 중이에요. 무엇보다 스케줄이 타이트했어요.

"이 일정을 지키려면 어느 단계를 줄여야 할까?" — 기존 경험상 상세 기획을 정하면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단계가 가장 비효율적이었다고 해요. 말로만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자. 상세 기획과 시각화를 나누지 말고 같이 진행하자. 판단은 빨랐어요.

PRD가 없던 상태라 먼저 Claude와 대화하면서 PRD를 작성했어요. 여기서 클레어의 역할은 "우리 제품과 지금 상황에 맞는 건 어떤 건지" 골라주는 거였어요. AI가 옵션을 많이 줘도 사람이 골라주지 않으면 결과물이 너무 일반적이라 쓸 수 없더라고요.

Claude와의 대화 예시

PRD를 Cursor로 가져가서 한 시간 정도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그 화면을 그대로 미팅에 들고 갔어요. 피그마는 아예 켜지도 않았다고. 완성도가 높진 않아서 "이걸로도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팀원들이 만족해주셨대요. 회의 중에 실시간으로 수정하면서 상세 기획을 빠르게 구체화할 수 있었고, 일부는 그 자리에서 바로 픽스. 체감상 일주일 넘게 오갔을 만한 수준의 논의를 1~2일 안에 했다고 해요. 그 덕에 개발 착수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목표 일정에 맞춰 릴리즈할 수 있었고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프로토타입을 조금 더 다듬어서 내부 타겟 사용자인 CX 매니저들한테 직접 사용해보게 했어요. 그 인터뷰에서 놓친 부분을 찾고 설계를 더 다듬을 수 있었다고. 시간이 없던 상황이라 기존 방식으로 프로토타입을 하나하나 만들었다면 유저 인터뷰까지 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AI가 꽤 디테일하게 만들어줘서 인터뷰이가 프로토타입에 몰입했고, 덕분에 디테일한 인사이트까지 나왔다고 해요.

AI한테 방향을 안 잡아주면 논리적이되 쓸모없는 결과가 나온다

두 번째 사례는 같은 프로젝트에서 AI 평가 체계를 기획하는 과정이에요. 분류 체계나 구조화는 AI가 정말 잘하는 영역이잖아요. 내부 문서나 경쟁사 레퍼런스를 주고 분석하게 한 뒤, 새 프레임워크를 같이 설계해나갔어요.

AI가 처음에 "지식 / 태스크 / 규칙"처럼 ALF 기능 단위로 분류를 제안했을 때, 논리적으로는 괜찮았어요. 근데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이 카테고리 기준의 평가 결과만 보고는 "다음에 뭘 해야 하지?"가 잘 안 보일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기준을 하나 정했어요. "매니저가 이 카테고리를 봤을 때 다음 액션이 명확해야 한다." 이걸 전제로 AI에게 다시 수정을 요청했고, AI가 분류를 그에 맞게 다듬어줬어요.

AI와 핑퐁하며 설계한 평가 체계

실제 데이터로 시뮬레이션도 돌려봤는데 결과가 꽤 괜찮아서 제품에 반영하기로 했다고요. 돌이켜보면 "유저가 평가 분류를 봤을 때 다음 액션을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부터 줬다면 토큰과 시간을 더 아꼈겠죠. 이 사례에서 느낀 건, AI는 실행을 잘해주지만 사람이 방향을 어떻게 잡아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라는 거예요.

솔직히 이건 디자이너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AI한테 "좋은 분류 체계 만들어줘"라고 던지면 논리적으로 맞는 걸 돌려주긴 해요. 근데 쓸모 있느냐는 전혀 다른 질문이거든요.

히트맵 셀을 하나하나 수동으로 넣을 뻔했다

세 번째 사례는 커스텀 리포트 프로젝트예요. 채널톡 고객사의 상담사들이 원하는 조건을 골라서 차트와 리포트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기능인데요. 이 자유도 높은 통계 대시보드에 레시피라는 리포트 템플릿을 제공해요. 템플릿에는 보통 이해를 돕기 위해 목데이터를 넣어주는데, 리포트 형태라 정의해야 할 데이터 수가 어마어마했어요. 여기에 시간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아서 AI로 해결하기로 했죠.

레시피 예시

처음에는 개발자한테 목데이터 생성을 요청했는데, 리소스가 부족해서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샘플 JSON을 받아서 Cursor에서 mock 데이터를 채워달라고 요청했죠. Cursor로 하니 프리뷰를 보면서 수치를 조정할 수 있어서 좋았고, 원하는 조건도 잘 적용해주더라고요.

Cursor에서 데이터를 생성하는 중

채널톡은 커머스 고객사 비율이 높으니까 예시는 커머스 중심으로, 일본과 미국 서비스도 하니까 팀 이름과 고객 이름은 현지화해서 넣어달라고 했어요. 근데 AI가 처음엔 한글 이름을 영어로 쓴 형태만 내놓더라고요. 어디까지 현지화할지, 어떤 디테일을 챙길지는 아직 사람의 센스가 필요하다는 걸 여기서도 느꼈다고.

결과는 뚜렷했어요. 목데이터가 들어간 레시피를 보여주니, 전에는 "어려워 보인다"거나 심드렁하셨던 분들도 "레시피를 꼭 써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아, 이렇게 쓰면 되는구나" 하면서 각 차트의 기획 의도를 바로 이해하시더라고요. 들인 공수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고.

목데이터 유무에 따른 레시피 비교

채널을 생성한 지 얼마 안 된 고객사는 왼쪽처럼 텅텅 빈 상태로 레시피를 파악해야 했어요. AI 없이 수동으로 만들었다면 솔직히 스트레스 좀 받았을 거예요. 히트맵 셀 하나하나 값과 순서를 전부 수동으로 지정해줘야 하거든요. 게다가 주제별, 국가별로 레시피 세트가 18개나 필요했다고.

도구를 잘 다루느냐보다, 방향을 잡을 수 있느냐

밋업에서 나눠본 이야기 중에 AI FOMO를 느낀다는 분들이 꽤 있었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은 AI를 너무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못 쓰는 건 아닌가." 근데 클레어가 세 가지 사례를 통해 느낀 건, AI 활용의 퀄리티가 결국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보다 방향을 얼마나 명확하게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거였어요.

방향 설정 능력 —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게 좋을지 생각하고, 기준을 세우고, 상황과 맥락에 맞게 판단하는 것. 이건 디자이너가 원래부터 훈련해온 일이잖아요. AI를 아직 잘 못 쓰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면, 걱정할 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어요. 지금 하는 일을 잘 하고 있다면 AI는 그걸 더 빠르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이니까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이, 지금 가장 귀찮고 스트레스받는 거 하나를 AI한테 떠넘겨보는 것부터. (솔직히 그게 제일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