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로고를 그려보라고 했더니, 사용자 전원이 네모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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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는 천재 공돌이가 엑셀로 만든 프로그램 같아요. 그러나... 미적인 이미지는 잘 떠오르지 않아요."
토스의 UX 리서치 팀이 사용자 인터뷰에서 들은 답변이에요. 읽다가 좀 뜨끔했거든요. 토스를 매일 쓰는 사람들조차 "토스 하면 떠오르는 시각적 이미지"를 콕 집어내지 못했어요. 사용성은 압도적인데 브랜드 이미지는 투명한 셈이죠.
온라인에서는 이게 별 문제가 아니었어요. 앱 안에서 수년 동안 '토스다움'을 자연스럽게 학습해왔으니까요. 근데 오프라인은 완전히 다른 판이에요. 편의점 계산대, 카페 진열대에 놓이는 작은 카드형 안내판 하나. 거기에 뭘 넣어야 사람들이 "아, 토스"라고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 토스페이 댕글러(Dangler)를 만드는 논의에서 이 질문이 시작됐어요.
"파란색이긴 한데... 바로 떠오르진 않아요"

브랜드 심볼을 찾으려면 사람들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꺼내봐야 해요. 근데 "우리 브랜드 어때요?" 같은 질문으로는 "그냥 그런 느낌?" 수준의 답밖에 못 얻거든요. 그래서 리서치 팀이 한 일이 꽤 영리해요. 스크리닝 단계에서 "토스는 나에게 ______이다"라는 빈칸 채우기를 넣어서, 추상적인 개념을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참여자만 선별한 거예요.
시각적 심볼을 폰트, 컬러, 로고 세 가지로 쪼개서 물어봤어요. 결과가 재밌었어요.
폰트는 검정색 영문 'toss'가 1위였는데, 이유가 단순해요. 앱 안에서가 아니라 뉴스, 광고, 외부 매체에서 가장 자주 접한 형태였기 때문이에요. (앱 안에선 오히려 폰트를 볼 일이 거의 없잖아요.)
토스 컬러는 '파란색'이 아니라 '흰색+파란색' 조합이다

컬러 결과가 제일 예상 밖이었어요. 당연히 파란색이 나올 줄 알았는데, 토스를 많이 쓰는 사용자조차 즉각적으로 파란색을 떠올리지 못했거든요.
왜냐고요? 사용자에게 각인된 토스의 컬러가 단일 색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흰 배경과 파란 로고'가 만나는 조합 그 자체가 토스의 색이었던 거예요. 파란색 하나만 보여줘서는 "이게 토스다"라는 인식이 즉시 작동하지 않았어요. 이건 꽤 큰 발견이에요.
네모난 배경이 진짜 단서였다

결정적인 단서는 로고 그리기에서 나왔어요. 앱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토스 로고를 그려달라고 했더니, 참여자들이 전부 네모난 배경 위에 로고를 그린 거예요. 파란 바탕에 흰 바람개비. 근데 핵심은 바람개비가 아니라 네모. 사용자들은 토스의 얼굴을 로고 단독이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 속 앱 아이콘 — 흰 바탕, 파란 로고, 사각 배경 — 이 세트로 인식하고 있었던 거예요.

정리하면 이렇게 돼요. 로고는 앱 아이콘 형태, 폰트는 검정 볼드 영문, 컬러는 흰색과 파랑과 검정의 조합.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이건 토스다"라는 직관적 인식이 작동하는 거죠.
10주년 캠페인에서 파란 배경을 걷어낸 이유

이 공식이 실제 디자인에 바로 적용됐어요. 토스 10주년 캠페인 '10 to 100'에서는 파란 배경 대신 흰 바탕에 검정 글씨, 파란 로고 조합을 메인으로 썼어요. 토스페이 결제 화면에서도 파란색 배경 시안을 과감히 걷어냈고요.

여담이지만, 이 리서치를 이끈 UX 리서처가 특히 신경 쓴 게 세 가지라고 해요. 리서치 목적을 분명히 할 것, 큰 질문을 작은 요소로 쪼갤 것, 말로 파악하기 어려운 건 행동으로 확인할 것. 거창한 원칙이 아니라 추상적인 컨셉을 실제 결과물로 연결하기 위해 몸으로 배운 방식이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이 사례가 보여주는 건, 사용자의 머릿속에 있는 브랜드 이미지와 기업이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 사이에는 거의 항상 간극이 있다는 거예요. 토스 팀조차 "당연히 파란색이겠지"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간극을 발견한 도구가 설문지가 아니라 종이와 펜이었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면서도 통쾌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