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100개를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3개로 압축하는 법
![]()
배너 1개, 장표 1장. 이벤트 페이지 1개, 장표 1장.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어떻게 되느냐. 서류 심사관 눈에 "배너 공장 돌리는 사람"으로 보여요. 1년간 마케팅 디자인 포트폴리오 멘토링을 진행한 디자이너가 반복해서 마주친 문제가 바로 이거였거든요.
마케팅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는 프로덕트나 브랜드 디자인과 근본적으로 다른 어려움이 있어요. 그 어려움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죠.
마케팅 디자인 포폴이 유독 어려운 3가지 이유

첫 번째. 속도 문제. 다른 디자인 프로젝트는 최소 몇 주가 걸리잖아요. 근데 배너는? 빠르면 몇 시간이에요. 이벤트 페이지도 일주일이면 끝나고. 그래서 일정 기간 동안 작업물이 엄청나게 쏟아지는데, 하나하나가 가벼워 보이는 거죠. 이 때문인지 몇몇 마케팅 디자이너들은 포트폴리오 첫 번째 프로젝트에 아예 브랜드나 프로덕트 디자인을 넣더라고요. (자기 본업을 앞에 못 세우는 거잖아요. 좀 슬프기도 하고.)
두 번째. 양의 문제. "다 넣어야 할 것 같은데, 다 넣으면 100장이 넘어가요." 이 고민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하나하나 나눠야 하나, 잘한 것만 골라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마케팅 디자이너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봐요.
세 번째. 템플릿의 함정. 경력 초반 디자이너들이 특히 힘들어하는 부분인데, 대부분의 배너는 정해진 템플릿 안에서 작업이 진행돼요. 운영 효율 때문이죠. 근데 남이 정해준 틀 안에서 만든 배너를 포트폴리오에 넣을 수 있을까? 정해진 범위 안에서 내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보여주는 건, 진짜 어렵더라고요.
'프로젝트화'가 답이다
결국 단타성 작업물을 프로젝트로 묶어야 해요. 1 배너 = 1 장표가 아니라, 비슷한 목적이나 용도를 가진 작업물을 카테고리로 엮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이벤트 페이지 카테고리에서는 페이지 디자인과 다양한 이벤트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커머스 서비스 프로모션 / 제휴사 프로모션 / 매거진형 콘텐츠 프로모션으로 세분화하는 거예요. 배너 카테고리에서는 수많은 배너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내가 만든 템플릿 + 그 템플릿으로 운영한 배너들 / 특수 케이스 배너로 나누는 거죠.
이렇게 묶으면 작업물 50개가 프로젝트 3~4개가 돼요. 그리고 각 프로젝트에는 중요도에 따라 장표 수를 다르게 배분하는 거고요. 첫 번째 프로젝트에 장표가 많은 이유가 있잖아요.
장표 디자인이 기교가 되는 순간

근데요. 작업물을 묶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야 하는 게 있어요.
작업물 자체에서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장표에서 기교를 부려야 해요. 도표로 프로세스를 보여주고, 연장선을 써서 디테일한 부분에 설명을 더하고. 내 프로젝트를 돋보이게 만드는 수단으로 장표 자체를 잘 디자인하는 거죠.
"이 배너를 만들 때 어떤 고민을 했는가." 이걸 보여주는 거예요. 단순히 작업물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디자인을 대하는 자세를 드러내는 거죠. 가끔 포트폴리오를 열었는데 장표 1장에 배너 하나, 설명은 "000 작업"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러면 서류 심사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사람으로 읽혀요. 안타깝지만 이런 사람을 뽑는 회사는 기간제나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뿐이에요.
발등에 불 떨어지기 전에
솔직한 얘기 하나 하자면, 경력 오래 된 디자이너에게도 포트폴리오 만드는 건 고통이에요. 본문 페이지 한 장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회사 다니면서 퇴근 후에 노트북 펴고 다시 작업의 늪에 빠져야 하니까요.
근데 좋은 기회는 예고 없이 오더라고요. 제안을 받았는데 포트폴리오가 없어서 급하게 만들어 낸 적,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해요. 발등에 불 떨어져서 만든 포트폴리오와, 시간을 충분히 두고 만든 포트폴리오는 퀄리티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결국 비주얼은 기본이고, 거기에 더 깊이 있는 '나'를 보여줘야 하는 게 마케팅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예요. 배너 100개를 어떻게 3개의 프로젝트로 압축하느냐. 그 판단력 자체가 이미 실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