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플랜은 조명이 아니라 청구서다 — 전환율로 재면 미끼는 항상 이긴다

헤드라인

소마코의 논지를 먼저 있는 그대로 옮길게요. 요금제 페이지에서 아무도 안 고를 것 같은 어정쩡한 가운데 플랜은 지우지 말라는 것. 그 플랜은 한 건도 못 팔아도 옆 플랜을 대신 팔아주는, 페이지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것. 근거는 두 장면이에요. 댄 애리얼리가 MIT 슬론 학생 100명에게 이코노미스트 구독 세 가지, 웹 전용 59달러와 인쇄판 전용 125달러와 인쇄판+웹 125달러를 보여줬더니 웹 16명, 인쇄판 0명, 번들 84명이 나왔고, 아무도 안 고른 인쇄판 전용을 빼자 번들이 32명으로 떨어지고 웹이 68명으로 올랐다는 실험. 그리고 영화관 팝콘에 스몰 3달러와 라지 7달러만 있을 땐 대부분 스몰을 고르다가 라지보다 50센트 싼 미디엄 6.50달러가 끼는 순간 라지로 몰렸다는 〈브레인 게임〉의 시연. 원리는 1982년 후버·페인·푸토가 이름 붙인 비대칭적 지배예요. 밀고 싶은 옵션보다 대놓고 나쁘게, 대신 가격은 바짝 붙여둔 옵션이 비교의 기준점이 된다는 것.

이코노미스트 구독 페이지의 세 가지 옵션

여기까지는 저도 이견이 없어요. 그리고 이 글이 좋은 점은 반론까지 실었다는 거예요. 2014년 프레더릭·리·배스킨이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낸 「The Limits of Attraction」은 미끼 효과가 숫자 두 개짜리 추상 자극에서는 강하지만 사람들이 제품을 실제로 만지거나 속성 하나라도 감각적으로 제시되면 상당 부분 사라진다고 봤고, 소마코는 그래서 남의 수치 말고 내 페이지에서 A/B로 검증하라고 처방해요. 미끼가 있는 버전 A와 없는 버전 B를 걸고, 미끼 판매량이 아니라 target 플랜의 전환율과 방문자당 매출(RPV)을 보라고요.

제가 갈라지는 지점은 정확히 그 마지막 문장이에요. 검증하라는 처방은 옳은데, 검증 지표가 틀렸어요.

전환율로 재면 미끼는 항상 이긴다

결제 시점의 전환율과 RPV는 미끼가 하는 일을 정확히 재는 지표예요. 미끼는 비교를 왜곡해서 더 비싼 플랜을 고르게 만드니까, 그 순간을 재면 당연히 올라가죠. 실험이 미끼 편으로 기울게 설계된 겁니다. 애리얼리가 『Predictably Irrational』에서 한 말이 정확히 그 이유예요. 우리에겐 사물의 가치를 알려주는 내부의 가치 계량기가 없어서, 옆에 놓인 것과의 상대적 우위로 가치를 가늠한다는 것. 그런데 구독은 그 계량기가 나중에 생기는 거래예요. 두 번째, 세 번째 청구서가 오면 비교 대상이 옆 플랜에서 자기 사용 기록으로 바뀌거든요. "이 돈을 내고 내가 뭘 썼지"라는 계량기. 결제 시점에 미끼가 만든 비교는 첫 청구서까지만 유효해요. 이코노미스트와 팝콘이 깨끗한 사례로 남은 이유가 여기 있어요. 둘 다 한 번 고르고 끝나는 거래예요. 라지를 고른 사람이 남은 팝콘을 버려도 영화관은 손해가 없고, 그 사람도 다음 주에 환불을 요구하지 않아요.

미끼를 빼자 번들 선택이 84명에서 32명으로

SaaS 요금제는 달라요. 미끼에 밀려 상위 플랜을 고른 사람은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결제해요. 그리고 어느 날 "우리 팀 이 기능 쓰나?"라는 질문이 나오고, 다운그레이드하거나 나가거나 환불을 요구하거나 지원팀에 묻습니다. 그 비용은 전부 결제 버튼 이후에 발생하고, 소마코의 실험 설계에는 그 비용을 잴 자리가 없어요. 진짜 지표는 미끼를 거쳐 올라간 고객의 90일 뒤예요. 다운그레이드율, 환불, 지원 문의, 그리고 그 코호트의 리텐션. 이걸 넣고 재면 이코노미스트 사례가 재현되지 않는 요금제가 꽤 있을 거라고 봐요.

요금제 페이지는 비교하라고 만든 화면이다

미끼를 "조명"이라고 부르는 대목이 저는 계속 걸려요. 조명은 이미 있는 걸 잘 보이게 하는 물건이죠. 미끼는 그게 아니에요. 요금제 페이지는 사용자가 플랜을 비교하도록 만든 화면이고, 미끼는 그 비교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려고 넣는 옵션이에요. 사용자 입장에선 "이건 왜 있지?"라는 질문에 시간을 쓰게 되고, 그 질문에 정직한 답은 "당신이 옆 걸 고르게 하려고요"예요. 요금제 페이지의 첫 번째 일은 내게 맞는 플랜을 빨리 찾게 하는 건데, 미끼는 그 시간을 일부러 늘립니다. 그게 전환에 이롭다는 건 인정하더라도, 사용자의 신뢰를 조금씩 꺼내 쓰는 일이라는 건 같이 적어둬야 공정해요.

B2B로 가면 문제가 하나 더 생겨요.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르고, 결정하는 사람은 비교표를 만들어요. 그 표에 "가격은 비슷한데 핵심 기능이 빠진 플랜"이 한 줄 들어가면 영업이 그 줄을 설명해야 합니다. 팝콘 미디엄은 아무도 설명을 요구하지 않지만, 요금제의 미디엄은 견적 회의에서 질문이 돼요.

원문의 반론이 SaaS에서는 더 세게 작동한다

이 글이 실어준 2014년 반론을 요금제로 가져오면 이야기가 더 불리해져요. 만지면 사라진다고 했죠. SaaS 요금제에는 무료 체험이 있고, 데모가 있고, 사용자는 결제 전에 제품을 실제로 만져요. 속성 하나라도 감각적으로 제시되면 효과가 줄어든다는 게 그 논문의 결론인데, 요금제 페이지 옆에는 속성이 줄줄이 붙은 기능 비교표가 있어요. 이코노미스트 실험의 조건과 정반대예요.

미끼는 A/B로 검증한다 — 원문의 처방

소마코는 미끼를 적당히 매력적으로 만들면 진짜로 팔려서 밀고 싶던 플랜의 매출을 갉아먹는다고, 그건 미끼가 아니라 재고라고 경고해요. 반복 결제에서는 반대 방향의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더 비싸다고 저는 봐요. 미끼가 팔리는 건 그 손님이 자기에게 맞는 걸 고른 거예요. 미끼 때문에 target을 고른 손님은 안 쓰는 기능을 매달 사는 거고, 그 사람이 나가면 target의 다음 열두 달 매출이 같이 나갑니다. 소마코가 "미끼 티어를 넣었더니 전환이 49% 올랐다" 같은 블로그 숫자를 출처 불명이라고 걷어낸 건 잘한 일인데, 그 숫자들이 하나같이 전환율인 건 우연이 아니에요. 리텐션까지 재고 나서도 남는 숫자를 보여주는 글은 드물어요.

그래서 "넣되 검증하라"에 한 줄을 붙이고 싶어요. 검증 지표에 결제 이후를 넣어라. A/B의 성공 조건을 target 전환율과 RPV로만 두면 실험은 이미 답을 정해두고 시작하는 거예요. 미끼를 거쳐 올라간 코호트의 90일 다운그레이드율과 환불, 지원 문의를 같은 표에 놓고, 그 비용을 빼고도 RPV가 남는지를 보는 게 검증이에요. 이미 미끼 티어를 운영 중인 팀이라면 실험을 새로 걸 것도 없어요. 그 티어에서 상위로 간 고객의 90일 리텐션을 지금 뽑아보면 됩니다.

그래도 원문이 맞는 곳

미끼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한 번 고르고 끝나는 거래, 저관여 상품, 만져볼 수 없는 상품, 구매자와 사용자가 같은 경우. 이 조건이 갖춰지면 소마코가 맞고, 이코노미스트와 팝콘이 정확히 그 조건이었어요. 단건 결제 디지털 상품, 이벤트 티켓 등급, 기부 금액 선택지 같은 데서는 저도 미끼를 넣을 겁니다.

SaaS 요금제는 그 조건의 반대편에 있어요. 반복 결제, 고관여, 체험 가능, 구매자와 사용자 분리. 여기서 미끼는 조명이 아니라 매달 날아가는 청구서고, 그 청구서를 받는 사람이 언젠가 항목을 읽어요. 그때 나가는 비용까지 재고 나서도 미끼가 이기면 넣으세요. 다만 그 실험을 통과하는 요금제는 이 글이 기대하는 만큼 많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