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민이 이벤트 페이지를 다 만들어주는 시대, 마케팅 디자이너는 뭘 하죠?
![]()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팀에 일이 많이 달라지거나 없어질 거야. 그래서 새로운 팀 역할을 고민해야 돼."
팀장님과의 면담에서 나온 말이에요. 새 조직으로 옮긴 직후에 들은 건데, 불안하기보다는 솔직한 진단이라 오히려 머릿속이 정리됐어요. 마케팅 디자이너가 매주 손으로 만들던 이벤트 페이지를 어드민이 대신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뭘 하는 사람이 되는 걸까요?
2024년부터 여러 곳에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마케팅 디자인에서 중요한 포인트 3가지를 항상 얘기해왔어요. 브랜드, 사용자 경험, 효율성. 그중 효율성이 마케팅 디자인의 미래라고 강조했었고요.
그로부터 시간이 좀 지났어요. AI의 미친 성장과 극강의 자동화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효율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효율화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 이후"를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사람으로 공장 돌리기를 했던 배너와 상세페이지 등을 효율화했다면, 이제 디자이너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걸까? 페이지 운영 효율성도 챙기면서 시각적 결과물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챙길 수는 없을까?
효율화의 역설 — 메인이 되지 못한 디자이너
이전 팀이 업무 효율화에만 집중하는 팀이었다면, 올해 초부터 이동한 팀은 서비스 부문의 마케팅 디자인 조직이었어요. 당시 서비스에서는 매주 중요하게 걸리는 이벤트 페이지를 코드로 만든 후 어드민으로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이 페이지는 매주 동일한 디자인 템플릿으로 구성되고, 제휴 브랜드나 혜택 내용만 주차별로 달라지고 있었어요. 이 상황에서 페이지 전체를 매주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것보다는, 어드민으로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브랜드 정보를 호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잖아요. 논리적으로는 맞는 판단이에요.
근데 팀장님은 걱정이 많은 듯했어요. 당시 어드민과 페이지 구조를 제작하는 데에 마케팅 디자이너도 참여했지만, 이후 어드민 운영 및 고도화의 메인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담당하고 있었거든요. 효율화의 흐름 속에서 마케팅 디자이너의 입지가 오히려 점점 좁아지고 있었던 거예요. 효율화를 도왔는데 효율화의 주인은 다른 사람. 아이러니죠.
어드민으로 어느 정도 효율화시키고 나서도 디자이너의 업무가 아예 없진 않았어요. 키비주얼을 포함해서 아직 이미지로 제작해야 하는 영역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이미지는 마케팅 디자이너들이 작업했거든요. 운영 효율화를 시켰지만 효율화의 메인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운영을 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안타까웠어요.
"본문은 어드민이 할 테니, 키비주얼에서 승부하자"
팀장님이 꺼낸 얘기가 이거였어요. "본문을 효율화시키고 나면, 우리는 키비주얼 쪽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역할이 커질 수도 있어."
브랜드/혜택별 베리에이션만 쳐야 하는 본문 영역은 어드민으로 운영할 테니, 결국 페이지별 차별점은 키비주얼 영역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거예요. 처음에 얘기했던 3가지 포인트 중에서 브랜드에 포인트를 더 줘야 하는 상황인 거죠.
물론 어드민화된 페이지 외에도 기존 방식대로 운영하는 페이지들이 아직도 많이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점점 효율화의 기조로 흘러가는 마케팅 디자인에서, 미래가 두려웠어요. 전체 페이지에서 키비주얼로 작업 영역이 좁아지는 것도 무서웠고, 이러다가 매주 단순 운영업무만 하게 되는 건지도 무서웠고요.
솔직한 불안이에요. 근데 이 불안을 느끼는 마케팅 디자이너가 한둘이 아닐 거예요.
코드 페이지 vs 이미지 페이지 — 뭐가 맞는 걸까
위의 어드민으로 운영하는 페이지에 모두가 반긴 것은 아니었어요. 보통 어드민을 만드는 이유가 뭐냐면, "이 정책 안에서 엄격하게 페이지를 컨트롤하기 위해서"잖아요. 근데 마케팅 영역은 워낙에 변수가 많아서 컨트롤하기 쉽지 않거든요. 어드민으로 운영해 본 마케터들은 지금보다 더 자유도를 주는 것을 희망했어요. 새로운 이벤트 내용을 넣고 싶어도 현재 어드민의 섹션 구성으로는 한계가 많았으니까요. 이런 상황을 본 어드민 담당자들은 아마 고민이 많을 거예요.
이런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주관적으로 생각한 코드 페이지와 이미지 페이지의 장단점을 정리해봤어요. (주관적인 생각이에요. 서비스별 디자이너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이벤트 페이지는 여러 유관부서가 관여하는 만큼 각자의 니즈도 다르고, 각 부서별 성과가 걸려 있어서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어요. 그리고 다른 서비스들의 이벤트 페이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비스 상황과 운영 방식에 따라 페이지 구조가 조금씩 달라요. 코드로만 구성한 페이지, 이미지로만 구성한 페이지보다는 이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섞어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29cm, 무신사, 네이버 — 코드 운영의 현실
개발자 도구로 페이지들을 들여다보면, 특정 영역을 코드로 그렸는지 이미지로 만들어 넣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무신사, 29cm 서비스에서는 페이지들을 코딩으로 운영해요. 텍스트가 코드로 세팅되어 있죠.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역시 상품 호출로 이벤트, 기획전 페이지를 운영하기 때문에 이미지 처리되는 영역이 타이틀 또는 키비주얼밖에 없어요.
앱 서비스 경험과 동일한 에셋으로 페이지를 구성할 때, 페이지 구조가 대체로 정해져 있을 때 코드 기반 운영을 많이 사용해요.
코드로 페이지를 그리고 어드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개발자의 도움이 필요하잖아요. 요즘 바이브코딩 툴이 생겨서 디자이너도 코딩을 할 수 있지만, 서버에서 데이터를 호출하고 보안 이슈까지 들어가는 영역은 개발자의 지원이 있어야 해요. 바이브코딩만으로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얘기예요.
NOL인터파크가 보여주는 제3의 길
대다수의 서비스들은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 때 코드와 이미지를 적절히 섞어서 활용해요. NOL인터파크가 좋은 사례인데, 쿠폰 같은 템플릿이 정해진 에셋은 코드로 시스템화해서 운영하고, 변동이 많고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영역은 이미지로 처리해서 자유도를 높여요. 효율성도 챙기고 디자인 차별성도 줄 수 있는 거죠.
반면 이미지로만 구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콘텐츠성 페이지가 그런 케이스인데, 투어/여행 관련 콘텐츠들을 보면 혜택도 좋지만 "이 여행지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운영보다 크리에이티브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순간이에요. 시각적인 매력도가 우선이면 이미지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물론, 코드로 구현하는 인터랙션으로도 시각적인 매력도를 끌어올릴 수 있어요. 길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에요.
어드민화가 정답은 아니다 — 그래서 디자이너가 판단해야 한다
위의 경우를 보면, 이벤트 페이지를 어드민화하는 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에요.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페이지도 있는 반면, 비주얼 면에서 차별을 줘야 하는 페이지들도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이건 서비스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이나 이벤트의 중요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이벤트의 개요와 중요도를 파악하고 직접 결정해야 하는 영역이에요.
그리고 최근에는 바이브코딩 툴이 많이 발전해서, 디자이너가 스스로 코드로 구현한 이벤트 페이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마케터나 개발자에게 제안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고 있죠.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어요. 효율화를 시키든 그렇지 않든 간에, 디자이너가 시각적 결과물의 책임자라는 거예요. 어드민으로 운영하는 페이지에서도 브랜드만의 차별점, 또는 이 이벤트만의 차별점을 보여주기 위해 키비주얼이나 페이지 무드를 결정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거든요.
페이지 구조를 들여다보면 답이 나와요. 매번 똑같은 디자인으로 라이브하는 페이지는 분명 운영에 초점을 맞춘 거예요. 운영이 번거롭더라도 매번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는 페이지는 다른 페이지들보다 더 눈에 띄게 하기 위해 그렇게 만든 거고요. 이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디자이너여야 해요.
다른 서비스에서는 어드민 운영 및 고도화를 마케팅 디자이너가 직접 담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만약 지금 점점 많아지는 이벤트 페이지의 운영 방식을 고민하는 마케팅 디자이너라면, 지금 만들어내고 운영하는 이벤트들의 페이지에 어떤 운영 방식과 구조가 적절한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적용해야 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구조를 적용한 다음의 디자이너 역할도 함께 고민해야 하거든요.
효율화 이후의 빈자리를 키비주얼로 채울 것인지, 어드민 고도화의 주도권을 가져올 것인지, 바이브코딩으로 프로토타입까지 직접 던질 것인지. 선택지는 여러 개예요. 확실한 건 "효율화됐으니 할 일이 없다"는 결론은 디자이너 스스로 내릴 결론이 아니라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