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기획사가 로고 하나에 서체 두 개를 섞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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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투어스를 품고 있는데 정작 회사 이름은 아무도 모르는 기획사. 플레디스(Pledis)가 딱 그랬어요. 아티스트 팬덤은 탄탄한데 기업 브랜드는 투명인간이었던 거죠. 플러스엑스 BX 팀이 이 문제를 넘겨받았을 때, 첫 번째 발견이 꽤 재밌었더라고요. 내부 구성원들조차 "우리 회사 정체성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거든요.

남성미 넘치는 콘셉트를 밀다가 갑자기 청순 노선으로 전환하고, 또 차갑고 냉철한 분위기로 돌아서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 같다는 표현까지 나왔다는데, 솔직히 이 말 듣고 웃었어요. 근데 플러스엑스 팀은 여기서 역발상을 했죠. 이 변화무쌍함 자체가 플레디스의 정체성 아니냐고.

'맥박'이라는 키워드가 로고까지 관통한다

팀 인터뷰

변화에서 리듬을 읽어낸 결과물이 'Performance becomes the Pulse'라는 브랜드 코어였어요. 플레디스의 움직임이 곧 세상의 맥박을 만든다. 꽤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이 한 줄이 로고부터 컬러, 키비주얼까지 전부 꿰뚫더라고요.

재밌는 건 초기 방향 설정 과정이에요. 플레디스라는 이름 자체가 플레이아데스 성운에서 따온 건데, 내부 직원 중에 이 유래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대요. (진지하게요?) 우주·별 같은 키워드는 엔터 업계에서 너무 흔하기도 해서, 결국 기존 자산은 전부 버리고 완전히 새 판을 깔았죠. 과감한 판단이었어요.

서체 하나에서 리듬을 만들어내는 법

로고 시안

로고 이야기가 진짜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처음엔 굉장히 표현적이고 장식적인 로고 타입도 제시했다고 해요. 근데 클라이언트 피드백이 "안정적인 디자인에서 한 끗만 달랐으면 좋겠다"였거든요. 여기서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하나의 서체 안에서 세리프 이탤릭과 산세리프 로만을 결합하면, 그 대비 자체가 맥박이 되지 않겠냐고.

수십 가지 폰트 조합을 직접 테스트하면서 시각적 균형점을 찾아갔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서체 스타일이 하나의 단어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해야 하잖아요. 결국 도출된 로고는 기업 규모가 커져도 간결함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유의 존재감도 놓치지 않는 결과물이 됐어요. 한 끗의 차이. 근데 그 한 끗이 전부더라고요.

보색 관계가 만드는 시각적 심박수

키비주얼

컬러 선택도 같은 맥락이에요. 기존 브랜드 컬러는 채도 낮은 탁한 빨강이었는데, 팬들 사이에선 오래 써서 인식은 되지만 에너지를 전달하기엔 부족했죠. 컬러 스펙트럼을 살짝 옮겨서 레드와 오렌지 사이, 창의성과 열정을 상징하는 톤으로 발전시켰어요.

보조색은 남색. 주조색과 정확히 보색 관계라서 오렌지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정반대 색상의 대비감이 또 한 번 리듬과 맥박을 환기시켜요. (이쯤 되면 이 팀 정말 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티스트가 튀어야 하니까, 시스템은 절제한다

적용 사례

잠깐 딴 얘기인데, 엔터테인먼트 브랜딩의 가장 어려운 점이 뭔지 아세요? 기업 아이덴티티가 너무 강하면 아티스트가 묻혀요. 너무 약하면 브랜딩을 한 의미가 없고요.

플레디스의 키비주얼은 라인 그래픽과 모듈 그리드 기반으로 상당히 절제돼 있어요. 로고와 컬러에서 보여준 에너지와는 대조적이죠. 자유로우면서도 철저한 플레디스의 운영 철학을 반영한 건데, P와 d 사이에 자체 제작 콘텐츠를 끼워 넣는 로고 익스팬션 타입까지 설계해서 자산으로서의 확장성도 챙겼더라고요. 웰컴 키트부터 의류, 리빙, 문구까지 굿즈 시안도 함께 제안했다고 하니, 브랜딩이 로고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셈이에요.

결국 이 프로젝트가 증명한 건 한 가지예요. 정체성이 없다고 느꼈던 것들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내는 건, 그걸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라는 거. 변화가 곧 리듬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 하나가 로고부터 굿즈까지 전부 관통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