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걸린 네이버X스포티파이 캠페인, Z세대가 반응한 진짜 이유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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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7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직' 요금제를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소식이 떴어요. 음악 앱 유목민들이 들썩였죠. 디깅(digging)으로 음악 취향을 넓혀나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질 못했고요.
근데 네이버가 알리고 싶었던 건 멤버십만이 아니었어요. 네이버지도에서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고, 네이버 앱에서 음악을 검색하면 스포티파이 플레이어로 미리 듣기가 된다는 것. 멤버십 너머 프로덕트 차원의 결합이 성사된 거였거든요.
이 대대적인 협업의 시작을 제대로 각인시키기 위해 장장 8개월간 밀도 높은 고민과 실행을 해온 담당자들을 만났어요. 캠페인 전략, 키 비주얼 기획, 팝업 스토어와 굿즈 디자인까지. 2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뭐였는지 아세요? "20대 실무자들을 믿고 갔어요." Z세대 핏 캠페인의 비결이 여기에 있었어요.
'검은 용복'과 '흰 용복' — 필릭스라는 선택
앰배서더 선정이 캠페인의 첫 번째 갈림길이었어요. 네이버와 스포티파이의 만남을 통해 음악 경험이 확장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했는데, "이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사람이 누구냐"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해요.
팀원들 사이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필릭스가 거론되기 시작했어요. 대비되는 매력이 많은 아티스트잖아요. '필릭스'와 '용복'이라는 상반된 느낌의 이름, 신비한 미모에서 나오는 예상치 못한 저음. 이 대비감이 두 브랜드를 상징하는 각기 다른 페르소나로 표현될 수 있겠다 싶었던 거예요.
근데 내부 설득이 쉽지는 않았어요. 아이돌이 친숙하지 않은 사람한테 처음부터 확신을 갖게 하기란 어려운 일이죠. 두 브랜드의 만남을 한 명이 표현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그래서 주변의 20대 마케터들을 대상으로 퀵 서베이를 실시했어요. 20대 사이에서 필릭스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수치로 어필하면서, 멀티 페르소나라는 캠페인 콘셉트에 딱 맞는 아티스트라는 점을 설득했죠. 결국 이 캠페인의 주요 타깃인 Z세대 실무자들의 안목을 믿기로 한 거예요.
재밌는 건, 키 비주얼 작업 과정에서 오히려 확신이 굳어졌다는 거예요. 덕업일치 디자이너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 "보통 빅 모델들은 대중이 단숨에 떠올리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필릭스는 여러 가지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매력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네이버와 스포티파이라는 완전히 다른 두 브랜드의 만남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가예요.
아이돌들이 앨범을 낼 때 컬러를 다르게 해서 멀티 버전을 출시하는 것에 착안해서, 흑과 백 두 명의 필릭스를 보여주기로 했어요. 팀 내부에서는 '검은 용복', '흰 용복'이라고 부르곤 했다고요. (이 네이밍 센스가 이미 Z세대 감성 아닌가요.)
그라피티와 네온 그린 — 성수동을 뒤덮다
캠페인의 디자인 콘셉트는 그라피티였어요. 네이버와 스포티파이가 만나 기존의 인식과 공식을 깨고 음악 경험을 확장한다는 스토리와, 그라피티의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표현 방법이 잘 어울렸거든요.
보통 브랜딩 프로젝트에서는 일관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번에는 좀 달랐어요. 아티스트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다양성에 더 초점을 맞춘 거예요. Z세대 사용자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그라피티와 필릭스라는 맥락은 유지한 채 언제, 어디에, 어떻게 걸리느냐에 따라 다양한 비주얼 플레이를 선보였어요.
어려웠던 건 슬로건 디자인이에요. '네이버에서 스포티파이를'이라는 캠페인 슬로건을 그라피티로 디자인했는데, 브랜드 이름이 식별이 안 되는 문제가 생긴 거예요. 그라피티 느낌을 살리면 글자가 읽히지 않고, 가독성을 높이면 그라피티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사라지는 딜레마. 이 균형점을 찾기 위해 무한 테스트 지옥에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수십 번의 시안을 거쳐서 양쪽을 살리는 지점을 잡아냈는데, 이런 집요함이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를 만든 것 같아요.
그리고 네온 그린. 네이버와 스포티파이의 만남을 상징하는 이 컬러가 진짜 힘을 발휘한 건 오프라인이었어요.
옥외 광고 전략은 단순 명쾌했어요. 도배. Z세대가 많이 방문하는 지역에 다 깔자는 거였어요. 팝업 스토어 외벽에도 네온 그린 색 페인트를 칠했고요. 팝업이 열린 주간에는 "성수동이 네온 그린으로 뒤덮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대요. (웃음 섞인 자부심이 느껴지더라고요.)
콘크리트 벽 너머의 스트릿 무드 — 팝업 스토어의 반전
팝업 스토어의 벽면을 자세히 보면 울퉁불퉁해요. 실제 콘크리트 벽면 같은 느낌을 주려고 '스타코'라는 입자를 섞어서 칠한 거예요. 공장에서 여러 개의 판에 페인트를 칠한 후, 그 판을 실어 와서 붙였는데 — 완성 후에 보니까 판과 판 사이의 경계선이 미세하게 티가 나는 거예요. 팝업 오픈 전에 그 부분만 다시 칠했다고요. 디테일이 이 정도예요.
처음 기획할 때는 키 비주얼과 결을 맞춰 그라피티를 전면에 내세우려고 했어요. 그런데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니 너무 복잡해 보일 것 같았다고 해요. 성수동에 워낙 팝업 스토어가 많잖아요. 외벽이 복잡하면 오히려 눈에 안 띌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전략을 바꿨어요. 외부는 컬러로 눈을 사로잡되 단순하게. 내부는 그라피티를 살려 스트릿 무드가 느껴지게. 대비감이라는 캠페인 콘셉트를 팝업 스토어에도 녹여낸 거죠. 결과적으로 심플한 바깥에 비해 내부는 알차게 차 있어서, 방문객들이 입구에서부터 놀랐다고 해요.
팝업 스토어 콘텐츠도 대비감을 염두에 두고 배치했어요. 반은 서비스 경험 존, 반은 말랑말랑한 체험 존이었고요. 네이버 서비스를 체험하는 공간과 가볍게 즐기는 공간의 밀도 차이를 의도적으로 설계한 건데, 이게 방문객들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효과도 냈다고 해요.
자동차를 팝업 안에 들인 이유
첫날엔 오프닝 파티, 이틀은 팝업 스토어. 이 캠페인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음악 경험의 확장'이었기 때문에 공연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대요. 대신 공연에 못 오시는 분들은 2, 3일 차의 팝업 스토어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거고요.
팝업 스토어의 모든 콘텐츠는 체험형으로 꾸렸어요. 설명하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그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는 느낌을 제공하고 싶었다고요.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공간이 어딘지 아세요? 지도 존이에요. 실제 자동차를 팝업 스토어 안에 들여놨거든요. 차에 탑승해 네이버지도 내비게이션을 켜면, 그 안에서 바로 스포티파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흐름이었어요. '네이버지도에서 스포티파이를 듣는다'는 메시지를 말로 설명하는 대신 직접 체험하게 만든 거죠. 진짜 드라이브하면서 음악을 듣는 느낌이라, 예상보다도 훨씬 반응이 좋았대요. 포토 존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고요.
그리고 히든 룸. 공간 하나의 체험을 마칠 때마다 스탬프를 하나씩 찍어줬는데, 스탬프 세 개를 모은 사람만 입장 가능한 비밀 공간이 있었어요. 필릭스의 팬덤을 위한 공간으로, 필릭스가 실제 광고 촬영 때 입었던 옷과 미공개 영상, 사진들을 전시했죠. 실제로 그 공간이 오프닝 파티 때 필릭스의 대기실이기도 했대요.
여기서 영감의 출처가 인상적이에요. 리서치 과정에서 아이돌들의 팝업 스토어를 방문했는데, 공간 곳곳에 이스터 에그가 숨겨져 있고 팬들이 그것을 찾아내며 느끼는 기쁨이 아티스트와 팬덤의 결속력을 강화해 주더라는 거예요. "저희도 그런 경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팬심을 연구한 마케터의 진심이었어요.
굿즈도 빼놓을 수 없죠. 스탬프를 다 모으신 분들께 럭키 드로우로 증정했는데, 원하는 디자인의 전사 패치를 골라 커스텀할 수 있는 에코백이 특히 반응이 좋았어요. 그리고 포토 카드 — 각도에 따라 '검은 용복' 혹은 '흰 용복'이 보이는 렌티큘러 카드를 기획했는데, 멀티 페르소나 콘셉트와 찰떡으로 맞아떨어진 굿즈라 팀 내에서도 특히 만족스러웠다고 해요.
팬덤의 마음을 훔치려면 팬덤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
필릭스를 앰배서더로 선정한 만큼, 스트레이 키즈의 팬덤을 캠페인으로 모두 끌어오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필릭스는 물론 팬덤에 관한 공부도 필요했다고요. 겉으로 그럴듯한 표현을 쓰는 것보다, "우리가 팬들의 문화를 진정 이해하고 있는지"를 계속 점검해 가며 캠페인을 추진한 거예요.
아이돌 팬들이 열정적으로 사용하는 SNS 'X'의 네이버 계정도 오랜만에 부활시켰어요. 팬들과 재밌게 소통하고 싶었거든요. 광고 촬영 중 짬이 날 때마다 서비스 콘텐츠를 찍어 팬들에게 선물했고요.
잠깐 딴 얘기인데, 촬영 중에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어요. 숏폼 영상을 찍는데, 필릭스에게 '네이버에서 스포티파이를'이라고 쓰인 한글 대본을 건넸더니 한글 발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네이버에서 스.포.티.파.이.를" — 또박또박 읽어주더래요. 영어 발음으로 편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끝에야 본래의 근사한 Spotify 발음을 담아낼 수 있었다고요.
다시 본론으로 오면, 캠페인 결과물에 대한 팬덤의 반응이 진짜 대단했어요. 광고 영상부터 옥외 광고까지 팬들이 엄청나게 많은 인증 샷을 올려줬거든요. 솔직히 이 정도 자발적 바이럴은 기대 이상이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신기했다는 게, 외국인 팬들이 인증 샷을 찍은 후 자국의 사용자들에게 네이버가 어떤 회사인지까지 알려주는 모습이었대요. 한국 IT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K-pop 팬덤을 통해 해외로 퍼지는 거잖아요. 앰배서더 한 명을 통해 글로벌 브랜딩 효과까지 얻은 셈이에요.
여기서 브랜드크루 기획자의 말이 핵심을 찌르더라고요.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미지가 뻔하게 소비되는 걸 경계해요. 아이돌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콘텐츠를 선보였을 때 호응하죠." 네이버만 돋보이기보다는 앰배서더의 장점도 함께 빛날 수 있는 결과물. 그걸 알아봐 준 팬들이 성원을 보내준 거예요.
결국 '20대 실무자를 믿은 것'이 전략이었다
2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반복된 말. "20대 실무자들을 믿고 갔어요."
네이버X스포티파이의 캠페인이 Z세대 핏에 딱 들어맞았던 비결은, 가까운 Z세대의 목소리부터 잘 듣는 것이었어요. 필릭스라는 앰배서더 선택도 20대 마케터 서베이에서 시작됐고, 그라피티와 네온 그린이라는 비주얼 결정도 Z세대의 감도를 기준으로 잡았죠.
팬덤 문화를 공부하고, 히든 룸에 이스터 에그를 숨기고, 렌티큘러 포토 카드로 멀티 페르소나를 연결한 것. 전부 Z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디테일이에요.
솔직히 이런 캠페인을 만들 때 가장 쉬운 길은 빅 모델 쓰고 예쁜 사진 찍어서 지하철에 거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팀은 8개월을 들여서 왜 필릭스인지, 왜 그라피티인지, 왜 이 컬러인지를 설득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잠깐,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게 있어요. 팝업 스토어 외벽의 판과 판 사이 경계선을 다시 칠한 이야기, 필릭스의 한글 발음 에피소드, 렌티큘러 카드의 콘셉트 연결까지 — 이 캠페인의 강점은 거창한 전략보다 작은 디테일의 축적에 있었어요. 그리고 그 디테일을 감별해낸 건, 타깃과 같은 세대인 실무자들이었고요.
이 캠페인이 증명한 건 하나예요.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캠페인은 Z세대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전략 덱에 쓰기는 쉬운 말이에요. 근데 실제로 20대 실무자의 판단을 신뢰하고 8개월을 맡기는 조직이 얼마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