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I/O 2026를 만든 진짜 무기는 발표가 아니라 프롬프트였어요

헤드라인

무대에서 "이런 AI를 만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근데 구글은 그 AI로 무대 자체를 만들어버렸어요. I/O 2026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하면서, 행사에서 발표한 제미나이·나노 바나나·Veo·Lyria를 실제 행사 디자인에 그대로 투입한 사례를 풀어놓은 거예요.

브랜드 아이덴티티, 발표자 타이틀 카드, 스티커, 비디오 게임까지. 영역이 제각각인데도 일부 프로젝트는 실제로 쓴 프롬프트까지 같이 깠어요. 솔직히 이게 제일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결과물 자랑이 아니라 "우리가 프롬프트를 어떻게 짰는지"를 보여준 거니까요.

그래서 프롬프트가 공개된 4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정리했어요. 각각 무슨 문제를 풀려고 했고, 구글이 그 문제를 프롬프트로 어떻게 받아쳤는지를 같이 볼게요. (한글 번역본 기준이고, 영어 원문은 맨 아래 구글 블로그 링크에 있어요.)

아이콘 형태는 그대로 두고 질감만 갈아 끼우기

첫 번째는 I/O 2026의 비주얼 브랜드 아이덴티티예요. 여기엔 제미나이와 나노 바나나가 붙었어요. 구글은 먼저 제미나이에 기존 브랜드 가이드라인과 지난 5년간의 I/O 자료를 통째로 입력해서 초기 방향을 잡았다고 해요. 그다음은 한 방에 끝낸 게 아니라, 작은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며 결과물을 다듬어 나갔고요.

아이콘 쪽은 나노 바나나로 스타일을 잔뜩 굴렸어요. 최종적으론 평면적인 2D 아이콘과 질감이 풍부한 3D 아이콘을 오가는 비주얼 시스템으로 정리됐고요. 여기서 핵심 과제가 하나 생겨요. 아이콘의 형태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질감과 재질만 새로 입히기. 그걸 위해 쓴 프롬프트가 이거예요.

당신은 전문 이미지 편집자입니다. 두 장의 이미지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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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은 질감(Texture)과 재질(Material) 정보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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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는 포즈(Pose), 형태(Shape), 조명(Lighting) 정보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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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작업은 이미지 1에 있는 아이콘의 세부 질감과 패턴을 이미지 2의 흰색 아이콘 표면에 적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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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제약 조건: 결과 이미지는 이미지 2의 아이콘이 가진 포즈, 카메라 각도, 크기, 조명을 완벽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방향이나 위치는 어떤 방식으로도 변경해서는 안 됩니다. 최종 결과물은 이미지 2의 아이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미지 1의 질감과 재질을 적용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읽어보면 구조가 보여요. 질감·재질은 이미지 1에, 형태·조명은 이미지 2에 따로 할당해서 정보를 분리했어요(정보 분리). 그다음 할 일을 "질감과 패턴 적용"으로 못 박고(작업 정의), 구도·조명·크기·방향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제약을 박아넣었죠(제약 조건). 마지막은 기존 형태 위에 새 질감을 얹은 모습이라는 결과 정의. 생성보다 "뭘 지킬지"를 먼저 정해두는 거예요.

공룡 타고 덩크하는 캐릭터를, 같은 얼굴로 계속 뽑기

Josh Woodward의 스피커 타이틀 카드 비디오 스크린샷 (출처: Google)

두 번째는 발표자별 타이틀 카드예요. 여기엔 나노 바나나 프로와 Flow가 동원됐어요. 위 스크린샷의 주인공은 구글 랩스와 제미나이를 총괄하는 조시 우드워드(Josh Woodward). 카드 컨셉이 좀 웃겨요. 크롬 공룡을 타고 등장해서 농구 덩크를 하는 장면.

만드는 순서는 이래요. 먼저 나노 바나나 프로로 캐릭터와 소품의 기준 이미지를 만들고 다양한 연출을 실험한 다음, Flow에서 Veo와 제미나이 Omni로 애니메이션을 뽑았어요. 여기서 진짜 어려운 건 장면이 바뀌어도 캐릭터가 같은 얼굴, 같은 스타일을 유지하는 거예요. 그래서 프롬프트가 두 단계로 나뉘어요. 첫 번째는 기준이 되는 캐릭터 시트를 만드는 프롬프트.

한 남성이 티라노사우루스를 편안하게 타고 있습니다. 마치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남성은 여유로운 자세로 티라노사우루스의 고삐를 잡고 있습니다. 장면을 더 넓게 보여주세요. 선인장은 유지해 주세요. 남성에게 적용되는 조명은 장면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합니다. 또한 장면 전체와 마찬가지로 새벽빛이 비치도록 해주세요.

두 번째는 그 캐릭터 시트를 그대로 들고 가서 새 장면을 그리는 프롬프트예요.

이 장면의 나머지 부분을 보여주세요. 캐릭터 시트와 일관성을 유지하고, 특히 티라노사우루스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해 주세요. 티라노사우루스는 선인장을 뛰어넘습니다. 슬램덩크.

흐름이 깔끔하죠. 인물·배경·조명을 정의해서 기준점을 세우고(캐릭터 정의), 그걸 캐릭터 시트로 박제한 다음(기준 구축), "특히 티라노사우루스의 스타일을 그대로"라며 세계관을 고정하고(일관성 유지), 그 위에 "선인장을 뛰어넘는다, 슬램덩크"라는 새 액션을 얹어요(장면 확장). 기준을 먼저, 변주는 나중에.

젤리곰이 됐든 와플이 됐든 'I/O'는 무너지면 안 됐어요

4가지 I/O 스티커 예시 (출처: Google)

세 번째 스티커 스웨그(Sticker Swag)는 참가자가 직접 만든 스티커를 현장에서 바로 출력해주는 프로젝트예요. 참가자는 제한 시간 안에 두 개의 키워드를 고르거나 무작위 조합을 뽑을 수 있었어요. 그 키워드를 나노 바나나가 하나의 비주얼로 합쳐주고, 완성된 스티커는 즉석에서 인쇄됐고요.

문제는 조합이 예측 불가라는 거였어요. 금으로 만든 와플 형태의 I/O 로고, 젤리곰, 컴퓨터 기판처럼 말도 안 되는 조합이 나올 수 있었거든요. 근데 무슨 조합이 튀어나오든 I/O 로고의 형태 자체는 살아남아야 했어요. 그래서 프롬프트도 두 겹이에요. 먼저 AI의 역할과 작업 범위를 정하는 시스템 프롬프트.

당신은 고도로 정밀한 이미지 생성 및 렌더링 엔진입니다. 주요 역할은 사용자가 제공한 특정 3D 레이아웃에 복잡한 재질과 예술적 스타일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 위에 로고 형태를 지키기 위한 제약 조건 프롬프트를 한 겹 더 얹었어요.

객체의 형태('I/O'를 구성하는 수직 블록, 기울어진 판, 짧은 원통)는 변경할 수 없습니다. 생성된 텍스처는 입력된 레이아웃의 경계, 깊이, 원근감에 정확하게 맞춰 적용해야 합니다. 기본이 되는 3D 형태와 포즈, 크기는 변경하지 마세요.

여기서도 패턴이 반복돼요. AI를 "이미지 생성 엔진"으로 못 박아 역할을 정하고(역할 정의), 할 일을 재질·스타일 적용으로 좁히고(작업 정의), 'I/O'를 이루는 수직 블록·기울어진 판·짧은 원통이라는 지오메트리는 손대지 못하게 막아요(형태 고정). 거기에 텍스처는 경계·깊이·원근에 정확히 맞추라는 정렬 규칙, 형태·포즈·크기 보존이라는 제약까지. 자유도를 넓혀주는 게 아니라, 안 건드릴 곳을 미리 못 박는 쪽이에요.

플레이어가 한 줄 던지면, AI가 레벨 설계도로 부풀려요

Infinite Scaler 게임 공간 예시 (출처: Google)

마지막 인피니트 스케일러(Infinite Scaler)는 I/O 프리쇼에서 공개된 비디오 게임이에요. 앞의 셋과 결이 좀 달라요. 디자이너가 프롬프트를 쓴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던진 아이디어를 AI가 다시 해석해서 게임 속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거든요.

구글은 사용자의 프롬프트와 레퍼런스 이미지를 바탕으로 나노 바나나가 스프라이트 시트를 생성하게 했고, 거기에 깊이 정보와 재질 정보를 더해 실제 3D 공간으로 변환했어요. 게임 내 음악은 Lyria 3로 뽑았고요. 개발 초기엔 AI 스튜디오(AI Studio)로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찍어냈다고 해요. 자, 그럼 플레이어가 던지는 한 줄이 어디까지 부풀어 오르는지 볼까요. 먼저 플레이어가 입력한 문장.

거대한 토성과 별들을 배경으로 우주에 떠 있는 장엄한 우주 여우

이걸 받아 제미나이가 구체화한 실제 설계 프롬프트는 이래요.

제목: Celestial Fox V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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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 팔레트: 짙은 네이비와 미드나이트 블루 배경, 여우를 위한 선명한 번트 오렌지와 더스티 테라코타, 토성 고리를 위한 부드러운 크림과 은은한 앰버, 그리고 짙은 플럼 색상의 그림자. #00FF00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녹색은 채도를 낮춘 어두운 올리브 톤으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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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 다양한 크기의 흰색과 연노란색 구형 별들이 빽빽하게 배치된 미드나이트 블루 점토 질감의 우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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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영역: 작은 흰색 구슬 형태의 별 무리가 흩뿌려진 짙은 인디고 색상의 점토 표면. 밝은 녹색 요소 없이 촘촘한 천체 공간을 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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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영역: 부드럽고 둥근 크레이터와 완만한 능선으로 조형된 짙은 보라색 우주 먼지 평면. 모든 표면은 무광택이며 반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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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장식 요소: 손으로 빚은 베이지색과 크림색 점토 고리로 구성된 거대한 구형 토성이 상단 영역을 지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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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장식 요소: 흐르는 털을 가진 점토 조형의 여우가 중앙에 떠 있으며, 주변에는 다양한 크기의 점토 소행성과 작은 우주 파편들이 배치됩니다.

한 줄짜리 감성이 색상 체계, 공간 구성, 오브젝트 배치까지 다 박힌 레벨 설계도로 펼쳐졌어요. 짧은 아이디어가 입력이고(아이디어 입력), 거기서 색·분위기를 정하고(환경 정의), 하늘·바닥·장식 요소를 영역별로 쪼개고(공간 설계), 질감과 반사 특성까지 못 박은 거예요(재질 정의). 진짜 디테일은 `#00FF00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녹색은 어두운 올리브 톤으로 대체`라는 한 줄이에요. 녹색이 크로마키처럼 빠지는 사고를 막으려고 제작 환경 조건을 슬쩍 끼워 넣은 거죠(기술 반영). 게임 개발자라면 알 거예요. 이거 진짜 현장의 디테일이거든요.

네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먼저 규칙부터 깔았다'예요

문제는 다 달랐어요. 브랜드 일관성, 캐릭터 유지, 3D 형태 보존, 유저 입력 구체화. 근데 구글이 프롬프트를 짠 방식엔 딱 하나 공통점이 있었어요. 생성을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와 규칙을 먼저 정의한다는 것. 무엇을 참고할지, 어떤 요소를 유지할지,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를 먼저 깔고 나서야 "그려"가 붙는 식이에요.

뒤집어 말하면, 좋은 결과물은 멋진 한 줄에서 나온 게 아니었어요. 안 건드릴 것을 끝까지 못 박는 집요함에서 나왔죠. 형태는 두고 질감만, 캐릭터는 두고 액션만, 로고는 두고 텍스처만. 전부 "지킬 것"부터 정의하고 변주는 그 뒤였어요.

참고로 위 4개 말고도 구글 I/O 행사 전반에 쓰인 AI 활용 사례가 더 있어요. 영어 원문 프롬프트와 나머지 사례는 구글 블로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