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달러어치 오픈AI 주식, 사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오픈AI

지난해라면 며칠 안에 소화됐을 물량이에요. 헤지펀드, 벤처캐피털을 포함한 6개 안팎의 기관투자자들이 총 약 6억 달러(약 8,800억 원) 규모의 오픈AI 지분 매도를 의뢰했는데, 수백 곳의 기관투자자 풀에서 단 한 명의 매수자도 찾지 못했다고 해요.

블룸버그가 2차 시장 플랫폼 넥스트라운드 측 코멘트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에요. 현재 오픈AI에 제시되는 매수 호가는 약 7,650억 달러 수준. 이전 밸류에이션 8,500억 달러 대비 10% 할인된 가격인데도 안 팔려요. 8,800억 원어치 매물이 시장에 나왔는데 아무도 손을 안 대는 상황.

앤트로픽에는 20억 달러가 줄을 서고 있다

반면 앤트로픽 쪽은 정반대예요. 넥스트라운드에 따르면 매수자들이 앤트로픽 주식 매입을 위해 약 20억 달러의 현금을 준비해두고 있다고 해요. 넥스트라운드뿐 아니라 다른 2차 시장 플랫폼들도 앤트로픽에 대한 역대급 수요를 기록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고요.

투자 심리가 이동하는 배경은 밸류에이션 격차예요. 오픈AI 8,520억 달러 vs 앤트로픽 3,800억 달러. 앤트로픽 기업가치가 더 오르기 전에 지분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에요. 단순한 가격 차이가 아니라 성장 여력의 차이로 읽히는 거죠.

비즈니스 전략 차이도 영향을 미쳤어요. 오픈AI는 향후 수년간 인프라에 앤트로픽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쏟아붓기로 했지만, 이익 마진이 높은 기업 고객 확보에서는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거든요. 앤트로픽은 이미 고마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지배적 입지를 확보해서 성장 경로가 더 견고해 보인다는 거예요.

수수료를 면제해야 팔리는 주식 vs 수수료를 내고도 사는 주식

월가의 움직임이 두 회사의 명암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더라고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자산관리 고객에게 오픈AI 주식을 권유할 때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어요. 반면 골드만삭스는 앤트로픽 투자에 관심 있는 고객에게는 통상 수익의 15~20%에 해당하는 표준 수수료를 그대로 부과하고 있고요. (수수료를 깎아줘야 겨우 팔리는 주식과, 수수료를 꼬박 내고도 사려는 주식. 이보다 직관적인 비교가 있을까요.)

1,220억 달러를 조달했지만

오픈AI가 끝난 건 아니에요. 지난 1일 1,220억 달러 규모의 역대 최대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고 발표했거든요. 2차 시장에서 인기가 없어졌다고 해도 1차 시장에서의 관심까지 사라진 건 아니라는 얘기예요.

앤트로픽도 만만찮은 리스크를 안고 있어요. 미 국방부로부터 공급망 리스크 지정을 받아 정부 기관의 기술 사용이 금지된 것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 중이고, 이번 주에는 클로드 모델 내부 소스 코드가 실수로 유출되는 두 번째 보안 사고도 발생했어요.

결국 이건 "어디가 더 낫냐"의 문제라기보다 시장이 읽는 방향의 문제예요. 인프라에 올인한 오픈AI와 엔터프라이즈 매출에 집중한 앤트로픽. 투자자들은 지금 후자에 베팅하고 있어요. 6억 달러짜리 매물이 찬밥이 된 건, 오픈AI가 나빠졌다기보다 시장의 기대가 옮겨간 거예요. 돈이 항상 옳은 건 아니지만, 돈의 방향은 읽어둘 필요가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