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na AI에 'duct-tape'라는 이름으로 떠 있던 것 — 챗GPT 신규 이미지 모델 디자인 실전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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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nano-banana'라는 코드네임이 Gemini 2.5 Flash Image로 밝혀졌던 일을 기억하시나요?
이번엔 'duct-tape'였어요. 생성형 AI 모델을 비교 평가하는 Arena AI에 등장한 이 코드네임은 챗GPT 신규 이미지 모델로 추정됐고, 사실적인 묘사는 물론 한글 텍스트 구현까지 강력하다는 평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2026년 4월 22일 ChatGPT Images 2.0이 공식 업데이트되면서 챗GPT에서 누구나 바로 쓸 수 있게 됐고요. 이 글은 그 공식 업데이트 직전, 사전 테스트 환경에서 진행된 실험기예요.
Lady Learner의 평가 기준은 일관돼요. 타이포그래피와 시각 디자인 구성. 단순히 실감 나는 사진을 넘어 '디자인' 영역에서 어디까지 사용될 수 있을지에 초점이 있어요. 광고 마케팅 / 브랜드 아이덴티티 / 포스터 — 세 분야에서 돌렸어요.
광고 마케팅 디자인 — 한글 베이스라인이 잡혔다
첫 번째는 본인의 주 분야인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이었어요. '톡톡워터'라는 가상의 탄산수 자몽맛 신제품 홍보 이미지.

기존 챗GPT 이미지 모델에서 발견되던 어색한 한글 구현이 사라진 모습이에요. 특히 제품 타이틀과 로고를 임의로 디자인해서 이미지 내 타이틀 및 제품 목업샷에 동일하게 적용한 점이 눈에 띄어요. 깨진 글자가 없는 것도 훌륭하지만, 타이포그래피의 완성도를 낮추던 일관되지 않은 베이스라인 문제도 해결된 것으로 보여요.
이미지에 포함되어 생성된 게 아니라, 텍스트 레이어가 따로 존재하는 것 같은 수준의 성능. 이 한 줄이 핵심이에요. 그동안 AI 이미지 생성기가 디자인 도구로 못 쓰였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텍스트 처리였거든요.
다만 전체 디자인이 다소 투박해서 한 번 더 실험해봤어요.

부드럽고 귀여운 분위기의 복숭아 시즌 신메뉴 홍보 이미지를 요청했어요. 타이틀 레터링도 커스텀해달라고 특별히 언급했더니 기대 이상의 결과. 중앙 하단의 NEW MENU 뱃지가 애매한 위치에 들어간 것만 빼면 상당한 퀄리티의 디자인이 나왔어요.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 로고가 1차원에서 벗어났다
두 번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비건 레스토랑 브랜드의 로고, 일러스트레이션, 포토그래피 등을 포함한 벤토 그리드 이미지를 요청했어요.

따로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사이니지, 패키지 등 레스토랑 브랜딩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추가로 넣어서 완성해준 모습. 한 번에 여러 요소를 다룬 탓인지 전체적인 디자인 퀄리티가 그리 뛰어나지는 않지만 텍스트 구현은 여전히 성공적이에요. 기존 모델에서는 1차원적인 수준으로 디자인되던 로고가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성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점도 인상적이고요.
완전히 다른 분야로도 실험했어요.

모바일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대충 '픽스(PICKS)'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젠지 감성을 넣어달라고 했더니 에너제틱한 컬러 팔레트가 적용된 로고, UI, 아이콘 디자인 등이 준비됐어요. 여기서도 로고 디자인이 어플리케이션 예시마다 일관되게 반영된 점이 눈에 띄어요.
브랜드 일관성. 이게 그동안 AI 이미지 생성에서 가장 약했던 부분인데, 단일 프롬프트 안에서 여러 컴포넌트가 같은 로고를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게 의미가 커요.
포스터 디자인 — 감성도 따라온다
세 번째는 상업성보다 감성에 초점을 둔 디자인. 첫 시도는 독립영화 스타일 포스터.

'잊혀진 여름'이라는 가상의 영화 제목을 제시하고 문득 떠오른 장면을 대강 설명해서 배경으로 넣어달라고 했어요. 결과는 딱 상상한 독립영화 스타일의 포스터. 꽤 놀랐어요. 우측 하단의 가상 출연진 목록 아래 텍스트는 아쉽게도 깨진 모습이지만요.
여기서 짚을 게 있어요. 덕트테이프 모델은 1, 2, 3 및 마스킹테이프 등 여러 버전이 테스트되고 있는데, 이 포스터에 쓰인 건 maskingtape-alpha 버전이었어요. 상대적으로 텍스트에 약한 모델일 수 있고, 구현할 텍스트 크기가 너무 작았던 점도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위 영화 포스터에서는 타이틀이 캘리그래피 스타일로 만들어져서, 좀 더 그래피컬한 레터링을 실험하기 위해 가상의 장미 축제 포스터를 요청했어요. 이번에는 일러스트레이션 중심으로 프롬프트를 작성했고, 타이틀 디자인 요청에서 '그래피컬한 레터링'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고요. 장미 축제답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려달라고 했더니 수채화풍의 일러스트와 장식적 곡선이 가미된 타이틀 디자인이 반영됐어요. 깨진 텍스트 없이 안정적으로 구현됐고요. 레이아웃이 다소 덜 정돈된 점은 살짝 아쉬워요.
실험 방법 — 지금은 누구나 바로 쓸 수 있어요
(+) 2026년 4월 22일 ChatGPT Images 2.0 공식 업데이트로 인해 아래 방법 대신 챗GPT에서 누구나 바로 신규 모델을 이용할 수 있어요!
이 글이 작성된 시점엔 정식 출시 전이라 Arena AI의 모델 배틀 모드에서 랜덤으로 만나야 했어요. 절차는 이래요.
- Arena AI에 접속해 회원가입 또는 로그인
- 새 채팅에서 Battle Mode가 선택되어 있는지 확인
- 프롬프트 입력창에서 이미지 생성 모드 선택
- 원하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두 가지 결과가 나타남
-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나면 실제 모델 이름이 공개됨
- duct-tape 1, 2, 3, maskingtape-alpha 등 테이프 관련 코드네임인지 확인
특정 모델을 선택할 수 없고 랜덤이기 때문에 나올 때까지 시도하는 방법뿐이었어요. 다만 nano-banana의 선례를 보면, 이렇게 Arena AI에 모델이 공개됐다는 건 정식 출시가 머지않았다는 뜻이었고요. 실제로 수개월도 안 걸렸어요.
마치며 — 디자이너의 자리는 어디로 가나
생성형 AI 성능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지난해 nano-banana가 줬던 충격 그 이상의 발전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진 걸 보면, 이전 실험들에서 강조하던 'AI의 디자인 사고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앞으로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져요. 이번 실험 결과만 봐도 더 이상 흉내 내기에 머무르지 않는 실용성 있는 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으니까요.
이미 많은 기업이 디자이너 포지션을 축소·통합하는 등 무시하기 힘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전통적인 디자이너의 역할과 개념을 뛰어넘는 방향을 모색할 때인데, 개인의 AI 활용 능력이나 디자인 실력에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구조적·조직적 측면에서 디자이너 역할의 새로운 정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생성형 AI 성능 발전. 개인적 관점에선 아이디어 구현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점이 반갑지만, 디자이너 생태계를 떠올리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요. 솔직히 이번 실험 결과를 보고도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즐겁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요.
그게 솔직한 감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