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시간이 곧 원가인 사업, 캐릭터.AI가 늦은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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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터랩의 캐릭터챗 서비스 '제타'는 올해 2월 이용시간이 1억1000만 시간으로 챗GPT의 2배를 넘었습니다. 국정감사 자료에 나온 숫자고, 보통은 자랑으로 읽히는 숫자죠. 그런데 같은 주에 미국의 캐릭터.AI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소식과 나란히 놓으면 이 숫자는 다르게 읽힙니다. 캐릭터챗에서 이용시간은 성과이기 전에 원가입니다. 사용자가 한 시간 더 머물면 회사는 한 시간 치 추론 비용을 더 냅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사는 캐릭터.AI의 파산 과정과 국내 두 회사, 스캐터랩 '제타'와 뤼튼테크놀로지스 '크랙'의 수익 구조를 나란히 정리했습니다. 저는 이 비교에서 한 가지 구조가 선명하게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시간이 곧 원가인 사업에서 살아남는 길은 둘뿐이에요.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이 가장 많이 내게 하거나, 대화 한 번의 원가 곡선을 직접 쥐거나. 캐릭터.AI는 둘 다 늦었고, 국내 두 회사는 각자 하나씩을 골랐습니다.
매출의 다섯 배를 컴퓨팅에 쓴 회사
캐릭터.AI는 2021년 구글 출신 연구원 노엄 샤지어와 대니얼 드 프레이타스가 세웠고, 2023년 앤드리슨호로위츠 주도로 1억5000만 달러를 받으며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인정받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쓰는 사람이 한때 2000만 명 안팎이었죠. 그리고 지난 1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연방파산법원에 챕터 11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법원 자료의 숫자는 단순합니다. 2024년 하반기 컴퓨팅 비용은 월평균 1380만 달러, 지난해에도 매달 약 1000만 달러였는데 지난해 매출은 2360만 달러였습니다. 연간 컴퓨팅 비용이 매출의 5배를 넘은 셈이에요. 올해도 1~8월 컴퓨팅에만 5610만 달러를 썼고 8월 기준 월 적자가 800만~900만 달러였습니다. 더 저렴한 GPU로 추론을 옮기고 인력과 시설을 줄였지만 역부족이었고요.
제가 보기에 결정적인 건 수익화의 순서였습니다. 캐릭터.AI는 초기에 무료 무제한 대화로 이용자를 모았고, 월정액 구독은 2023년 5월에, 광고는 2025년에 붙였습니다. 구독은 최고 월 280만 달러, 광고는 올해 8월 월 250만 달러로 그달 매출 530만 달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지만, 구독 외 수익원을 붙이기까지 약 3년이 걸렸어요. 무료 무제한은 이용시간을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이고, 이용시간이 원가인 사업에서는 동시에 원가를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성장 지표가 좋아질수록 손익이 나빠지는 구조를 3년 동안 굴린 거죠.
여기에 소송과 규제가 겹쳤습니다. 2024년 AI와 장기간 대화한 14세 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유족에게 소송을 당했고, 비슷한 민사소송과 규제기관 조사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8월 투자은행을 선임해 약 28곳과 접촉했지만 이 리스크 때문에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고 해요. 디즈니가 일부 지식재산권 사용권을 2000만 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한 게 지금 남은 출구 중 하나입니다.
크랙은 많이 쓰는 사람이 많이 내게 했다
뤼튼의 '크랙'은 첫 번째 길을 골랐습니다. 이용자가 유료 재화 '크래커'를 내야 대화할 수 있고, 대화마다 돈이 듭니다. 뤼튼은 과금 구조 자체가 수익성을 고려해 설계돼 있어 추가 수익 모델 없이도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용시간이 원가라면 이용시간에 값을 매기는 게 가장 정직한 해법이고, 외부 AI 모델을 쓰면서도 이용량이 커질수록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원가 쪽도 관리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장부는 아직 그 설명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71억 원으로 전년의 약 15배가 됐지만 영업손실이 588억 원으로 매출보다 컸어요. 광고선전비 294억 원과 지급수수료 611억 원이 크게 늘었습니다. 회사는 흑자 전환에 앞서 플랫폼과 이용자 확보에 쓴 돈이라고 설명합니다. 저는 대화당 과금이 '건당 마진'을 만드는 건 맞다고 보지만, 건당 마진과 회사의 이익은 다른 숫자라는 점을 짚고 싶습니다. 지급수수료가 매출보다 큰 구조라면 외부 모델과 결제 수수료 같은 비용이 이미 매출을 넘어서 있다는 뜻으로 읽히거든요. 8월에 1000억 원 시리즈C를 받아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을 인정받았고, 5월 북미에 낸 AI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OOC'가 출시 3개월 만에 월매출 100억 원을 넘었다니 성장 속도는 분명합니다. 그 성장이 대화당 과금의 마진을 장부의 이익으로 옮겨 놓을 수 있을지가 남은 질문입니다.
제타는 대화 한 번의 원가를 직접 쥐었다
스캐터랩은 두 번째 길을 골랐습니다. 기본 대화는 무료에 광고를 붙이고, 광고 없이 쓰려면 월 구독 '제타패스', 더 좋은 모델이나 '스냅샷' 같은 기능은 별도 재화로 받는 혼합형입니다. 수익 모델 자체는 캐릭터.AI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른 건 원가 쪽입니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쓰고, 2024년 카카오클라우드로 서버를 옮겼으며(당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채팅 한 번당 비용이 해외 클라우드보다 약 3분의 1 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올해는 한국어와 일본어에 맞춘 토크나이저를 새로 만들어 대화 100만 번당 GPU 사용량을 46% 줄였습니다.
토크나이저 얘기는 개발자에게 특히 반가운 대목입니다. 같은 한국어 문장을 더 적은 토큰으로 쪼개면 같은 대화를 더 적은 연산으로 처리하니까요. 이용시간이 원가인 사업에서 이런 최적화는 기술 부채 청산이 아니라 매출총이익률 그 자체입니다. 서비스 지역을 한국·미국·일본 중심으로 잡은 것도 같은 셈법이에요. AI 토큰 처리 비용은 나라마다 큰 차이가 없지만 이용자가 낼 수 있는 돈은 나라마다 다르니, 결제 여력이 있는 시장에 집중한 거죠. 그 결과 지난해 매출 267억 원에 영업이익 28억 원, 올해 상반기 매출 709억 원에 영업이익 52억 원을 냈고, 회사는 지난해 6월 제타가 손익분기점을 넘겨 사용자당 순이익이 나는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안전 규제는 가장 비싼 이용자를 줄인다
마지막 변수는 청소년 보호입니다. 국정감사에서 제타 이용자의 약 90%가 10·20대라는 지적이 나왔고, 스캐터랩은 청소년 이용시간을 하루 3시간, 결제 한도를 월 10만 원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연내에, 뤼튼도 3시간이나 월 10만 원을 넘으면 보호자 동의를 받게 하는 정책을 내년 초에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릭터.AI도 파산보호 신청서에서 연령 제한과 유해 대화 탐지 같은 제품 변경이 비용을 늘렸다고 적었어요.
저는 이 대목을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이용시간 상한은 비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 즉 가장 비싼 이용자를 줄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원가 관점에서는 안전과 비용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드문 경우예요. 문제는 그 비싼 이용자가 매출의 핵심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이용자 대부분이 10·20대인 회사에게 청소년 이용시간 제한은 원가만 줄이는 게 아니라 매출의 가장 두꺼운 층을 건드립니다. 제타의 손익분기가 이 규제 뒤에도 유지되는지가 앞으로 이 시장을 판단할 가장 좋은 지표라고 생각해요.
AI 컴패니언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습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 분야 앱의 인앱결제 매출은 1억5000만 달러로 2023년 1분기의 12배가 넘었어요. 그래서 이 시장에 들어가거나 이미 있는 팀에게 저는 대시보드 하나를 바꾸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용시간 옆에 '이용시간당 추론 원가'를, 상위 1% 이용자 옆에 '그들이 낸 돈과 그들에게 든 돈'을 붙이세요. 그 두 줄이 없는 상태의 이용시간 1등은, 캐릭터.AI가 보여 줬듯 가장 빨리 돈을 태우는 1등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