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4,000명을 해고하니 주가가 24% 올랐다 — AI 시대의 세금은 누가 내야 할까

헤드라인

잭 도시가 이끄는 핀테크 기업 블록(Block)이 전체 직원의 40%, 약 4,000명을 해고했어요. 도시의 말이 담백하더라고요. "AI 도구가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시장의 반응이 묘했어요. 주가가 24% 급등한 거예요.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약 60억 달러 늘었으니, 해고된 직원 1인당 약 150만 달러의 기업 가치가 올라간 셈이에요. 4,000명의 생계와 60억 달러의 가치 창출. 같은 사건의 양면이에요.

같은 주에 전 미국 대선 후보 앤드류 양이 CNBC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노동에 세금 매기는 걸 그만두고, AI 에이전트에 세금을 매겨야 합니다." 정치적 수사처럼 들리지만 아니에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정부의 세수 기반 자체가 흔들리거든요.

해고하기 가장 쉬운 사람은 아직 고용하지 않은 사람

AI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대량 해고보다 신규 채용의 실종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어요.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2025년 5월 Axios 인터뷰에서 경고했어요. "향후 1~5년 내에 신입 화이트칼라 직종의 최대 50%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실업률이 10~2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같이 내놨어요. 이 경고를 한 사람이 바로 그 자동화 기술을 만드는 회사의 CEO라는 게 좀 무서운 부분이에요.

숫자를 볼게요. 뉴욕 연방준비은행 데이터 기준, 미국 대졸 신입(22~27세)의 실업률이 2025년 4분기에 5.7%를 기록했어요. 전체 실업률 약 4%를 웃도는 수치. 역사상 처음으로 대졸자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높아진 거예요. 불완전 고용률은 42.5%에 달해 2020년 이후 최고치.

골드만삭스 리서치가 원인을 분석했는데, 대졸자가 주로 취업하는 정보기술·금융·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2023~2025년 사이 월평균 고용이 -9,000명이었어요. 같은 기간 비대졸자 위주 산업은 월평균 +12,000명. AI 도입이 가장 활발한 산업에서 신규 채용이 가장 먼저 멈추고 있는 거예요.

앤드류 양의 표현이 정곡을 찌르더라고요. "해고하기 가장 쉬운 사람은 아직 고용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노동이 사라지면 세수도 사라진다 — 2조 6,000억 달러의 구멍

여기서 세금 구조의 문제가 등장해요.

미국 연방 정부 세수의 절반 이상이 개인 소득세에서 나와요. 2025년 기준 약 2조 6,000억 달러, 한화로 약 3,500조 원. 급여세(payroll tax)까지 더하면 노동 관련 세금이 전체 세수의 약 75%예요. 세수의 4분의 3이 사람이 일해서 번 돈에서 나온다는 거예요.

AI가 노동을 대체하면? 기업 이익은 늘어나지만, 급여가 줄면서 소득세와 급여세 기반이 동시에 약해져요. 블록의 사례를 다시 볼게요. 4,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주가는 24% 올랐어요.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되는 전형적인 패턴.

앤드류 양이 이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해요. "줄이고 싶은 것에 세금을 매기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노동에 세금을 매기고 있어요. 노동이 더 필요한 시대인데요."

아모데이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AI 기업 매출의 3%를 정부 재분배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토큰세(token tax)'를 제안한 거예요. AI 기업 CEO가 스스로 "우리에게 세금을 매겨달라"고. (이게 언제부터 있었던 일이에요.)

에이전트세 세 갈래 — 말은 쉽지만 설계가 어렵다

에이전트세 설계

'AI에 세금을 매긴다'는 말은 간단해 보여요. 실제 설계는 전혀 아니에요. 현재 논의되는 방식이 크게 세 갈래예요.

첫째, 이익 기반 과세. AI로 얻은 초과이익에 법인세를 더 매기는 거예요. IMF가 2024년 보고서에서 권고한 방향인데, "AI에 직접 세금을 매기는 것은 운용이 어렵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자본소득세 강화와 노동 대체를 장려하는 기존 세제 혜택 재검토를 조언했어요.

둘째, 사용량 기반 과세. 아모데이의 토큰세가 이쪽이에요. AI 모델 사용량에 따라 과세하는 건데, 2026년 1월 브루킹스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최종 소비자에게 부과하면 기존 소비세와 비슷하게 작동해요. 근데 기업 간(B2B) 거래에 부과하면 공급망 단계마다 세금이 중복되는 캐스케이드 효과가 발생해서 AI 제품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요.

셋째, 업무 대체 기반 과세. AI 기업 AskHumans의 창업자 잭 키드가 미국 각 주 주지사에게 제안하고 있는 '업무세(task tax)' 방식이에요. 호텔 객실 청소 직원이 시간당 28달러인데 로봇으로 대체하면 시간당 2달러. 그 차액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거예요. 예시가 구체적이에요.

세 방식 모두 한 가지 근본적인 난제를 공유해요. AI의 기여분과 사람의 기여분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키드가 지적한 대로 "AI가 끝나고 인간의 해석이 시작되는 지점을 어디에 선을 긋느냐"라는 질문에 아직 명확한 답이 없어요.

한국 일자리의 절반이 AI 영향권 — 기본소득 재론

에이전트세 수입을 어디에 쓸 것인가. 자연스럽게 기본소득(UBI) 얘기로 이어져요.

앤드류 양은 2020년 대선에서 모든 미국 성인에게 월 1,000달러의 '자유 배당금(Freedom Dividend)'을 제안했던 인물이에요. Tax Foundation 분석에 따르면 10% 부가가치세만으로는 재원 충당이 어렵고, 노동 한계세율이 약 8.6%p 올라가면서 장기적으로 GDP가 3% 감소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었어요.

근데 2026년 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 잉여가 새로운 재원으로 떠오르고 있거든요. 블록이 4,000명을 줄이면서 예상하는 연간 비용 절감 규모가 수억 달러예요. 이 절감분의 일부를 사회로 돌리는 게 에이전트세의 핵심 논리예요.

한국도 예외가 아니에요. IMF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일자리의 약 절반이 AI 영향에 노출돼 있어요. 사무직, 여성, 청년, 고학력층에서 노출도가 더 높다고. KDI 연구도 비슷한 결론인데, AI 기술 도입이 주로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요. 이재명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서 'AI 기본사회' 비전을 언급한 바 있고, 로봇세, AI 이익공유제, 보편적 기본소득 논의가 확산 중이에요.

세금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계약의 재설계

결국 이건 세금 문제가 아니에요. 20세기 복지국가는 '노동 → 소득 → 소비 → 세수'라는 선순환 위에 설계됐어요. AI가 이 사슬의 첫 고리인 '노동'을 약화시키고 있는데, 나머지 고리만 손보는 건 근본적 해법이 아니에요.

IMF와 브루킹스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게 있어요. AI에 직접 세금을 매기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고, 잘못하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대신 자본소득세를 강화하고, 노동 대체를 지나치게 장려하는 기존 세제 인센티브를 재설계하는 게 현실적인 첫 단계라는 거예요. 브루킹스의 프레임이 유용해요. 지금 당장 해야 할 개혁과, AI가 훨씬 더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미래에 필요한 개혁을 구분하라는 것.

앤드류 양의 말 중에서 진짜 의미 있는 건 세금 제안 자체가 아니에요. "미국의 암묵적 사회 계약이 깨지고 있어요." 대졸자 실업률이 비대졸자보다 높아지고, 기업이 직원을 해고할 때 주가가 급등하는 세상. 노동과 보상 사이의 약속이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 이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한국 청년 고용 시장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보이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