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값이 오르면 당신의 스타트업이 위험해지는 이유

지난 10년간 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결국 해결되겠지"라고 넘겼어요. IMF 이후로도 그랬고, 코로나 때도 그랬죠. 근데 이번엔 좀 다르더라고요. '큰 위기가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든다는 건, 단순히 뉴스가 무서워서가 아니에요.

이유는 하나예요. 물가의 근간이 오르고 있거든요. 표면적인 물가 상승이 아니라, 물류의 뿌리를 흔드는 종류의 상승이에요.

디젤 유가가 뛰면 모든 게 뛴다

미국 디젤 유가가 크게 올랐어요. 디젤이 왜 중요하냐면, 트럭이 디젤로 달리거든요. 트럭이 곧 물류고, 물류비가 오르면 모든 소비재 가격이 따라 올라요. 미국 전반의 물가가 오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정부가 5부제를 실시한다는 건 "이거 금방 안 끝나겠다"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에요. 단기 대응이 아니라 장기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거죠.

아쉽지만 중동 전쟁은 최소 6개월은 더 갈 거예요. 전쟁과 연동된 정권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제어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전쟁은 시작은 순간이지만 끝은 쉽지 않다 — 역사가 반복적으로 가르쳐준 교훈이잖아요. (근데 매번 잊더라고요.)

문제는 파장이에요. 전 세계에 '근간 물가 상승'과 '생산 저하'가 동시에 찾아온다는 것. 비싸서 못 사는데 없어서도 못 사는 상황. 먹고 사는 근본 경제가 매우 힘들어질 겁니다.

위기의 도미노 — 7단계 연쇄 시나리오

결국 이런 순서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요.

물가가 상승하고 생필품이 부족해져요. 기업들은 버티려고 AI를 더 쓰죠. 고용은 줄어들고 실질 임금도 하락합니다. 그 다음이 가장 두려운 단계예요. 소비가 줄어들어요. 물건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니까.

기업 매출이 감소해요. 여기서 냉정한 사실 하나. AI는 비용은 줄여주지만 매출을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비용 절감의 한계가 곧 드러나는 거예요.

주가가 떨어지면 금융 소득까지 줄어들죠. 임금에 금융 소득까지 빠지면? 사람들이 지갑을 닫아요. 완전히.

불황이 찾아오고, 여러 가지 조정 작업이 벌어져요. 그리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업부터 일어서기 시작하죠. 다시 경제가 돌 때, 그때의 성장 로직은 지금과 달라요. 사람들이 위기를 통과하면서 '무엇이 나에게 진짜 중요하고 필요한지' 각성했기 때문이에요.

여러 가지 이유로 위기가 더 빠르게, 더 깊게 찾아올 수도 있어요. 반대로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극복될 수도 있고요. 속도가 빠른 시대니까요.

"우리 서비스는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

사업자에게 남는 질문은 두 개예요.

첫째, 우리 서비스는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정말 꼭 필요한 서비스인가? Ringle 관점에서 보면, 불황이 찾아왔을 때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배우는 데 투자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되죠. 이건 모든 스타트업이 자기 사업에 대입해봐야 할 질문이에요.

둘째, 우리 회사는 1~2년간의 짧지만 깊은 불황을 버텨낼 수 있는 매출-비용 구조를 보유하고 있는가?

요즘 AI라는 트렌드보다 '꼭 필요한 서비스인가? 사람들의 필연적 니드가 존재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투자하는 투자기관들이 있어요. 솔직히 이 분들이 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20~30년 넘는 투자 경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런 사이클을 과거에 몇 번 겪어본 분들이에요. 각자만의 위기 관점이 있죠. 그리고 여전히 현업을 떠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거시 환경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타이밍

스타트업도 거시 환경 변화를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에요. "우리는 마이크로하게 제품만 잘 만들면 돼"가 통하지 않는 국면이 오고 있다는 거죠.

AI 트렌드에 올라탔느냐보다, 불황에도 살아남을 제품을 만들고 있느냐가 진짜 문제예요. 화려한 트렌드 뒤에 숨어있던 '필수'와 '비필수'의 경계가 불황이 오면 날카롭게 드러나거든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 이걸 체감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준비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차이는, 위기가 오기 전엔 안 보여요. 온 다음에야 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