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주 만에 '코드 한 줄 안 짜고' 프로젝트를 접게 만든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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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하고 3주 동안 코드를 한 줄도 안 짰어요. (테스트코드 빼고요.) 대신 리스크 보고서를 경영진에 냈죠. 결과? 회사를 나오게 됐어요.
4년차 개발자 핀수의 이야기인데, 솔직히 읽으면서 좀 먹먹했어요. "왜 만들면 안 되는가"를 고민하는 게 개발자의 역량이라고 말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 컸으니까요. 근데 이 사람이 마주한 현실을 보면 — 아니, 이건 만들면 안 되는 게 맞더라고요.
클릭 몇 번이면 끝나는 앱, 그 환상의 정체
미션은 깔끔했어요. "현장 조사 및 보고서 작성 업무를 자동화하는 앱을 만들 것." 회사가 그린 그림은 클릭 몇 번으로 데이터가 연동되고 보고서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완벽한 앱이었거든요.
근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데이터가 전부 비정형 PDF였어요. DB가 아니라요. 양식이 전부 다른 PDF 문서. 앱에서 기존 데이터와 신규 데이터를 함께 보려면, 누군가는 그 수많은 PDF에서 정보를 하나하나 뽑아서 디지털로 옮겨야 했어요.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 노가다. 자동화를 하려고 앱을 만드는 건데, 그 앱을 위해 수작업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었죠.
Garbage In이면 뭘 만들어도 Garbage Out
핀수가 개발을 만류한 이유는 세 가지였어요. (경영진과 충분히 논의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고요.)
첫째, 입력 데이터가 구조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론트엔드 껍데기만 씌우는 건 기술적 부채 쌓기. 앱 위에서 이미지 형태로만 존재하는 과거 데이터에 새 정보를 덧씌운다 해도, 결국 사람이 다시 눈으로 확인하면서 엑셀로 옮겨야 했어요. 종이가 모바일로 바뀌었을 뿐, 공수는 똑같은 거죠.
둘째, 양식의 파편화. 텍스트 추출이나 AI 자동화도 검토했다고 해요. 근데 업무 특성상 양식이 무한히 변형되는 환경이라, 모든 예외 케이스를 코드로 대응해야 했어요. 개발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결국 "AI가 추출한 데이터를 사람이 다시 꼼꼼히 검수해야 하는" 새로운 비효율이 생기더라는 거예요. N+1 문제.
셋째, UX 붕괴. 현장에서는 여러 자료를 동시에 띄워놓고 교차 검증을 해야 하거든요. 모바일 화면에 이 모든 비정형 데이터를 우겨 넣으면? 사용성이 바닥을 치죠. 차라리 시중에 나와 있는 필기 앱을 쓰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었어요.
결국 이건 코드의 문제가 아니었다
"적당히 범위를 줄여서 일부만이라도 달성하는 테스트 앱을 먼저 만들어보자" — 핀수도 이런 제안을 했었어요. 고용된 개발자로서 뭔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으니까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프로젝트는 개발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가 먼저였어요. 1인 개발자가 비표준화된 환경에서 억지로 땜질식 앱을 만들면, 유지보수 지옥에 빠지거나 현장에서 외면받는 "돈 들인 쓰레기"가 될 게 뻔했던 거죠. (솔직히 이 표현이 좀 무섭긴 한데,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장고 끝에 리스크 보고서를 만들어 전달했고,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됐어요.
"가장 훌륭한 코드는 작성하지 않은 코드다"
비록 3주 만에 야생으로 돌아왔고, 구직이 n개월을 넘어가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해요. (느낌표까지 붙이더라고요.)
개발자의 가치가 요구사항을 코드로 번역하는 속도에 있지 않다는 건, 아마 대부분 동의할 거예요. 비즈니스의 구조적 결함을 파악하고, 기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 근데 그 "아니요"의 대가가 퇴사라면?
핀수는 자기가 틀렸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더 나은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고 인정해요. 그것도 자기 역량과 한계라고요. 겸손한 건지, 담담한 건지 모르겠는데 — 어쨌든 이 사람은 다시 자기 코드가 진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나서겠다고 해요.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하나예요. "만들지 않는 용기"가 정말 용기인 건, 그 뒤에 감수해야 할 게 크기 때문이라는 거.